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명상과 사랑속에 젖어 든 삶을 선택한 줄리아 로버츠의 모멘트

“이게 당신의 삶을 바꿔줄 거예요.” 통통한 라비올리 하나를 건네며 줄리아 로버츠가 말한다. “제발, 한 입 먹어보면 날 더 좋아하게 될 거예요. 내가 인터뷰에 아무리 늦게 와도, 마구 까탈스럽게 굴지라도!”

프로필 by ELLE 2010.08.31


1 플라워 문양 컷 아웃과 파이예트 디테일이 가미된 시폰 가운은 가격 미정, Roberto Cavalli. 젬스톤 장식 골드 뱅글은 1550~1850달러, Beladora. 반지와 스네이크 뱅글들은 줄리아 로버츠 개인 소장품.

셀러브리티를 취재하는 불운한 저널리스트의 교훈 첫 번째. 아무리 그녀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게 확실할지라도 절대 여배우에게 “망가져 보인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메리 라일리, Mary Reilly>에선 기꺼이 망가지기로 한 건가요?” 줄리아에게 느닷없이 이렇게 물었다. 좋은 친구가 되기로 해놓고서 난 그녀에게 1996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각색한 스티븐 프리어스(Stephen Frears)의 영화 속에서 그녀가 안 예뻐 보인다고 말해버렸다. 여배우로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얘기하다가 정말 어리석은 짓을 저질러버린 것이다. 교훈 두 번째. 철저한 리서치부터 한 후에 질문의 베이스를 깔라는 것이다. 난 분장술에 가까운 메이크업이 동원되지는 않았는지 계속 외모에 관한 얘길 늘어놓았고 결국 로버츠의 코끝이 약간 찡그려지는 듯했다. “한마디로 용감한 거죠!” 심지어 난 외모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 때 여배우는 그렇게 평가된다는 말까지 덧붙이고 말았다! 일순간 로버츠의 두 눈이 어두운 빛을 발하더니 랑콤의 뉴 페이스인 그녀의 완벽한 피부가 약간 붉어졌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난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어요!”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는 이내  시원한 웃음을 터트린다. 사람들의 마음까지 승리감으로 도취시켜 버리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빅 스마일이다. 이 웃음의 시그널은 내 무례함에 대한 감정적 격발이 사라졌다는 것, 더 이상 데미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로버츠는 짓궂은 장난기로 처음부터 날 놀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칫 오해하기 쉬운, 하지만 확실히 이런 점이 그녀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바늘을 숨겨놓고 찌르는 듯하다가 어느새 상처 부위에 부드러운 연고를 발라주는 것!
여기는 말리부. 로버츠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에서 약간 벗어난 한 도로변이다. 이곳에 막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장시간 촬영을 마치고 온 터라 예민해지고 기운도 빠져 있었다. 이때 그녀의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로버츠가 문자 메시지를 큰소리로 읽어준다. “당신의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들었어. 미안해. 내가 거기 있었어야 했는데!” 2000년 <멕시칸 The Mexican> 촬영장에서 만난 카메라맨 대니 모더(Danny Moder)와는 세 아이(여섯 살짜리 이란성쌍둥이 피노스와 헤이즐 그리고 세 살인 헨리)를 두고 있다. “아이들은 마치 꼬리표처럼 그를 졸졸 따라다녀요. 마치 세 조각으로 똑같이 분열된 것처럼….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요.”  로버츠의 가족은 할리우드라는 세상에 대한 성채 역할을 한다. 그녀는 그 성채 안에 있으며, 다른 동료 여배우들이 갖지 못한 걸 가졌다. “사람들은 배우를 떠올릴 때 그들의 삶은 전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좀 더 극단적인 가정을 하죠. 하지만 정말 불행하거나 행복하거나 사랑에 빠졌거나 혹은 그 미몽에서 막 깨어났거나, 다들 똑같은 일들을 겪고 있어요. 행복한 결혼 생활일지라도 혹은 실패한 관계일지라도 모든 것에는 아름다움이 존재해요! 그 아름다움은 스스로 얻기 나름이죠.” 올 9월 말 개봉할 신작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는 용기 있는 자아 발견 스토리다. 전 세계적으로 850만 부가 팔려나간 엘리자베스 길버트(Elizabrth Gilbert)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올가을, 여성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이다. 이혼 소송과 삶의 짐을 털어내는 여정은 이탈리아서 맘껏 먹고 마시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이런 말을 건네는 브라질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당신이 내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더 보내야 할까요! 사랑에 빠진다는 건 정말 즐겁죠. 그건 내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감정은 30년 가까이 처음 느꼈어요!”




