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원빈의 눈을 통해 빚어낸 달콤 씁쓸한 비주얼 오브제

깨닫지 못한 채 흘려버리는 시간들이 있다. 사라지고 나서야 떠오르는 각인들이 있다. 다시 혼자가 된 한 남자의 치열하고도 공허한 나날은 그로부터 시작된다. 원빈이 배우의 눈을 통해 빚어낸 달콤 씁쓸한 비주얼 오브제 <MovieStill by Wonbin>. 자, 영화가 시작된다.

프로필 by ELLE 2010.08.03


1 빈티지한 데님은 가격 미정, D&G.



터덜터덜, 남자의 헛헛한 발걸음이 초라할 만큼 힘이 없다. 과거로 통하는 긴긴 복도를 홀로 걸어 마주할 풍경은 무엇일까?


2 이너로 착용한 빈티지 캐시미어 크루넥 니트는 가격 미정, 울 소재의 더블 브레스트 밀리터리 코트는 3백만원대, 다크 그레이 컬러의 밀리터리 스키니 팬츠, 블랙 레더 워커는 각각 1백만원대로 모두 버버리 프로섬.




3 빈티지한 데님은 가격 미정, D&G.

Falling Slowly
“질문, 답, 질문, 답, 그런 인터뷰는 아니죠?” 카페에 들어선 그가 배우에게서 들어본 가장 인상적인 첫인사를 던진다. 취재를 빙자한 취조에는 서로 관심 없다는 걸 확인한다. “천천히 얘기하다 보면 생각할 여지가 있으니까요.”  행여 오해 말라는 듯 그가 친절하게 부연한다.
폐쇄적으로 보일 만큼 말을 아낀다는 건 원빈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다. 최소한의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사적 거리는 저마다 다르다. 말하자면 원빈은 스스로 안락감을 느끼기 위해 타인들과의 사이에 강원도 정선의 야산 하나 정도 공간이 필요한 사람은 아닐까 싶었다. 숱한 엄폐물과 참호로 뒤덮인, 하지만 산골에서의 어린 시절이 정서에 미친 영향이나 친구와 함께했던 오래전의 바닷가 여행, 금연의 어려움 등 인터뷰의 애피타이저 같은 문답을 조근조근 이어나가는 그의 태도는 기존의 은둔자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워낙 과묵한 탓에 그의 말보단 기자들의 단상에 의존하는 인터뷰가 많아 ‘(본의 아니게) 기자들의 필력을 테스트하는 배우’로 낙인 찍힌 걸 원빈 자신도 안다고 했다. “의도적인 신비주의는 아니에요. 그냥 성격이 그래요. 사실 예전엔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 대하는 게 어렵고, 사람 많은 데 가면 힘들었어요. 시골 태생이다 보니 도심 생활이 낯설었어요. 청담동 같은 화려한 거리는 나와 안 맞는 것 같으니까 불편해서 안 가고. 일부러 사람들을 피한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말을 안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걸 알았어요. 요즘은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여전히 ‘왜 이렇게 말을 안 하냐?’고들 하죠. 특히 주변 사람들이 그래요. ‘난 많이 한 건데?’ 그러면 혀를 차면서 ‘지금 장난하냐?’ 그러죠. 도대체 얼마나 말을 해야 많이 한다고 그러는 건지.”
말 끝에 그가 웃는다. 일말의 저의나 계산은 물론이거니와 유화나 타협의 의도조차 읽히지 않는, 특유의 숫저운 웃음이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시골에서 농사 짓고 살아도 어울렸으리란 봉준호 감독의 말에 수긍이 가는 순간이다. 평소엔 ‘추리닝’에 슬리퍼 끌고 극장에 가거나 시장에 다니기도 한다는 원빈의 말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야구 모자에 선글라스 끼고 나가는 건 나 좀 알아봐 달라는 뜻이죠. 제가 의식하지 않으면 사람들도 잘 몰라요.” 그의 외모에 대한 찬사들만 모아도 개인 도서관 하나는 차릴 법한 스타성을 가진 배우라면 공적인 삶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방법을 일생의 숙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내린 답이 무엇이건, 그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와 ‘톱스타’를 동시에 뜻하는 일반명사로까지 진화해 버린 원빈 대신 엄연히 실체로 존재하는 한 인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건 뜻밖의 수확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즐겁게 해야죠. 살면 얼마나 산다고. 여유가 있는 건 중요한 거 같아요. 남의 눈 의식하고 사는 거 불편할 때 많잖아요. 특히나 이런 직업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그런 건 좋지만 실제 삶은 부자연스럽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놓아버리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서른 넘어가면서 조금 그런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게  연기에도 도움이 돼요. 뭔가를 턱 놓아버리니까 더 편하고 자연스러워지는 거죠.” <마더>의 도준과 <아저씨>의 태식은 그런 전제에서 탄생한 캐릭터들이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때 오히려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는 최근에 깨달았다고 한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현장의 수많은 스태프들에게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부담감을 완전히 털어버린 건 아니지만 이제 연기 자체의 재미에 눈을 떠가는 중이라고. “어릴 땐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이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창피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용기를 내는 편이에요. 카메라 앞에서는 내 세상이니까 좀 자유로워지자고. 이번 촬영이 끝나고 나니 예전처럼 힘들다는 생각보다 새로운 걸 해내서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더 커요.”



