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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은, 넘치는 매력, 단단한 호흡

<멜로가 체질>의 '한주'가 <꼰대인턴>의 '먹깨비' 신입 인턴으로 돌아온다. 도전하고 버틴 끝에 마주한 이 순간, 한지은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럽다.

BYELLE2020.06.12
 
그래픽이 돋보이는 블루 튜브 톱 드레스는 Minju Kim. 크리스털 이어 커프는 Vintage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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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터치 프린트의 드레스는 Miss Gee Collection. 골드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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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링 디테일의 칵테일 드레스는 Givenchy. 크리스털 드롭 이어링은 Vintage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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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나오기 전에 〈멜로가 체질〉의 그 유명한 ‘오빠 애교 신’을 다시 봤어요 하하하. 그 장면으로 저를 기억해 주는 분이 많아요. 
 
한지은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120% 보여준 장면이었죠. 그 장면으로 당신에게 ‘입덕’한 이들도 있었고요 감사한 일이에요.  
 
〈멜로가 체질〉로 좋은 인상을 남겼기에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차기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멜로가 체질〉의 ‘한주’를 통해 저를 접한 분이 많을 테니까요. 한지은이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인지 아직은 낯설 테고요. 한주 이미지로 저를 바라보는 분이 많을 텐데, 〈꼰대인턴〉의 ‘이태리’는 한주와 많이 달라요. 그래서 어떻게 봐줄지 많이 궁금해요. 
 
이태리는 열정과 의욕 상실을 오가는 ‘감정 기복 돌아이’라고 들었어요(웃음)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푸는 친구예요. 밝고 단순한데, 속에 있는 말은 기어코 해야 하는 스타일이죠. 수직 구조인 세상을 수평적으로 바라보는 친구랄까요. 
 
실제의 당신은 어때요?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든 하나요, 아니면 삼키나요 저는 고민하다가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고민하는 시간은 길지만, 대신 말할 땐 직설적이죠.
 
〈꼰대인턴〉에서 김응수, 노종현 배우와 신입 인턴 3인방을 형성해요. 김응수 배우가 연기한 ‘시니어 인턴’ 설정이 흥미롭더군요 김응수 선배님이 정말 많이 열려 계세요. 응수 선배님을 비롯해 〈꼰대인턴〉 배우 9명이 함께하는 단체 카톡방이 있어요. 사실 너무 높은 선배님이 있으면 단톡방이 활성화되기 쉽지 않잖아요(웃음)? 그런데 저희는 안 그래요. 선배님이 먼저 열어주니까 다들 편하게 뭉치게 되더라고요. 
 
직장인 스트레스 1위가 사내 인간관계라고 하더군요. 배우들은 어떤가요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디든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저희는 작품 따라 만나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단기간에 함께하는 사람과 어떻게 잘 소통할 것인가의 싸움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해요. 작품이 없을 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선배님들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배우는 촬영할 때도 중요하지만 쉬는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어릴 때는 그 의미를 몰랐어요. 이제는 알아요. 쉬는 기간에 자신을 정비해 놓아야 다음 작품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 이 분야에서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 〈귀〉로 2010년에 데뷔했습니다. 배우로 10년을 지내왔는데요, 중간 점검을 하자면 일단 너무 신기해요. 연기라는 걸 꾸준히 해왔다는 게. 지금도 하고 있다는 게. 중간에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잘 버틴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은 더 단단해지고 싶어요. 
 
고민의 순간들을 버티게 한 힘은 뭔가요 사실 중간에 3년 정도 연기를 그만뒀어요. 연기 아닌 인생을 살아보려고 여러 시도를 했죠. 그런데 연기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지더라고요. 제대로 해보지 않고 그만뒀다는 것에서 오는 미련도 있었고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들었죠. 다시 시작한 후로는 힘들지언정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이젠 어떻게 잘해나갈까만 생각해요. 
 
연기를 떠나 있던 시기에 어떤 시도를 했나요 일단 닥치는 대로 공부했고요, 각종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일반 회사에 지원해서 시험도 봤죠. 그러다가 스피치 학원 강사로 일하게 됐어요. 학생으로 다니던 곳인데, 제가 연기자였다는 걸 알고는 수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주셨죠. 연기와 스피치는 비슷한 게 많다면서요. 평소라면 ‘감히 내가 누굴 가르쳐?’라는 생각에 거절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때는 뭐라도 붙잡고 싶을 때여서 도전했죠. 
 
