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LL ME BY YOUR NAME 」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많은 것을 남겼다. 조각 같은 티모시 샬라메의 발견,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를 잇는 감독 루카 과다니노의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 이야기, 영화 속 촬영지 이탈리아 크레마의 한적한 낭만, 원작인 안드레 애치먼의 <그해, 여름 손님>,  첫사랑이 피어난 마법 같은 여름에 대한 로망, 마지막으로 두 배우의 매력을 극대화해 준 서머 룩. 티모시 샬라메의 아름다운 청춘을 표현하기에 피케 셔츠와 헐렁한 티셔츠는 흠잡을 데 없는 패션이었다. 납작한 보디라인을 따라 흐르던 스타일은 ‘이지 캐주얼 룩’이라고 쉽게 치부할 수 없는 감각적인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 아름다운 영상에 더욱 몰입하게 된 건 어찌 보면 평화로운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주인공들의 의상이 완벽했기 때문 아닐까? 여성들도 따라 입고 싶을 만큼 근사한 서머 룩이었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 모든 것이 화제가 된 이 영화의 속편이 어떤 설렘을 가져다줄지 말이다.    「 PAULINE AT THE BEACH 」 <해변의 폴린느>는 장면을 캡처해서 이어 붙이면 하나의 사진집을 만들어도 될 만큼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그래서 다소 이해 불가능하고 가벼운 러브 스토리의 전개보다 아름다운 풍경과 장면에 눈이 커지고 마음이 들뜬다. 소녀 같기도 소년 같기도 한 영화 속 주인공 폴린느는 화이트 룩을 새하얀 도화지처럼 깨끗하게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캐릭터로, 세일러문 칼라의 톱과 해변에서 입은 새파란 스트라이프 스윔수트 장면은 프린트해서 방에 붙여놓고 싶을 만큼 기분 좋은 잔상을 남긴다. 사촌언니로 등장하는 마리온의 스타일도 결코 밀리지 않는 서머 룩의 좋은 예. 타이트한 화이트 원피스에 빨간 에스파드리유를 신은 룩은 로맨틱한 서머 룩의 모범 답안으로 완벽하다.    「 STEALING BEAUTY 」 루카 과다니노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를 자신의 영화 아버지들 중 한 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스틸링 뷰티>를 보고 있으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은근하게 오버랩된다. 한적한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배경으로 은밀하고 섹슈얼하게 전개되는 자아 성장 스토리. 여기에 엄마의 흔적을 좇아 4년 만에 토스카나로 돌아온 신비로운 얼굴의 리브 타일러가 있다. 보디라인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미니드레스나 나풀거리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는 순수함 속에 은밀하고 도발적인 매력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압도적인 자극을 주기보다 은근하게 스며드는 여운을 남기는 중세 그림 같은 영화. 리브 타일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소녀와 여인의 두 얼굴을 가진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 PARIS CAN WAIT   」 앤과 자크가 칸에서 파리로 가는 로드 트립을 담은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의 원제는 ‘Paris can wait(파리는 기다릴 수 있다)’이다. 그러니까 파리는 어디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으니 서둘러 파리에 갈 필요가 없다는 자크의 마음이 담긴 제목으로, 자크는 조바심 내는 앤을 달래 음식과 와인이 함께하는 미식 여행으로 그녀를 이끈다. 대책 없는 로맨티스트 자크의 여정 덕분에 영화는 생빅투아르, 가르 수도교, 리옹 등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한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라 여주인공이 많은 옷을 입고 등장하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셔츠와 하늘거리는 팬츠, 편안한 티셔츠와 네이비 롱스커트의 조합은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풍겨 계속 눈여겨보게 된다. 그림 같은 영화 속 풍경과 식욕을 돋우는 프랑스 음식, 디지털카메라에 앤이 담아낸 사진까지 두 눈이 호강하는 이 영화의 매력에 빠져보길.     「 TO LIFE 」 중년에 접어든 세 여인의 우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서 시작됐다. 그 후 15년 만에 아름다운 낭만이 담긴 프랑스의 베르크 해변에서 세 친구가 다시 만났다.  노란 필터를 끼고 촬영한 것처럼 은은한 <투 라이프>의 영상미는 2015 프리 뤼미에르에서 촬영상 수상을 통해 검증된 포인트. 영화에서 여주인공들은 시대 배경에 맞게 60년대 레트로 패션을 선보이는데, 각자의 다른 개성을 나타내듯 스타일 또한 차별화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엘렌(줄리 드파르디유)은 셔츠와 스커트 공식의 차분한 서머 레이디 룩을, 릴리(조한나 터 스티지)는 스트라이프 티셔츠처럼 베이식한 아이템을 활용한 마린 룩을, 로즈(수전 클레망)는 세 친구 중 가장 화려한 스타일로 플라워 프린트 룩을 즐겨 입는다. 세 명의 캐릭터는 해변에 앉아서 노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에도 확인할 수 있다.   「 LITTLE FOREST : SUMMER & AUTUMN 」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장면 중 물속에 담긴 토마토를 꺼내 시원하게 한 입 베어 무는 여주인공의 입술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매미가 ‘떼창’하듯 우렁차게 울어대는 산길을 따라 걷는 장면에서는 공간 이동을 해 한여름 속에 서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청각과 미각, 시각을 자극하는, 여름 내음이 가득 담긴 맛있는 영화. 여주인공 이치코가 만드는 요리를 보면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만들까?’ 궁금증이 인다. 그새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나선 이치코의 모습은 점점 친근한 인물로 다가온다. 바람이 솔솔 들어가는 넉넉한 티셔츠와 물에 젖은 옷을 탈탈 털어 대충 말린 듯한 셔츠, 이글거리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쓴 라피아 햇은 ‘감각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편안한 멋에 보는 이의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또한 궁금해진다. ‘이번에는 어떤 옷을 입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