사라진 후에야 새삼 소중했다 여기는 추억이 있다.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점점 무기력해지기만 한다.



4 내추럴 화이트 컬러의 울 소재 크루넥 니트는 가격 미정, 버버리 프로섬. 블랙 레더 워치는 그랜드 까레라, 6백26만원, 칼리버17 by 태그호이어.



5 저지 소재의 지퍼 장식이 있는 보디수트는 가격 미정, 버버리 프로섬.

BEAUTY NOTE
왕지원처럼 깊고 고혹적인 눈매를 완성하려면 먼저 깨끗한 피부 표현이 중요하다. 투명한 피부톤을 유지시키는 랑콤 화이트 리바이밍 미네랄스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얇게 발라주었다. 깊고 그윽한 느낌의 눈매는 랑콤의 펜슬형 아이라이너, 크레용 콜로 선명함을 살린 후 4색 아이섀도 팔레트,랑콤 옹브르 압솔뤼쿼드 웨트 프로세스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다 자연스럽게 반짝이는 컬러 피버 글로스로 립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6 빈티지한 데님은 가격 미정, D&G


지금까지 원빈의 커리어는 자연인으로서 자신이 가진 속성과 비현실적인 스타지금까지 원빈의 커리어는 자연인으로서 자신이 가진 속성과 비현실적인 스타성 사이의 괴리감을 조율하는 과정이자, 대중의 편견과 기대에 대한 반란의 연대기처럼 보인다. 신작 <아저씨>(8월 5일 개봉)에 함께 출연한 열한 살짜리 배우 김새론은 이 작품 전에 원빈 ‘아저씨’를 몰랐다고 한다. 그런 세대에게야 박혁거세가 알 깨고 나오던 시절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원빈이 ‘기무라 타쿠야를 닮은 신인’으로 불리던 때가, ‘대사 없는 다비드 상’으로 인지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드라마 <꼭지>에서 늘어진 러닝 셔츠 차림으로 시골 청년을 연기한 게 첫 번째 반전이었다. 그는 화면 가득 흙 냄새를 풍기며 배우로서의 열정과 재능을 입증해 보였다. 그후 돌이켜보면 <가을동화>에서 “얼마면 돼?”를 외치던 재벌가 자제 한태석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그렇지, 그의 길지 않은 필모그래피 중 대중적 이미지를 소비하며 안전하게 취할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외모는 멋지지만 엉뚱한데다 나사가 몇 개 빠진 듯한 4차원 킬러(<킬러들의 수다>), 한국전쟁 때의 학도병(<태극기 휘날리며>), 반항기 다분한 고교생(<우리형>), 애매모호한 분별력과 심리 상태를 가진 최근 작 <마더>의 도준까지. 대개의 배우들처럼 멋들어진 캐릭터나 ‘큰 배역’에 대한 갈급함이 그에게선 엿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드물게 대중 앞에 나선 탓에 그의 선택에서 배우로서의 지향점이나 일관성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말장난과 일반화를 좋아하는 기자들이 기껏 그에게 붙여준 타이틀이란 게 ‘보호받는 역할 전문 배우’였을까.
“전 단 한 번도 그런 역할이라 생각한 적 없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들어놓고 시사회에 가서 보면 제가 늘 보호받는 역할이더라고요. 연기할 땐 오히려 내가 보호하는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엄마 걱정, 형 걱정 너무 하고, 그들을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거거든요. <우리형>에서도 제가 형과 엄마를 보호하는 입장인 줄 알았어요.” 