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가장 프랑스적인 집

맑은 공기와 부드러운 햇살이 들어찬 공간, 색이 자연스럽게 벗겨진 오래된 가구들이 손짓한다. 파리지엔의 아이콘,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가 마련한 새 보금자리.

BYELLE2020.03.26
파리에서 만나는 전원풍의 가옥. 오래전부터 여기 있었던 것 같은 마루 바닥재는 시골 마을 멘에루아르 (Maine-et-Loire)에서 공수했다. 맞춤 제작한 투박한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삼을 엮어 만든 화분 커버는 Maison du Monde. 세라믹 접시는 Karine Goldberg. 건축가 엘렌-소피 마르탱이 디자인한 책장은 재활용 목재와 스틸 막대로 만들어졌다. 플로어 램프는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
 
 
“모딜리아니, 자코메티, 만 레이, 발튀스 등 수많은 예술가가몽파르나스에서 살았지요. 예부터 남다른 창작의 열기가 이 동네를 들뜨게 했어요. 그들이 숨 쉬고 거닐던 거리에서 저도 영감을 받으며 지내고 싶었어요.”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만큼 파리가 잘 어울리는 여인은 없다. 파리지엔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그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자리한 곳은 파리 14구역 몽파르나스. 헤밍웨이와 피카소, 피츠제럴드 등 당대의 화가와 작가들이 즐겨 찾던 카페 ‘라 크로즈리 데 릴라(La Closerie des Lilas)’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고요함이 흐르는 아름다운 전원풍의 가옥이 있다. 처음 이 집을 발견했을 때는 매력적이라 느낄 만한 구석은 별로 없었다. “온통 제가 싫어하는 요소 천지였어요. 소용돌이 무늬가 있는 대리석 계단과 흉한 타일, 묘지 비석에나 어울릴 법한 벽난로, 쓸데없이 설치된 엘리베이터 등….”
‘이네스 스타일’대로 대대적이고 정교한 변신이 필요했던 상황. 레너베이션은 건축가 엘렌-소피 마르탱(He′le‵ne-Sophie Martin)이 맡았고, 시공은 보스코 보드로직(Bosko Bodrozic)이 책임졌다. 둘의 협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졌는데, 여기에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 이네스가 직접 만든 ‘이미지 보드’가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환상의 팀은 모든 디테일 하나하나에 세심함을 기울였다. 새롭게 복원한 벽돌 벽과 창 안쪽에 단 덧문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새것보다 낡고 닳은 것을 좋아하는 이네스의 취향은 집 안 곳곳에서 묻어난다. 개러지 세일을 찾아다니고, 잡동사니를 모아둔 다락방을 살피고, 몇 번의 주말을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보낸 덕에 이네스는 아늑하면서도 여러 가지 느낌이 공존하는 탁월한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파리지엔 스타일이에요. 맞춤 제작한 것과 대중적인 것, 오래된 것과 인터넷에서 구입한 것을 과감하게 섞고 조합하는 거죠. 마치 로저 비비에 슈즈를 신고 유니클로 셔츠를 입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나저나 이 집에 한 시대를 풍미한 톱 모델이라는 집주인의 흔적이나 사진 한 장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허영에 찬 전리품에 둘러싸여 지내는 건 말도 안 되죠. 모두 지나간 일인 걸요!”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의 자연스럽고 심플한 삶의 철학, 이 집을 빛나게 하는 진짜 비밀이 여기 있다.  
 
 
이네스가 책과 사진, 영감을 주는 자료 등을 모아놓은 서재. 창밖으로 초록 풍경이 아른거린다. 그녀는 이 방에서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는 뉴스레터(lalettredines.com)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이 뉴스레터는 그녀가 추천하는 장소와 최근 마음을 빼앗긴 것들을 소개한다. 테이블과 의자, 수납 가구는 모두 빈티지로,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 슬랑시(Selency)에서 구입했다. 테이블 램프 '티욜'은 Lucide.
 
 
벽과 벽난로, 가구 모두 흰색으로 통일한 거실에 고요한 평화가 흐른다. 리넨 소재의 소파 베드와 캐시미어 담요는 Caravane. 리넨 쿠션은 Maison de Vacances. 바닥에 깔린 태피스트리는 AM-PM. 낮은 테이블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해 흰 페인트를 칠한 것. 그 위에 놓인 나무 접시는 Ailleurs. 오른쪽에 있는 의자는 월계수나무 프레임에 종려나무 잎을 엮어 만든 시트를 얹은 것으로 Cosydar-Deco. 구리로 된 펜던트 조명 ‘워크숍’은 HK Living
 
 
욕실에 놓인 빈티지 콘솔은 오래된 작업대의 떡갈나무 상판과 두(Doubs) 지방에서 구한 앤티크 세면볼 덕분에 두 번째 삶을 얻었다. 매트한 블랙 래커를 칠한 수전은 Cristina Rubinetterie. 거울 ‘바르비에’는 AM-PM. 벽에 단 펜던트 조명 ‘티욜’은 Lucide.
 
 
친구들과 그 가족이 머물곤 하는 게스트 룸은 따뜻한 톤으로 꾸몄다. 파우더 핑크와 올리브 그린 컬러의 리넨 침구는 Borgo delle Tovaglie, Lissoy, Monoprix, Caravane. 침대 옆에 있는 대나무 테이블은 Tine K Home by The Cool Republic. 조명은 Maison du Monde. 창 안쪽에는 프랑스 남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덧문을 제작해 달았다.
 
 
프랑스 동부 두(Doubs) 지방에서 구한 재료로 맞춤 제작한 싱크대가 놓인 정겨운 부엌. 오븐과 후드는 Smeg. 석영과 아크릴로 만든 개수대는 Kumbad. 수전은 Cristina Rubinetterie. 리넨 키친 타월 ‘비스트로’는 Charvet.
 
 
벽으로 구분하지 않은 거실과 다이닝 공간. 긴 테이블 주변에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짝이 맞지 않는 의자들을 놓았는데, 모두 흰색으로 페인트칠을 해 한가족처럼 보인다. 오른쪽에 있는 두 개의 앤티크 유리장은 중고 숍에서 발견했다. 스틸 펜던트 조명 ‘오리지날 1933’은 Coolicon L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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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VINCENT LEROUX
  • 글 LAURENCE DOUGIER
  • 에디터 김아름
  • 번역 박진영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