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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밥냄새 가득한 골목 토치기, 니쿠자가 나는 토치기라는 지역에서 태어났다. 숲과 강에 둘러싸인 조용한 동네였다. 부모님은 라멘 가게를 운영하셨다. 고향 사람들은 메뚜기를 바짝 졸여 먹거나 시모츠카산 두부를 으깬 요리를 즐기기도 했지만, 우리 집 식단은 대체로 라멘이었다. 나무 위에 아지트를 지어놓고 만화책을 보관하던 어린 시절, 어쩌다 가족과 스시를 먹으러 가면 수족관에서 반짝이는 생선 비늘에 넋을 잃었다. 스시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은 그때부터 시작됐고, 도쿄의 전설적인 식당 ‘스시 큐베이’에 들어가며 성취됐다. 어릴 적을 떠올리면 역시 라멘이 가장 많이 떠오르지만, 가끔씩 어머니가 해주던 일본식 가정 요리가 더 그립다. 일본 요리에는 오색오미(五色五味)라는 말이 있다. 한 상 위에 다섯 개의 색과 다섯 개의 맛이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본에는 자장면처럼 색깔 하나가 지배적인 상차림이 없다. 어머니는 오이절임과 낫토, 관동 지방 특유의 아와세 된장으로 끓인 미소시루 등 다양한 요리로 색을 맞췄다. 그중 적색을 담당하던 것이 고기감자조림인 니쿠자가()였다. 일본 음식은 간장 문화에 기초하고 있다. 농도와 달기가 지방에 따라 다른데, 가정식에 맞춰 맛을 연하게 하기 위해 오사카 지방의 간장을 사용했다. 감자와 쇠고기, 당면과 당근이 기본이며, 오키나와에서는 돼지고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지역에서 어떤 재료로 요리하든, 일본 사람이라면 이 요리에서 밥 냄새가 풍기는 귀갓길을 떠올릴 것이다. 내게는 그것이 고향 요리다.” 마츠모토 미즈호 (웨스틴 조선 ‘스시 조’ 셰프)
5 Size doesn't matter 브렌 랄뢰, 헨트식 닭고기 요리 내가 태어난 고향의 주민 수는 100명 남짓이었다. 그러니 당신의 질문은 틀렸다. 벨기에는 아주 작은 나라고, 벨기에 국민에게 그런 질문을 할 때는 ‘고향 요리’가 아닌 ‘나라의 요리’에 대해 묻는 것이 옳다. 벨기에 요리는 북부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메뉴의 70% 이상이 겹친다. 그러나 우리가 프랑스의 미각적 속국이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대체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프렌치’ 프라이의 원산지는 벨기에다. 우리는 신선한 홍합을 크림과 함께 삶은 후 감자 튀김과 먹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벨기에 음식을 비웃지만, 남프랑스의 지중해 쪽 해안선에 사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 홍합 요리를 아주 좋아한다. 프랑스와 우리의 결정적인 차이는 술잔에 무엇을 따르느냐다. 그들은 와인을 마시고 우리는 맥주를 마신다. 벨기에의 국민은 100만 명에 불과한데, 자국 맥주의 종류는 400여 종이 넘는다. 심지어 요리에도 넣는다. 카르보나드 플라망드(Carbonade Flamande)는 벨기에산 브라운 에일을 넣어 만드는 쇠고기 스튜인데, 이 요리를 모르면 벨기에 사람이 아니다. 오늘 내가 준비한 음식에는 갈색 맥주 대신 검은 후추와 노란 마늘이 들어갔다. 벨기에의 유서 깊은 도시, 헨트(Gand)에서 처음 만들어진 닭고기 요리(Waterzooi De Poulet A La Gantoise)로, 올리브유 대신 크림이나 버터를 많이 쓰는 벨기에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닭과 리크, 무, 감자, 양송이버섯을 푹 삶은 후, 담백하게 익은 닭고기 위에 버터와 밀가루, 마늘과 블랙페퍼로 만든 크림소스를 얹었다. 소박하고 정직한 맛은 벨기에 농가의 식탁을 연상시킬 것이다.” 니콜라스 드 비쉬(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테이블 34’ 셰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