2 영화 속 상대역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입은 빈티지 밀리터리 재킷은 가격 미정,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NYC, 코튼 셔츠는 90달러, Polo Ralph Lauren.



3 1970년대 폴린 트리제 실크 시폰 드레스는 1470달러, Frock NYC. 진주, 루비, 에메랄드와 로즈 컷 다이아몬드 비딩 장식에 골드 세팅 네크리스, 골드와 다이아몬드 뱅글 모두 가격 미정, Neil Lane Jewelry, 라피, 카르넬리안, 오닉스 비딩 장식 브레이슬릿은 245~715달러, Me&Ro. 루비와 사파이어 장식 뱅글은 1650달러, Beladora, BeverlyHills. 다이아몬드 하트 링은 850달러, David Yurman. 그 외의 링은 줄리아 로버츠 개인 소장품.



4 줄리아 로버츠가 입은 실크 드레스는 4000달러, Vivienne Westwood Gold Label. 네크리스는 가격 미정, Neil Lane Jewelry. 하트 네크리스는 1505달러, Me&Ro, 벨트는 98달러,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NYC. 부츠는 440달러, Bess.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입은 레더 재킷은 3775달러, Gucci, 코튼 셔츠는 90달러, Polo Ralph Lauren. 빈티지 진은 198달러, 부츠는 248달러, 모두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NYC.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감독 라이언 머피는 줄리아 로버츠와의 작업 후 그녀를 이렇게 평가한다. “타고난 무비스타예요. 사람들이 그녀와 함께 꿈을 꾸고 사랑을 느끼고, 어디든지 따라갈 결심을 갖게 만드니까요. 또 그녀 역시 모든 빛과 카메라 앵글에 대해 능통한 재능을 지녔어요. ‘우는 걸 찍을 거예요. 왼쪽 뺨에 반쯤만 흐르게!’ 이렇게 주문한다면 그녀는 문제없이 해냅니다.” 그러나 정작 줄리아 로버츠는 ‘실수들이 종종 삶을 배우는 가이드라인이 돼왔다’고 털어놓는다.“난 많은 걸 배웠어요. 실수들도 많이 해왔고요. 또 내 인생에서 사람들에게 날 대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도 터득했어요. 이 짧은 동안에 난 당신에게 내게 편안해지는 법을 가르칠 거예요.” “어, 이미 라비올리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 주었잖아요.”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했을 때를 회상하면서 로버츠가 말을 이어갔다. “어머닌 카톨릭 신자였고, 아버진 침례교도였어요. 하지만 카톨릭의 조용한 침묵의 숭배는 내 타입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갖는 침례교가 더 마음에 들었죠. 이 두 가지를 혼합한다면 내 아이들을 좀 더 영적인 삶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죠.” “영적인 삶이란 어떤 건가요?” “말하자면 아주 힌두교적인 거죠.” 목에 두른 힌두 네크리스들을 흔들어 보이며 그녀가 말한다. “힌두 사원에는 어른으로서 느끼는 많은 것들이 융합돼 있더군요. 요즘엔 남편과 아이들까지 모두 사원에 가서 기도를 드려요.”
힌두 철학은 어떤 면에선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커리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버츠는 힌두교의 가르침 대로 환생을 믿으며, 영혼은 다른 사람들의 몸에 재탄생될 수 있다고 여긴다. 전생에 누구였을 거 같냐는 질문에 로버츠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혁명 정신이 강한 농부였을 거예요. 땔나무를 모으고, 그 불길이 훨훨 타올라 세상을 바꿀 거라고 믿었겠죠.” 