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만은 않겠다던 어느 에디터의 어드벤처 스토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A 리스트 파티 취재 전문 기자인 홀리 밀리아. 하마터면 ‘터프한 원숭이’가 될 뻔한 그녀가 직접 체험한 뷰티 어드벤처 스토리를 공개한다. ::홀리 밀리아,화려한,자유로운,즐거운,스페셜 장소, 레스토랑, 카페, 무대,생일, 스페셜 데이, 축제, 파티, 행사,MCM,샤넬,키엘,랑콤,프레쉬 크렘,파티,뷰티 어트벤처,스토리,체험,엘르,엣진,elle.co.kr:: | ::홀리 밀리아,화려한,자유로운,즐거운,스페셜 장소

1 MAC 웜 쓰릴씨커스 피그먼트 글리터, 골드 모드. 5개, 6만원.2 랑콤 압솔뤼 크렘드 브릴런스 립글로스. 3만8천원.3 프레쉬 크렘 앙시엔느. 25만2천원.4 키엘 아시이 데미지 프로텍팅 토닝 미스트. 4만5천원.5 샤넬 NO.5 쉬어 모이스처 미스트. 5만5천원.6 몇 십년 동안 나와 함께해 온, 이제는 두렵지 않은 주사기.맨해튼 어드벤처 25년 전 나는 에디터의 부푼 꿈을 안고 US 매거진 리서처와 페이시스 앤 플레이시스(Faces & Places) 리포터로 맨해튼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 손엔 테이프레코더를 들고, 다른 한 손엔 샴페인을 든 채 내가 주인공인 마냥 도시를 누비고 다녔다. 당시 나의 삶은 파티에 집중됐고 사교라는 소용돌이에서 스타들을 인터뷰하며 밝고 아름다운 나날들로 시간을 보냈다. 메이블린 그레이트 래시 마스카라로 나의 높은 자신감을 나타내듯 하늘로 치솟는 속눈썹을 만들었고 샤넬 NO.5 미스트로 흥을 냈다. 이 젊음이 영원히 유지되길 바라면서. 내로라하는 셀럽들을 취재할 때면 나도 그들과 같은 급의 유명인사가 된 듯 나만의 프라이드에 취해 버렸다. 내 인생이 그들처럼 흘러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저녁, 파크 애비뉴의 쇼윈도의 마네킨 사이로 비춰진 내 모습이 불안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지쳐 있었던 탓일까?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계에 극도로 달한 탓일까? 갑자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치열하게 살아온 생활에 느닷없이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나이 들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고 느꼈다. 생각을 곧 행동으로 옮겨 매거진으로 이직했고 결코 평범할 수 없는 길을 택하게 됐다. 성형술에 관련된 실험적인 칼럼을 맡은 것. “건강보험은 들어놓았죠?”라는 질문과 함께 미국 뷰티 산업의 미궁 속에서 신제품과 성형술을 테스트하는 뷰티 어드벤처 세상의 문을 열었다. 실험대 위의 나 처음 맡은 일은 댈러스에서 새로운 레이저 기기들을 테스트하는 일. 영구적인 제모를 약속하는 탄산 에디-야그 레이저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다리, 겨드랑이, 비키니 라인과 심지어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은 유두 부분의 헤어까지 모조리 제모했다. 제모가 시작됐을 때는 헤어뿐 아니라 오장육부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뿌리까지 모조리 탔을 거라고 생각했던 헤어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그 끈질긴 생명력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과학적 성형술부터 때론 어처구니없고 비합리적인데다가 초현실적인 테스트까지 총 50여 차례의 모험을 모두 거쳤다. 가볍게는 초창기 눈트임에서부터 정맥 치료, 근육 성형, 차크라 요법, 뾰루지 쇼크 요법, 장 청소까지. 마치 고압실에 누워 있는 모델 같은 생활을 보냈다.어디 그뿐이랴. 체코의 한 수도원에서 수녀들이 수제로 만들었다는 프레쉬의 크렘 앙시엔느의 유래를 확인 사살하기 위해 체코 수도원을 한걸음에 달려가 직접 찾아나서기도 하고, 키엘의 아사이 베리 성분을 찾아 브라질 열대 우림을 쑤시고 다니기도 했다. ‘손을 보면 고생한 정도를 알 수 있다’는 말조차 나오지 못하도록 팔자 주름 치료에 효과적인 레디어스 필러를 손등에 주입하며 위안을 얻곤 했다. 어느 웹사이트의 소녀들은 ‘틴에이저 피부를 갈망하지만 손은 52세? 이번엔 성형 중독의 대상은 손인가?’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나는 ‘중년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 그깟 일들이 뭐 대수롭겠는가’ 싶었다. 그때 내 관심사는 ‘최고의 보톡스는? 립 필러는? 눈 주름 성형은?’ 등등의 궁금증이었으니 말이다. “세상 일에는 좋거나 나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체험을 통해 교훈을 터득하는 것 뿐이다!”는 말로 위로해 주는 나의 사수 때문에 가볍게 그들의 공격을 ‘초딩’들의 재잘거림 정도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들이 인터넷으로 성형수술에 관련된 기사들을 읽기 시작할 때쯤이면 내 체험담이 상당히 요긴할 테니까. 또 몇몇 뷰티 시술은 도를 지나친 경우도 있어서 위험 부담이 꽤 컸다. 편도선비대증에 사용되는 무선 주파 에너지로 과색소 침착 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붉게 탄 상처는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피부과 전문의인 데니스 그로스 박사 역시 “너무 리스크가 큰 테스트였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그는 좀 더 약하고 온화한 방식의 초창기 ‘믹스토 마이크로 프랙셔널 CO2’ 스킨 리서페이싱 레이저를 소개해줬다. 