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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악당 포인트맨 캐릭터가 재미있다. 삼성카드 광고에서 포인트 쌓으라고 나오는 파란 인간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카피했다. 포인트맨을 만들어내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로스트 하이웨이>의 악당을 떠올리고 작업을 했는데, 그런 룩이 나오질 않았다. 우린 동양 사람이다 보니. 하루 찍고 포기한 다음, <엑스맨>에 나오는 시꺼먼 돌연변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렇게 검은 룩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했다. 어차피 블루스크린을 쓰니까 파란 옷을 입고 찍은 다음에 빼면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복을 사다가 파란 물감을 들이고 파란 수영모자를 쓰고, 얼굴과 손에도 물감을 칠하고 연기를 했다. 집에서 홍보 영상을 찍다 보니, 장비가 있어서 집에서도 녹음을 했다. 포인트맨을 직접 연기했지만 변조를 해서 내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영화의 특수효과나 촬영에 대해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니다! 이것저것 많이 참고했다. <에이리언>의 서플먼트가 도움이 되었다. 새끼 에이리언이 덮치는 신이 있는데, 그걸 교묘하게 잘라서 찍어놓고 이어붙인 거더라. 머리를 잘 써서 찍은 장면이다. 그런 걸 배워서 써먹었다.
와, 스스로 연마를 했다니 놀랍다. 영화에 독수리 성운이 나오는데, 후배 화가가 포토샵으로 합성해주었다. 특수효과는 대체로 직접 했다. 강풍기를 빌려온다든지 해서.
그렇다면 CG작업만 업체에 맡긴 건가? 업체가 너무 비싸서 황수연 감독이 맡아주셨다. CG 전공이 아닌데, 이런 작업을 잘하는 걸로 소문난 분이다. 그분도 엄청나게 고생하고 개인 일정 희생해가면서 저렴한 가격에 일해주셨다.
포인트맨에 의하면, 고시생들을 지구 공간만 차지하는 놈들이라고 비난한다. 잉여인간, 루저라고 비하한다. 웃기면서도 자학적이었다. 맞다. 자학적인 면이 있다. 세상이 개판이니 시니컬한 면이 있다. 개판인데 바뀔 것 같지는 않고. 신자유주의를 다들 어떻게 막을까 고민하는데, 얼마 전 시사회에 온 분이 못 막을 수 있다고 하더라. 우리는 밀려서 다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는 더 노예가 될 것이다. 그분 말대로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엔딩에서 진식이를 찾으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럼에도 희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적으로는 희망적이고 싶다. 진식을 찾아 나선다는 대사는 사실 말도 안 된다. 그냥 좋게 말하면 진식에 담긴 뜻, 정신을 배우고 계승한다는 의미였다. 음악감독님은 진식이 포인트맨이 되었을 거라 하더라. 포인트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시 진식이 흔들린다. 블랙홀로 들려가면서 포인트맨이 웃는 걸 보면 죽은 건 아니다. 같이 가서 회유를 당했을 수도 있을 거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있어도, 선하고 바른 길을 가려고 해도, 권력이나 영생 같은 것에 회유 당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진식이 회유 당하고 살아 있을 테니 <불청객 2>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본인이 직접 연기한 응일이 포인트맨에게 공격 당한 후, 영어로만 말하는 게 정말 웃겼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서 따온 거다. 거기서 김상경이 영어로 말하는 걸 보고 쓴 거다.
김진식, 원강영 씨는 실명 그대로 연기를 한다. 두 분들의 반응도 재미있을 것 같다. 둘 다 시험 공부하는 분들이라 단편이라고 했을 때는 그래, 하자고 했다. 갈수록 회차가 늘어나니 짜증이 나고 대충하게 되었다. 다행히 두 분 다 감이 좋은 편이었다. 원활한 촬영을 위해 세부적인 디테일을 전부 요구하면 배우들은 싫겠지만, 전문 배우가 아니다 보니 그걸 편하게 받아주셨다. 연기가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감이 좋았다. 영화 속의 자취방은 진식 형이 살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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