그렇다면 다음 세상에는? “이런, 여기서는 가족과 친구들이 날 응석받이로 만들어버렸어요. 하지만 다음 세상에는 남들을 뒷받침하는, 조용하고 조신한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줄리아는 세 자녀 중 막내였다. 장남 에릭은 그녀보다 훨씬 먼저 알려진 배우였고 언니 리사 역시 배우였다가 지금은 영화 제작을 한다. 고교 졸업 후 그녀는 브로드웨이의 애슬릿 풋(Athlete’s Foot)과 그 옆의 파파이스 치킨에서 일했다. 연기학원도 다니진 않았지만 로버츠는 <미스틱 피자 Mistic Pizza>(1988) 등 몇몇 영화에 캐스팅돼 얼굴을 알렸고,1990년엔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영화역사 학자인 데이빗 톰슨은 “기꺼이 오페라에 데려가고 대학까지 보내주고 싶을 정도로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운 매춘부였다. 로버츠는 콜걸 버전의 오드리 헵번이었다!”고 평했다. 초창기엔 연기력에 대한 혹평도 있었으나 지금 그녀는 당당하게 말한다. “그땐 그랬어요. 테크닉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배우에게 지나간 연기력을 논하는 것만큼 지루한 일이 있을까요? 누군가 내게 뻔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에게 이런 얘길해 줄 거예요. ‘카메라는 내 행복감을 표현해주죠. 아마도 그게 더 우세할 거예요!’라고 말이에요.” 로버츠에게는 이렇게 씩씩하고 톰보이스러운 면이 있다. 그녀는 남자배우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면서 스스럼없이 장난을 친다. <오션스> 시리즈를 촬영할 때 로버츠는 종종 짓궂은 멤버들의 희생양이었다. “그들이! 내가 유일한 여자였는데도! 어느 날 조지 클루니는 거대한 화분을 내 문 앞에 갖다 놓았죠. 내가 일하러 나갈 수 없게! 시간 엄수가 내 자부심인데도 말이에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촬영장에선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의 브라질 악센트가 그녀의 놀림 거리였다. “몇몇 단어는 줄리아에게 정말 재밌었나 봐요. ‘enlightenmente’라는 단어를 말할 때 그녀는 하루 종일 웃어댔어요. 서로를 놀려대되 그 농담을 즐길 수 있는 건 근사한 일이죠. 서로 얼굴에 토마토를 던지지 않는 범위에서!”  저녁 무렵 태평양의 안개가 레스토랑 주변에 드리우기 시작할 무렵 그녀는 내 가족, 휴가, 좋아하는 책들, 연인 그리고 심지어 별자리까지 물어보았다. 난 그녀에게 브롱크스 오차드 비치(Orchard Beach)의 숲, 붉은 날개를 지닌 검은 새, 일렁이는 물결 등을 얘기해주었고, 로버츠는 내게 뉴 멕시코의 목장과 결혼식 때 봤던 사막의 바위 등을 들려주었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평온해지길 바라는 듯했다. 테이프 리코더에 바짝 기댄 채, 그녀는 내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그와 결혼하세요!” 로버츠는 내게 “표류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한 걸 알아요? 남자의 인생은 세 가지로 완성돼야 한다는 얘기 말이에요. 글 쓰고, 집 짓고 그리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죠.”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했던가? 암튼 그 진위 여부엔 상관없이, 줄리아 로버츠는 캘리포니아로 출발하기 전 ‘망가져 보인다.”는 말을 했던 내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마무리를 해줬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WILL BLYTHE 포토 ALEXEI HEY
  • CARTER SM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