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유행을 복기하고 있는 이번 시즌, 경쾌한 점들의 모임인 폴카 도트가 돌아왔다. 이미 옷장 구석엔 도트 무늬의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나 올봄엔 그것을 매일 꺼내 입고 들어도 된다는 이야기. 드리스 반 노튼, 메종 마르지엘라, 발망, 사카이 등에 등장한 아름다운 도트 드레스뿐 아니라 가방과 스카프, 슈즈에까지 도트의 향연이 펼쳐지니, 쿠사마 야요이를 떠올리며 온몸을 동그란 점으로 채워도 좋다.
도트 무늬 1955 홀스빗 미디엄 백은 가격 미정, Gucci. 도트 패턴의 플랫 슈즈는 77만원, Aquazzura by Hanstyle.com.
트렌드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는 80년대의 워킹 걸 무드(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불평등에 맞서 남성처럼 옷을 입은 스타일)는 로퍼라는 실용적인 슈즈를 불러왔다. 오리 주둥이처럼 둥글넓적한 앞코와 발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두툼한 뒷굽을 기본으로, 발등을 가로지르는 새들 장식을 더한 페니 로퍼나 작은 태슬 또는 홀스빗 장식을 더한 로퍼 등 매니시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블랙 앤 화이트의 투 톤 로퍼는 72만9천원, Mulburry. 유니크한 프린트의 스위프트 로퍼는 1백45만원, Louis Vuitton.
디자이너들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패션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온갖 내추럴 소재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라피아다. 피크닉 박스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셰이프의 박스 백과 버킷 백 외에 데일리 룩에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정제된 디자인의 백과 슈즈를 눈여겨보자.
스트로 소재의 주얼 장식 뮬은 가격 미정, Dolce & Gabbana. 수공예 디테일과 기하학적 패턴이 돋보이는 스튜디오 백은 2백75만원, Salvatore Ferragamo.
천연 소재로 만든 가방 트렌드에 한 발을 걸친 뱀부 핸들 백을 눈여겨보자. 미우미우에서 선보인 둥근 형태의 핸드백과 구찌의 독창적인 앨리게이터 백 등 대나무를 구부려 레더 소재와 연결한 뱀부 핸들 백은 바구니 같은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라피아 백처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물건을 담았을 때 형태가 무너지지 않아 격식을 갖춘 자리에도 잘 어울린다.
크로커다일 소재의 스몰 버킷 백은 가격 미정, Gucci. 바구니를 연상시키는 뱀부 버킷 백은 1백88만원, Miu Miu.
90년대로 트렌드의 초점이 맞춰지는 이번 시즌. 9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 케이트 모스와 쟈딕 앤 볼테르가 협업하여 새로운 핸드백이 탄생했다. 그녀의 이름을 딴 케이트 백이 그 주인공. 빅 사이즈의 쇼퍼백, 실용적인 사첼 백, 트렌디한 미니 월렛 세 가지로 선보이는데, 모든 가방의 안쪽에는 케이트 모스가 전하는 ‘Live and Love’ 핸드라이팅과 사인이 새겨져 있다.
탠 컬러의 케이트 월렛은 57만9천원, 스네이크 패턴의 케이트 웰렛 와일드는 69만9천원, 레더와 체인, 두 종류의 스트랩이 달려 있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스터드 장식의 케이트 사첼 백은 97만9천원, 모두 Zadig&Voltaire.
여기 장인 정신의 결정체가 있다. 가죽을 가늘게 잘라 매듭을 짓거나 패브릭처럼 짠 아이디어는 2020년 스프링 시즌의 액세서리에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한 독특한 가죽 가공 방식인 우븐 레더는 펜디와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의 아이코닉한 백과 슈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우븐처럼 가죽을 꼬아 만든 바게트 백은 1천1백10만원, Fendi. 양가죽을 꼬아서 완성한 BV 커브 샌들은 2백75만원, Bottega Veneta.
지난 몇 년간 지속되던 스니커즈의 유행이 잠시 주춤한 사이, 그 자리를 플랫폼 슈즈가 이어받았다. 다리를 타이트하게 감싸는 부츠, 옥스퍼드 슈즈, 네덜란드의 전통화를 닮은 크로그, 하이힐의 경사가 없는 샌들 등 두툼한 플랫폼은 거의 모든 종류의 슈즈 형태에 적용됐다. 그중에서 여기 모인 현란한 패턴의 플랫폼 슈즈는 디스코 시대를 재현한 에센셜 아이템이다.
70년대풍의 레트로 패턴 플랫폼 샌들은 1백29만원, Gianvito Rossi.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컬러의 플랫폼 슈즈는 가격 미정, Aquazzura by Hanstyle.com. 기하학적 패턴의 스웨이드 플랫폼 슈즈는 가격 미정, Hermès.
데님을 새로운 트렌드로 분류하는 건 어색하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옷장에 늘 존재해 왔으니까. 하지만 액세서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늘 입던 청바지가 아니라 커다란 쇼퍼백과 플랫폼 샌들, 앞코가 뾰족한 플랫 슈즈 등에 사용된 데님 소재는 1970년대와 2020년을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데님 소재의 플랫폼 샌들은 1백18만원, Gianvito Rossi. 데님의 다양한 워싱 컬러를 모자이크한 온더고 GM백은 4백2만원, Louis Vuitton.
작고 소박한 플라워 프린트로 채워진 안나 수이, 커다란 코르사주를 머리와 옷, 모자 위에 장식한 마크 제이콥스와 루이 비통, 60년대의 벽지 패턴을 활용한 펜디와 프라다 등 이번 시즌 런웨이에는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는 플라워 가든이 펼쳐졌다. 이런 자연주의 트렌드는 하이 주얼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섬세한 세공 기술이 돋보이는 여러 송이의 꽃들이 손가락 위에 펼쳐지는 부케 링으로 다가온 봄기운을 만끽하시길.
8개의 꽃송이가 모인 프리볼 링은 1천1백만원대, Van Cleef & Arpels. 수국을 모티프로 한 호텐시아 링은 가격 미정, Chaumet.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페이퍼 플라워 다이아몬드 오픈 플라워 링과 클러스터 링은 가격 미정, 모두 Tiffany & Co.. 두 개의 페어 컷 커넬리언을 사용한 쎄뻥 보헴 카닐리언 투 헤드 링은 6백만원대, 3개의 꽃잎이 펼쳐진 쎄뻥 보헴 트리플 모티브 링은 1천만원대, 모두 Boucheron.
팬톤은 ‘올해의 컬러’로 차분한 클래식 블루를 지정했지만, 런웨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네온 컬러다. 발렌티노, 자크뮈스, 크리스토퍼 케인, 마르니, 발렌시아가 등의 컬렉션에는 핑크, 오렌지, 그린, 옐로 등 학생 때 즐겨 쓰던 형광펜 컬러의 향연이 펼쳐졌는데, 이 인공적이고 시끄러우며 독특한 컬러는 당신의 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아크릴 소재의 뮬은 가격 미정, Christian Louboutin. 네온 컬러의 패브릭과 송아지가죽이 믹스된 스니커즈는 1백17만원, Valentino Garav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