때문에 신작 <아저씨>에는 ‘원빈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원빈 자신도 그게 이 영화를 즐겁게 촬영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런 농담 섞인 지적 때문이 아니어도, 이 시점에서 원빈에게 <아저씨>는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보인다. 그가 꾸준히 지향해왔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던 진중한 배우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작업 시기의 문제가 걸려 있다. 그 동안은 워낙 드문드문 작품을 내놓은 탓에 그를 직업 배우로 보아야 할지 단지 가능성 있는 스타로 보아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예전에는 2년이나 2년 반 만에 한 편씩 했는데, 이번 작품은 빨리 결정한 편이죠.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더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까, 그냥 지내는 것보다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 일을 즐기면서 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한 편 하고 나면 힘들어서 좀 많이 쉬어야 해요. 여러 작품을 연속해서 하는 분들 보면 같은 배우지만 존경스러워요. 신인이건 대선배건 상관없이 내가 이 일을 하고 그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진심으로 존경해요. 대사 외우기도 힘들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앞당겨서 하게 됐죠. 좋은 것 같아요. 여러 작품을 다양하게 해보는 게.”
새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은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 역을 맡았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다가와준 어린 친구 ‘소미’가 납치를 당하자, 태식은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거대한 사회악에 맞선다.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욕심 낼 법한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점, 원빈의 첫 단독 주연이라는 점 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시나리오를 본 이들은 다른 부분에 주목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떨군 고개를 차마 들 수 없는 건 사실을 인정하기 힘든 마음의 무게 때문이다.


7 골드 브라운 컬러의 싱글 브레스트 트렌치코트는 4백만원대, 밀리터리 스키니 팬츠와 블랙 레더 워커는 각 1백만원대, 모두 버버리 프로섬.




8 어깨에 버튼 장식이 있는 크루넥 니트, 밀리터리 스키니 팬츠, 블랙 레더 워커는 각 1백만원대, 버버리 프로섬. 브라운 레더 워치는 4백62만원, 까레라 데이데이트 by 태그호이어.



소리를 지르거나 눈물을 흘릴 여력도 되지 않는다. 꺼끌한 담배 연기를 토해내는 게 아픔을 표현하는 유일한 사치.


9 이너로 착용한 빈티지 캐시미어 크루넥 니트는 가격 미정, 밀리터리 울 소재의 피 코트는 3백만원대, 버버리 프로섬. 브라운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는 29만원, 버버리 by 룩소티카.




10 트위드 울 소재의 크루넥 니트는 90만원대, 밀리터리 스키니 팬츠는 1백만원대, 모두 버버리 프로섬. 세면대에 놓인 안티에이징 제품은 RS-28 셀률라 리주베네이션 세럼과 탄력 증진에 탁월하며 남성의 스킨에도 효과를 주는 셀률라 퍼펙트 리프트 세트, 모두 스위스 퍼펙션.


