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 다가올 봄과 사랑을 믿는 이들을 위한 노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빌 에반스, 다가올 봄과 사랑을 믿는 이들을 위한 노래

"당신은 반드시 봄과 사랑을 믿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노래, 빌 에반스의 'You must believe in spring’.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열일곱 번째.

ELLE BY ELLE 2020.02.04
해가 갈수록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마음이 커진다. 바람에 초록 잎이 하늘거리고,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길바닥에 누웠던 벚꽃잎이 흩날리는 계절. 그토록 좋아하는 눈이 한 번도 펑펑 내리지 않는 이번 겨울을 배신하고, 얼른 봄 문턱 앞에 서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봄다운 영화를 찾아보고, 음악을 찾아 듣는다. 1967년 프랑스 뮤지컬 영화 〈로슈포트의 연인들〉을 위해 거장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과 자크 드미(Jacquws demy)가 만든 곡 'La chanson de Maxence(극 중 막상스의 샹송, You must believe in spring)’. 특히 내가 좋아하는 버전은 1977년 녹음하고 워너 브라더스에서 1980년 발매한 빌 에반스의 앨범 〈You must believe in spring〉 버전이다.
 
1979년 둘도 없이 의지하며 지낸 형 해리 에반스의 자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빌 에반스는 스스로 만성 감염 약을 끊고서 1980년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슬픔이 가득 담긴 앨범이지만 2번째 트랙에 담긴 이 음악은 내게 봄, 희망을 이야기한다.
 
가사가 없는 빌 에반스의 버전을 가장 좋아하지만 1976년 토니 베넷과 듀엣으로 연주한 버전을 듣고 가사를 한참 동안 읽었다.
 
When lonely feeling chill
The meadows of your mind,
Just think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마음속 초원에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느껴질 때
겨울이 왔다는 것은 봄도 멀지 않았음을 떠올리세요


Beneath the deepest snows,
The secret of a rose
Is merely that it knows
You must believe in spring
깊게 쌓인 눈 속에서도 장미가 피어난다는 사실은
봄이 온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는 걸 알려줘요

 
Just as a tree is sure
Its leaves will reappear
It knows its emptiness
Is just the time of year
잎이 다시 돋아날 거란 나무의 믿음처럼
겨울의 공허함도 단지 시간의 일부라는 걸 알려줘요


The frozen mountain dreams
Of April’s melting streams,
How crystal clear it seems,
You must believe in spring
얼어붙은 산도 4월의 녹는 강의 수정처럼 맑음을 꿈꾸듯
당신은 봄이 온다는 걸 믿어야 해요

 
You must believe in love
And trust it's on its way
Just as a sleeping rose
Awaits the kiss of May
당신은 사랑을 믿어야 해요
다가올 사랑을 믿으세요
잠자는 장미처럼 5월의 키스를 기다리듯이

 
So in a world of snow
Of things that come and go
Where what you think you know
You can't be certain of
You must believe in spring and love
수많은 역경과 불합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믿음이
더 이상의 신뢰를 줄 수 없게 된 지금일지라도
당신은 봄과 사랑이 온다는 걸 믿어야 해요



가사를 시처럼 읽었다. 눈이 내릴 세상을 기다리고 오고 가는 것 중에 내가 확실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지만, 사랑만큼은 믿어야지…사랑이 다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계절은 항상 하나에 머물지 않고 그 안의 우리도 제자리에 머물지 못한다. 2월 마지막 주, 돌아가는 것인지 떠나가는 것인지 모르는 여행을 준비하며 내게 돌아올 봄이 또는 펑펑 내릴 눈이 희망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는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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