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종, 너의 모든 것이 궁금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나의 나라>를 떠나 하와이로 향한 양세종은 바다의 낭만에 취하는 대신 한없이 걷고 또 걸었다

콘트라스트 체크 블레이저는 Off-White™. 블랙 셔츠와 화이트 터틀넥 톱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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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 재킷은 Noir Larmes. 화이트 타이 셔츠는 Lord and Taylor.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태슬 장식의 로퍼는 Christian Loubou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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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린 국내 팬 미팅 이름이 ‘너에게 보내는 시’였더라. ‘시’라는 이름을 붙인 건 본인 생각이었나 <나의 나라>에 함께 출연한 이유준 형(정범 역)이 어느 날 문자로 시 구절을 보내줬다. 당시 내가 좀 지쳐 보였던 것 같다. 이정하 시인의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이란 시였는데, 너무 좋더라.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뭉클한 마음이 들면서 이 시를 누구에게든 꼭 한번 읽어줘야겠다 싶었다.
시를 읽으며 그리운 누군가가 떠올랐나 보다 특정한 대상보다는 예전의 순수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의 나? 지금보다 더 맑고 자유로웠던. 물질적인 환경은 지금이 좋지만 마음은 그때가 더 풍족했던 것 같다. 그때의 생각으로 지금을 살아가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종영한 드라마 <나의 나라>는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 이런저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아직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나의 나라>는 내게 너무 기쁘고 소중한 경험을 준 작품이다.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데,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설명할 방도가 없다. 다른 드라마를 찍으면서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 없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 양세종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작품인 건 분명하다.
아픔 많고, 계속해서 뭔가를 위해 싸워야 하는 ‘서휘‘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본을 딱 봤을 때,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신념에 따라 꿋꿋이 버티는 서휘를 연기해 보고 싶었다. 물론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 다행인 건 함께했던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는 것. 우리 휘 가족들, (우)도환이, (김)설현이, 장혁 선배님, 안내상 선배님…. 진짜 다 좋은 사람들이다. 촬영하느라 힘들다가도 형들 보면 싹 풀리고, 가족처럼 함께 모이면 행복했다. 이야기상 극한에 치닫는 상황이 많아도 함께하는 배우들이 서로 힘이 되니 현장에서 자연스레 해소됐다. 데뷔 이래 마지막 촬영을 하면서 눈물이 난 건 처음이었다. 도환이도 숨어서 엉엉 울더라.
아직 작품의 여운을 느끼기 위해 긴 머리를 유지하는 건가 그건 아니고, 10~20년 안에는 다시 이렇게 못 기를 것 같아서 화보로 남겨두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싹둑 자를 거다(웃음).
작품을 찍는 동안에는 골방에 처박혀 사람도 잘 만나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봤다. 지금도 그런가 그러지 않고 싶은데 그렇게 되더라. 내가 불안한가 보다. 그렇게 안 하면. 물론 시간이 쌓이고 쌓인 뒤에는 또 다른 방식이 생기겠지. 그런데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인 것 같다. 사실 연기라는 게 정답이 없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계속 시뮬레이션해 봐야 현장에 섰을 때 여유로워지고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나오게 된다.

라이더 재킷은 Noir Larmes.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라이더 재킷은 Noir Larmes.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작품이 끝나고 ‘나’로 돌아온 뒤에는 어떤 일상을 보내나 촬영했던 기억과 향수까지 다 털어내고 온전히 나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그런 뒤에는 평범하다. 일단 일어나서 샤워하고 밖에 나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게 안 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든 백화점 구경을 하든 무조건 나간다. 한 가지 꼭 하는 거라면 이어폰 끼고 밤길을 걷는 것. 어떤 때는 3~4시간을 걷기도 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돌아와서 잠이 안 오면 영화 보며 와인 한 잔 마시고.
하와이에 오면서 챙긴 거나 계획한 게 있나 해외 나가면 꼭 챙겨가는 게 트레이닝복과 향수, 스피커, 이어폰, 신용카드 정도. 그 외에는 딱히 없다. 어느 나라를 가든 사실 다른 걸 별로 안 한다. 관광지나 박물관 같은 곳에도 흥미가 없다. 이번에도 화보 촬영 마치면 진짜 엄청 걸어다닐 거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 내 정서랑 맞는 곳은 베를린이었던 것 같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 많더라(웃음). 다들 이어폰 끼고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다니는데, 그게 커피가 아니라 뱅쇼더라. 길을 걸을 때도 서로 방해 안 하고 존중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와인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와인은 신기한 게, 몇 천원부터 몇 백만 원까지 가격이 정말 다양하고 맛도 다르다는 것. 소주는 사실 맛이 비슷비슷하지 않나. 와인은 온도에 따라서도 다르고, 오픈했을 때랑 30~40분 지났을 때 또 맛이 다르다. 되게 예민하고 섬세한 술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어제 몇 개월 만에 어머니와 이모, 이모부, 삼촌까지 다 모였다. 샴페인 한 병, 레드 와인 세 병, 디저트 와인 한 병, 이렇게 다섯 병을 사갔는데 새벽 두 시까지 다 마셔버렸다.
양세종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 내 인생의 전부.
어머니에게 어떤 아들인지 궁금하다 내가 생각할 땐 불효자다. 촬영 들어가면 자주 보지 못하니까. 어제도 집에 들어갔더니 어머니가 안아주시면서 “안 놔줄 거야”라고 하시더라. 내가 어머니한테는 애교가 진짜 많다. 볼에 뽀뽀도 하고, 팔짱도 잘 끼고 다니고. 어릴 적엔 오히려 못 그랬는데, 지금은 자주 뵙는 게 최고의 효도라는 생각이 든다.
와인 말고 또 즐기는 게 있나 힘들 때 바로 찾는 게 향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가 있는 공간에 향수를 엄청 뿌린다. 즉각적으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집에 향수가 꽤 많은데, 주로 쓰는 건 네 개 정도다. 이 네 개는 필수고 떨어지는 즉시 사둔다.
연말연초, 복잡한 생각이 드는 때이기도 하다. 본인은 어떤가 워낙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편이다. 앞서 말했듯이 2019년은 많은 가르침을 얻은 해였다. 행복하다.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순간, 함께하면 좋을 영화와 와인을 꼽아본다면 (한참 고심한 뒤) 일단 영화는 <타이타닉>으로 하겠다.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 볼 때마다 엄청 힐링된다. 사랑과 절망, 배신, 희망이 다 들어 있다. 특히 서로 다르게 살아온 잭과 로즈의 사랑 이야기가 뭔가 본질을 건드리는 느낌이다. 와인은 레드 와인이 좋겠다. 5만~8만 원대의 로버트 몬다비나 조셉 펠프스 와인을 추천한다. 향기로운 밤을 보낼 수 있을 거다.

모던한 스퀘어 셰이프와 글로시한 소재가 고급스러운 데이비드(David) 백팩은 Jillstuart Accessory. 프린트 셔츠와 블랙 팬츠는 모두 Wooyo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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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레더 셔츠는 Dunhill. 터틀넥 톱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첼시 부츠는 Sand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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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스트라이프 재킷과 테이퍼드 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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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라>를 떠나 하와이로 향한 양세종은 바다의 낭만에 취하는 대신 한없이 걷고 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