<아저씨>는 감정조차 버린 채 철저히 고립됐던 한 남자가 부성애와 동정심, 분노, 의협심에 휩싸여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극한 사태에 직면하는 과정을 다룬다. 표면적으로는 소녀와 대리부의 애정에 관한 이야기지만 자기파괴적 성향을 가진 한 남자의 치유와 구원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관객이 태식의 감정선에 몰입하지 못하면 영화 전체의 얼개가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람들은 액션에만 주목하지만 저나 감독님에게 그건 두 번째였어요. 태식의 절박함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죠. 액션이 중요한 것도 그게 말이 없는 태식에겐 또 하나의 언어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원 톱, 원 톱’ 하는데 그런 부담감도 크진 않았어요. 촬영이 바쁘게 진행되고, 순간순간에 몰입하다 보니 원 톱이니 이미지 변신이니 그런 건 까마득히 잊었어요.” 원래 그리 쿨한 성격이냐고 물었다. “쿨하기보다 단순한 거죠. 그래서 ‘이 작품이 내 작품이구나. 내가 다 끌어가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했다면 이 작품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난 지금도 그는 열심히 촬영했고 즐거웠으니 그걸로 됐다고 말한다. 흥행도 비평도 잘 되면 좋지만 이젠 자기 손을 떠난 부분이라고.
그는 스크린의 ‘가증스러운’ 자기 모습을 보기가 두려워 시사회 때 말고는 제 영화를 보는 법이 없다고 한다. “누군가 갑자기 한 발 다가오면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조심스러운 성격” 탓에 “아무 때고 전화해도 좋을 만큼” 사람과 친해지는 데 평균 3년쯤 걸린다고도 한다. 그런 성격의 사람이기에, 매 순간 부담감을 잊을 만큼 집중할 수 있었고, 즐거웠고, 행복했다는 그의 말에서 여느 배우들의 호들갑스런 홍보 멘트 못지않은 애정이 느껴진다.
<아저씨> 크랭크업 이후, 원빈은 패션TV 채널 엘르 엣티비와 <무비스틸>이라는 특별한 프로젝트에 참가해왔다. 그 자신이 기획부터 연기, 후반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로 참여한 단편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그가 엘르 엣티비와 손잡고 새로운 스타일의 영상 작업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아직 배우로서 할 일이 더 많을 텐데 왜 다른 분야를 욕심 내는 걸까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 얘기를 꺼내자, 오래 생각한 질문인 듯 원빈의 말이 빨라진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거기까지 발전이 된 거예요. 사실 굉장히 궁금했어요. 카메라 뒤에 있는 감독님의 마음을 읽을 수만 있다면 배우로서 좀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마침 그런 제안을 받은 거죠. 배우로서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굉장히 감사해요. 그리고 막상 해보니까 두 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감독님들이 무척 존경스러워요. 불과 몇 분짜리도 이렇게 힘든데 감독이란 직업은 정말 대단하구나. 감독의 입장을 100% 이해 못하는 상황에서 배우가 고집스럽게 자기 의견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배웠어요. 일단은 내가 따라주고, 그후 다시 한 번 내 의견을 얘기하는 게 맞는 거구나, 라는 점을요.” 지레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덕분에 불연속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 때문에 가졌던 원빈이라는 배우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일소된다.
인터뷰 초반, 그는 시골 출신들이 아무리 세련된 옷을 입고 도시에 나가 살아도 결코 버릴 수 없는 특유의 여유와 리듬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원빈은 지금껏 배우로서 느리지만 분명한 목표를 향해 걸어왔다. 원체 야망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에 이런 답을 내놓으며, 그가 쐐기를 박는다. “야망은 있죠. 굳이 말하자면 신인 배우들에게 ‘닮고 싶은 선배가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원빈 선배님이요’라는 말을 듣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걸 야망이라고 하는 것 맞나요?” 아마 맞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주 긍정적인, 그리고 멋진 야망이라고. WORDS 이숙명



바로 이 자리였다. 날 위해 치장하던 그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게….