나는 뷰티 디렉터인 에밀리와 에디터인 리즈를 구슬려 함께 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를 받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려 인상을 찌푸릴 수조차 없었다. ‘고진감래’란 속담을 새기며 고통을 참고 시술을 받았지만 랍스터처럼 붉게 변한 얼굴을 보니 ‘고생 끝에 화’가 치밀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사무실로 향하는 내내 그들에게 상당한 죄책감이 들었지만 다행히 2년이 지난 후 업그레이드된 믹스토 레이저는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미세 주름뿐 아니라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까지 복원해 주는데다가 색소 침착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피부 재생과 콜라겐 리모델링이 함께 이뤄지는 장기적인 요법이었다. 자신을 사랑하기어느 날, 내 인생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절대 칼을 대는 성형수술은 하지 않겠다’는 신조가 소시지 같은 눈두덩을 보는 순간 흔들리고 말았다. 선천적으로 두툼한 눈두덩이 젊을 때는 꽤 섹시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더 이상 나의 매력 포인트가 아니었던 것.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을 망치는 치명적인 주범이라는 생각이 들자, 몇 년 동안 나를 지켜온 결심이 쉽게 무너져 버렸다. 하루 종일 거울에 비춰진 못난얼굴을 보면서 부모님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내가 신뢰하는 의사인 그로스와 제럴드 피트먼 박사를 당장 찾아가 상담하기 시작했다. 제럴드 피트먼은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성형에도 ‘감정적인 문제’가 연결된다는 사실을 일러줬다. 성형의 기대치들이 높기 때문에 깨어났을 때 행복한 모습이길 원한다는 것. 하지만 성형 후 ‘행복함’을 느끼거나 ‘오 마이 갓. 내 얼굴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말의 한 끗 차이 감정은 몇 밀리미터의 오차에서 비롯될 수 있으며 ‘이왕 하는 거 대공사를 하자.’는 생각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 나도 콤플렉스인 눈두덩과 복부 지방 흡입은 물론 목 주름 리프팅도 한 큐에 해결하고 싶다고 말하려던 순간, 그는 “홀리, 뭔가를 할 ‘필요성’을 찾아내려고 하지 말아요. 당신의 눈은 미묘한 차이로 성형하지 않는 편이 나아요. 웃을 때 눈매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있어요. 또 복부 지방 흡입을 할지라도 여전히 배는 둥글게 튀어나올지 몰라요.”라고 조언했다.나는 두 번째로 찾아간 정신분석학자이자 형태학자인 제럴드 엡스타인에게 다짜고짜 “남자들이 저를 보고 한눈에 반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그가 숱한 테스트를 거친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는 내 얼굴을 변형한 3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어때요. 터프한 작은 원숭이 같지 않나요?’’라며 짐승녀가 될 뻔한 나를 구제해줬다. 그의 사무실을 빠져나올 때쯤 그는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매력 있어요.”란 말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나는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행인 것은 그 길의 끝에는 칼로 예쁘게 조각된 ‘인공 인간’이 아니라 건강한 정신을 지닌 ‘오리지널 나’가 있었다. 그의 몇 마디에 실험용 쥐와 같은 삶을 살았던 나의 모든 순간들이 치료된 느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흘러간 모든 일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친구인 조는 내게 이런 말을 해줬다. “넌 인공적으로 예뻐질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는 덜 예뻐지는 거야.”라고. 내가 그동안 경험한 뷰티 어드벤처는 뇌수술은 아니었지만 머리 속을 바꿔놓았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장점을 들여다보기보다 단점을 파헤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도 알았다. 확실히 세월이 두렵지만 여전히 난 나이고, 나만이 홀로 세월의 흐름과 맞닥뜨리는 게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문자 그대로 피부로 느끼게 됐다. 얼굴을 고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마음을 고치는 일인 것까지도. 성형을 숭배하는 마인드가 고쳐지기까지 역겨운 육체적 실험을 견뎌야 했지만 이 메시지를 아무런 고통 없이 알고 있는 당신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인정하길 바란다.*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2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