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디자이너는 활기를 잃은 뉴욕 컬렉션에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재기 발랄한 런던 디자이너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환상을 그리고 있다. 디자이너 매티 보반은 대담하고 컬러플하며 창의성이 돋보이는 2019 F/W 컬렉션을 두고 ‘정치적 분위기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표현했다. “확실히 낙천적인 컬렉션이에요. 사랑과 에너지가 가득하죠. 핸드메이드와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결합시킬 수 있는지 고민했어요. 단, 기교처럼 보이지 않고 재미있어 보이는 게 중요했어요. 이번 컬렉션에선 순수한 즐거움만 바라봤어요.”
몰리 고다드는 자신만의 독특한 비전이 담긴 형형색색의 샤 드레스로 억제할 수 없는 로맨티시즘과 판타지를 드러냈고, 1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모델 리스트가 인상적이었던 시몬 로샤와 런던의 빅 쇼로 급 부상한 리처드 퀸의 쿠튀르적인 런웨이도 오래도록 잔상을 남겼다. 한편 발렌티노의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쿠튀르를 발렌티노의 ‘꿈’이라고 말한다. ”저는 쿠튀르가 과거에 속한 것으로 보는 개념에서 발렌티노를 멀찍이 떼어놓고 싶어요. 무엇보다 발렌티노가 현대적인 쿠튀르 패션 하우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쿠튀르를 사랑하는 피치올리의 마음은 몽클레르와의 협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패딩이라는 기능적이고 현대적 소재로 자신이 꿈꾸는 아름다움과 환상을 맘껏 펼치고 있으니. 정신적 구출이 필요한 시기에 인간이 본능적으로 예술적 위로 도구를 찾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돌보고 즐거움과 행복을 찾길 원한다. 현 상황을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시대를 상징하는 ‘화염과 분노’에 맞서는 패션계의 결단은 바로 인간이 누릴 ‘기쁨’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접 입을 수 없다 해도 괜찮다. 이번 시즌만큼은 ‘보는 즐거움’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패션이 주는 달콤한 환상이야말로 지리멸렬한 일상에 잠깐의 도피처가 돼줄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