11 이너로 착용한 패치 포켓 장식의 코튼 셔츠는 가격 미정, 울 소재의 쇼트 밀리터리 재킷은 2백만원대, 모두 버버리 프로섬. 화장대에 놓인 제품은 하이데피니션 쉐이브 폼, UV 엑스퍼트 뉴로쉴드, 랑콤맨. 보디 쉐이퍼 로션 슬리미시메, 마니피끄 오 드 퍼퓸, 랑콤.




12 이너로 착용한 버티컬 무늬의 크루넥 레이스 드레스, 밀리터리 스탠드 칼라의 퍼레이드 재킷, 각각 2백만원대, 모두 버버리 프로섬. 큐빅 이어링은 13만원대, 미네타니. 손에 든 립스틱은 압솔뤼 루즈, 랑콤.

BEAUTY NOTE
입술에도 안티에이징이 필요한 때. 혁신적인 안티에이징 성분 ‘프록실린’이 함유된 랑콤의 압솔뤼 루즈는 보다 촉촉하고 선명한 립 메이크업을 실현시킨다.




13 지퍼 장식의 레이스 톱, 구조적인 무늬의 레이스 펜슬 스커트, 나파 레더 소재의 카발리 부츠, 각각 1백만원대, 모두 버버리 프로섬. 큐빅 장식의 네크리스는 가격 미정, 미네타니. 욕조 위에 놓인 화장품은 지친 피부에 생기를 부여하는 셀률라 바이탈라이징 마스크, 피부 진정 작용이 탁월한 셀률라 토너, 셀프 히팅으로 지방 연소를 도와주는 써모 크림, 모두 스위스 퍼펙션.



14 기억을 털어 내고 치열한 준비를 시작한다. 결정적 순간을 위해. 이제야, 그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았음을 깨달았다.


MovieStill by Wonbin
서먹한 공기를 사이에 두고 아련한 기억과 마주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1. 이름은 모른다. 등장인물 역시 남자1이 전부다. 언뜻 여자의 모습도 내비치는데, 라고 느꼈다면 그건 남자의 기억에서 비롯된 잔상일 뿐 실제는 아니다. 추론하자면 남자1은 기억 속의 여자를 사랑했다. 하지만 잃었다. 사랑했을 테지, 라고 반문해 본다면 어쩌면 사랑의 감정보다 지켜주지 못한 괴로움으로 스스로 고립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맞아떨어지려면 그들의 역사가 존재해야 할 텐데 불친절한 이야기는 그마저도 없다. 그냥, 한 남자가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하지만 여자를 위한 것임이 분명한 복수를 위해 치열한 나날을 보내고 무리들과 거침없는 싸움도 치른다. 지극히 이기적인 외톨이 감성으로 해석에 반대하는 불완전한 시놉시스. 이게 바로 <무비스틸 바이 원빈>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풀이와는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도무지 무슨 얘길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 그게 바로 정답일 수도 있다.




1, 2, 12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아역배우 안서현과 영화의 첫 신 촬영 중인 촬영 스태프들.
3 운동으로 다져진 복근을 드러낸 공장 섀도 복싱 장면.
4, 10 새벽 4~7시 사이, 아셈타워 옥상에서 진행된 섀도 복싱 신 촬영 후 모니터를 확인 중인 원빈.



5 마리오네트 인형은 <무비스틸>을 위해 특별 제작된 김민정 작가의 작품.
6~9 <무비스틸>의 하이라이트인 원 컷 원 신 세트 촬영장. 한 장면을 얻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 무려 13시간.



