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공항 패션'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패션 브랜드들의 홍보를 위한 블루오션이자 리얼 스타일을 어필하기 위한 셀러브리티들의 각축전이 펼쳐지는 곳, 바로 공항이다. | 공항 패션,캐주얼 스타일,평소 스타일,패션,스타일링

  휴가 시즌을 앞두고 부쩍 눈에 띄는 사진이 있다. SNS나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는 즉시 메인 페이지에서 노출되는 스타들의, ‘공패’, 일명 ‘공항 패션’이다. 사실 20대 시절만 해도 나는 공항 패션을 언급하기에 부적격한 사람이었다. 목 베개는 물론이고 장거리 비행 시 대다수 여자들이 챙기는 미스트나 마스크 같은 뷰티 용품도 소지하지 않았다. 옷도 출근할 때 입는 옷과 다를 바 없이 입었다. 신축성이 없는 생지 데님에 높은 굽이 장착된 데다가 한 번 신고 벗으려면 꽤 수고로운 레이스업 샌들을 신고 비행기에 오르는 식이었다. 그중 내가 저지른 가장 놀라운 ‘공패 기행’은 타이트한 진에 무릎을 덮는 스웨이드 사이하이 부츠를 신고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이런 나에게 누군가는 왜 그렇게 멋을 냈느냐고 비아냥댔지만 이건 일종의 게으름이었다. 편안하면서도 후줄근하지 않고 배낭여행을 떠난 대학생처럼 보이지 않는 ‘공항 패션’을 생각하기에 내 몸과 머리는 너무 게을렀다. 문제는 내릴 때 생겼다. 오랜 비행에 부을 대로 부은 다리가 부츠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 퉁퉁 부은 다리를 간신히 욱여넣은 모습으로 짐을 기다릴 때 맞은편에서 여유롭게 짐을 찾는 금발의 외국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패션 업계 종사자로 추정되는 그녀의 박시한 캐멀 컬러 코트 사이로 언뜻 옅은 그레이 컬러의 스웨트셔츠가 보였다. 하의는 옆선에 하얀 줄이 들어간 네이비 컬러의 파자마 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여기에 납작한 화이트 스니커즈를 신고 팔에는 커다란 캔버스 소재의 백을 들고 있었다. 세련되고 편안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나와는 완전히 대조를 이뤘고, 그날 이후 나는 공항 패션에 보다 신경 쓰게 됐다.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눈에 띄는 국내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은 두 가지로 나눠지는 듯했다. 공항이라는 장소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드레스업하거나, 잠에서 갓 깬 듯한 차림. 그 와중에 블랙핑크 제니와 배우 정려원, 신민아의 공항 패션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먼저 샤넬의 앰배서더이기도 한 제니는 나이에 맞게 발랄하면서도 ‘힙’한 스타일로 공항에 들어선다. 크롭트 티셔츠와 데님, 레깅스를 즐겨 입고 루스한 실루엣의 재킷이나 보머 점퍼를 매치하는 식. 정려원은 본인의 평소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한 여성스러운 보헤미언 스타일을, 신민아는 늘씬한 몸매가 더욱 돋보이는 베이식한 캐주얼 스타일을 지향한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차림이다. 하지만 다른 스타들의 공항 패션에 본격적으로 점수를 매기기 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가’와 ‘협찬’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비공식 일정이 아니라면 협찬이 대부분이라는 한 스타일리스트의 말이 맴돌았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은 리얼 웨이 룩을 가장한 가짜인 걸까? “완전 가짜라고는 할 수 없어요. 과거에 비해 브랜드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게 이미지거든요. 물론 네임 밸류가 중요하긴 하지만 브랜드랑 어울리지 않으면 협찬하지 않는 추세예요. 아무리 톱스타라도 말이죠.” 최근 공항 패션 협찬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홍보 담당이 말을 이어나간다. “공항 패션은 자연스러움이 생명이에요. 연예인들의 멋진 모습은 시사회나 시상식에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연예인들의 평소 스타일이기 때문에 협찬받은 티가 나거나 어울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패션 화보와 달리 ‘풀 착장’을 외려 꺼리는 이유죠. 때문에 협찬을 진행할 때 연예인 본인의 옷처럼 소화 가능한 아이템을 제안하고 가짓수도 한두 가지로 제한해요.” 협찬에 너무 배신감을 느낄 필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평소 스타일리시한 공항 패션으로 화제가 된 해외 셀러브리티의 룩을 살펴볼 차례다. 개인적으로 미셸 윌리엄스와 릴리로즈 뎁을 베스트 드레서로 꼽고 싶다. 이들의 협찬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특정 브랜드의 옷이나 가방 같은 액세서리가 아닌, 각자의 퍼스낼리티가 도드라져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 톱 모델이자 셀러브리티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모델 벨라 하디드와 지지 하디드, 켄덜 제너는 평소 스포츠 브랜드의 트랙 팬츠와 레깅스, 스웨트셔츠를 즐겨 입는다. 이들의 스타일은 공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슈즈나 백, 선글라스 같은 액세서리로 캐주얼 무드를 중화시키는 식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스타일 팁을 덧붙이면 주름이 잘 가지 않는 스포티한 소재를 선택할 경우 컬러를 모노톤으로 고르면 한결 갖춰 입은 듯 보인다. 롱스커트나 원피스도 좋은데, 신축성이 좋은 저지나 니트 혹은 소재 자체에 주름이 있는 아이템을 선택할 것. 그리고 발이 부을 경우를 대비해 앞뒤가 뚫려 있는 슈즈를 권한다. 아무리 멋지게 차려입었다 해도 시간과 장소, 상황과 어우러지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걸 과거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비행에 적합하면서도 개성을 살린 의상을 선택한다면 기분 좋은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