스피치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강조한 건 뭔가요 자신감 그리고 여유. 자신감이 ‘진짜 있는 것’과 ‘있는 척하는 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그건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같고요. 여유를 가지려면 타인에게 딸려가지 않는 나만의 호흡과 속도를 지키는 게 중요한데, 그게 쉽지 않죠. 그래서 많이 노력해야 하는 일 같아요. 
 
배우에게도 해당하는 말 같군요 맞아요. 저는 이미지 단역부터 시작해 단역, 조연을 한 단계씩 밟았어요. 그러다 제가 조금 더 보일 수 있는 역할, 작품에 조금 더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게 됐는데, 현장에서 저도 모르게 눈치를 보고 있더라고요. 제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공기에 너무 익숙한 탓에 제 중심으로 돌아가도 되는 상황임에도 습관처럼 눈치를 본 거예요.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자신에게 실망했죠. 1박 2일 촬영 끝내고 차에 오르자마자 대성통곡을 했어요(웃음). 촬영장에서 집까지 2시간 거리인데, 쉬지 않고 울었던 기억이 나요. 
 
어떤 작품을 촬영할 때였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영화 〈리얼〉 촬영 때였어요. 너무 어렵게 그리고 운 좋게 들어간 작품이었어요. 제 딴에는 ‘이제 사람들이 나라는 배우를 조금은 알아주겠지?’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었죠. 그런데 첫 촬영에서 그런 걸 느낀 거예요. 처음으로 ‘내 그릇이 이 정도인가?’라며 자책했어요. 
 
〈리얼〉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캐스팅 소식에 온종일 당신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 김수현과의 만남 때문에 ‘신데렐라 탄생’이란 기사도 쏟아졌고요 〈리얼〉 합류 소식을 듣고 기사까지 났을 때 잠을 못 잤어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서요. 그만큼 기대와 부담이 컸고, 그래서 첫 촬영 때 저에게 더 실망한 거죠. 결과적으로는 그 경험이 저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당시 420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어요.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오디션에서도 최종 3인에 올랐었죠? 오디션에 통하는 필살기가 있나요 필살기라기보다 현장에 여유 있게 도착하려는 편이에요. 저는 오디션도 기 싸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분위기에 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찍 가서 주변의 낯선 공기에 적응하려고 해요. 
 
인터뷰에서 롤 모델로 줄리아 로버츠를 많이 언급하더군요. 가정을 해봐요. 〈귀여운 여인〉 〈노팅힐〉 〈클로저〉의 여주인공 캐스팅 제안이 동시에 들어온다면 어떤 작품을 선택할 건가요 우아~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셋 다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하나를 꼭 꼽아야 한다면 〈귀여운 여인〉. 그 작품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다 가지고 있던 것 같아요. 귀여움, 섹시미, 슬픔 등. 나라면 저렇게 살릴 수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해보고 싶어요. 희로애락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니까요.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의 일요일 코너 ‘일요뮤직드라마’에 고정 출연하고 있죠? 그 코너에 청취자로서 신청곡과 사연을 보낸다면 음, 대학교 1학년 때의 첫사랑? 신청곡은··· 혹 이런 제목의 노래 없나요? ‘왜 그랬어, 나한테?’라는(웃음)? 
 
하하, 첫사랑에 데였군요 첫사랑이 짝사랑이었거든요. 아! 신청곡은 ‘혼자 한 사랑’이 좋겠어요. 참 순수했던 시절이었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와 다를까요 똑같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이라는 건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랑이란 것도 여러 실패를 경험하면서 깨닫고 성장하는 부분이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본질은 비슷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고요. 
 
그럼에도 가장 달라진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자신을 많이 지킬 수 있게 됐어요. 어릴 때는 어떤 기준이 없었어요. 그래서 내 취향을 지키면서 사랑할 줄 몰랐고, 온전히 다 맞추는 사랑을 했죠. 그때는 또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요. 뒤돌아보니 건강하지 못한 사랑이었더라고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를 지켜내는 방법을 조금은 찾았죠. 그게 변했다면 변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SNS에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올렸더군요.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나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당신도 그런 것 같군요.     
 
퍼프 슬리브 셔츠와 컬러 블록 스웨이드 스커트는 모두 Miu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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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리스 저지 톱과 컬러 배색이 돋보이는 스커트는 모두 Kijun. 레이스업 샌들은 Reike Nen.

백리스 저지 톱과 컬러 배색이 돋보이는 스커트는 모두 Kijun. 레이스업 샌들은 Reike N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