11 퀴즈! 디렉터스 의자에 앉아 촬영본을 꼼꼼히 챙기는 이 사람은 누구? 
13 화보와 영상 촬영을 분주하게 오갔던 배우 원빈. 포토그래퍼 홍장현의 피사체가 된 순간.
14 8명의 무술 팀과 진행된 리얼 액션 신. 액션의 합을 맞추기 위해 투자한 한 달 간의 시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Real as Real as Fake
<엘르>에는 뭔가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다. 배우들과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지만 화보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 원빈과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영화 <아저씨> 개봉을 앞두고 의례 진행하는 패션 잡지와의 화보성 인터뷰를 예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사의 패션TV 채널인 엘르 엣티비의 스페셜 프로그램 <무비스틸>로 발전시켜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원빈이 수락하면서 일순간 작업이 엄청난 스케일로 커진 거다. 배우가 참여해 패션 화보와 TV 프로그램의 짧은 필름을 만드는 <무비스틸>은 그 동안 이미연, 김정은&김선아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이슈화된 적 있다. 그리고 대망의 세 번째 작업에 원빈이 낙점됐다. 해외 촬영을 갈 바에는 그 비용을 투자해 한국에서 퀄리티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원빈의 의견을 우리 모두 두 손 들어 환영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직접 스토리를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 일주일쯤 지난 4월 28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는 제안에 대한 대답으로 세 가지 키워드를 제안했다. 흑백필름, 액션 신, 피는 컬러 표현.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촬영은 한 5일 정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까지의 배우들은 이틀도 버거워했던 상황에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 매니저를 통해 전해온 영화의 내용은 한 장으로 정리된 콘티. 각 신의 장소와 등장인물, 카메라 워크가 짧지만 디테일하게 쓰여진 콘티는 원 신 원 컷(One Scene One Cut)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고감도 테크니컬 장비와 수퍼바이저가 필요하다는 정보 역시. 그의 콘티를 재현하자면 우선 제작 스태프를 꾸리는 것이 아주 시급했다. 엘르 엣티비팀의 연출 프로듀서와 박승인 촬영감독이 합류하면서 디테일한 구성을 위한 사전 제작 작업, 밤샘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 역사에 원빈도 함께했다. 그동안의 미팅이 그의 소속사 사무실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이뤄졌다면 본격적인 제작 회의 때는 직접 <엘르> 사무실로 날아와 밤샘 회의를 가졌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영화의 막바지 촬영을 하던 사이사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공장 신을 촬영할 양평 번데기 공장을 다녀왔다는 내용을 전해오기도 하고, 63빌딩 옥상을 섭외할 수 있겠냐는 식의 질문을 걸어오기도 했다. ‘장난이 아닌데!’ 그의 남다른 의욕은 처음 놀라움을 준 것과 동시에 엘르 <무비스틸> 제작진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5월 19일에 있었던 촬영감독과의 미팅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자신의 콘티를 설명하기 위해 무척이나 열심이었던 그는 배우로서의 포지션 그 이상이었으니까. 원빈과 함께 공장과 옥상 로케이션을 마무리한 6월 초, 그가 주머니 속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는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를 꺼내 보이며 신의 전개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을 이어갔다. ‘세상이 알고 있는 그 원빈이 아니구나.’ 재미있어 죽겠다는 눈빛, 적극적인 표현으로 촬영 후 영상 편집에 참여한 것까지 합하면 ‘수완 좋은 달변가’ 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가 잘 몰라서”라는 표현이 항상 뒤따랐지만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장면에선 “죄송하지만”이라는 단어를 필두로 의견을 어필했으니까.  3일을 가장한 5일간 밤샘 촬영을 이어갔던 이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면에 모두 담기란 힘들다. 앞서 진행된 22페이지의 화보 역시 엘르 엣티비에서 방영될 <무비스틸> 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 제작 준비 기간 43일, 촬영 3박 5일, 후반작업 기간 58일. 언젠가 타인이 발산하는 창조력에 매료당한 경험이 있다면 장장 105일간 이어온 ‘배우의 눈을 통한 영상’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겠다. WORDS 채은미


<엘르>가 탄생시킨 케이블 채널, 엘르엣티비 에서는 원빈의 눈을 통해 본 감성적인 모노 톤의 영상과 메이킹 필름이 공개된다. 의 본방은 8월 11일 밤 12시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8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채은미
  • 포토 홍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