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박가희

박가희는 커플의 친밀한 사생활을 그린다. 그들이 만지고 맛보고 느끼는 감각을.

BYELLE2019.12.19
박가희, Early Supper, 2019

박가희, Early Supper, 2019

페로탕 서울의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의 전시 전경.

박가희, Cocktail, 2019

박가희, Cocktail, 2019

이번 전시 제목이기도 한 ‘We Used to be Fish’라는 회화 작품에는 그간의 작품에서 줄곧 등장했던 소재들이 총출동한다 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와 남편과 와인 한잔하면서 구글링을 하다가 ‘모든 생명체는 수만 년 전 바다로부터 왔다. 우리는 원래 물고기였다’는 과학 기사를 봤다. 남편은 말도 안 된다고 했고 나는 그렇다고 우겼다. 저녁 내내 이 주제로 장난 섞인 논쟁을 벌였는데 그게 발전해서 그림이 됐다. 내 작업 과정은 어제 있었던 일과 뉴스, 미술사적 주제 등 매우 다양한 것에서 영감을 받은 드로잉에서 시작한다.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그걸 갖고 놀다가 때가 되면 페인팅으로 발전시킨다.
거의 모든 그림에 강아지 혹은 고양이가 등장한다 아이를 갖고 싶지는 않지만 모성애는 많은 사람이라 그걸 친구나 동물에게 쏟아붓는다. 모든 동물을 사랑하고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기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에 등장하는 것 같다.
친밀한 커플이 개인 공간에서 감각적, 육체적, 감정적 만족감을 느끼는 장면이 제시된다. 그리고 그들은 나체이다 백인 남자인 폴 고갱이 타히티에서
원주민 소녀들의 누드를 그린 작품을 보면서 결심했다. 그가 여자의 몸을 타자화했다면 여자인 내가 내 벗은 몸을 그리겠다고. 여성의 즐거움, 특히 성적인 희열을 표현하는 것이 터부시된 역사를 뒤로하고 이제는 그것을 표현해 보자고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뉴욕을 비롯해 전 세계 미술계에서 그런 터부와 타자화를 허물려고 노력하는 추세와 물결이 일고 있고 우리는 그 한가운데 있다.
그림에서 손가락도 눈에 띈다. 가제트 만능 팔처럼 유연하게 뻗어 나와 테이블 아래에서 성기를 움켜쥐고 있거나 고양이에게 음식을 먹여준다 20대에 미국에 가서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던 기간이 있었다. 그리고 내 의견을 100% 전달할 수 있게 된 지금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동양인 여자를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시선을 받으면 원치 않았음에도 관음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관찰하게 된다. 다소 괴기스러워 보이는 손은 그런 상황에 대한 저항을 완고하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양인 여자는 조용하고 순종적이라는 편견에 대항하는 의미도 더해서. 우리도 열망의 대상을 향해 손을 뻗어 움켜쥘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박가희의 국내 첫 개인전 <We Used to Be Fish>는 페로탕 서울에서 12월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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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스에디터 안동선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