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세라는 새로운 뷰티 트렌드 '젠더 뉴트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전 세계적으로 ‘젠더 뉴트럴’ 뷰티가 대세다. | 뉴트럴,트렌드,젠더 뉴트럴,뷰티 광고,뷰티 캠페인

  퍼수트 오브 프리덤 멀티 프로텍션 선블록 SPF 50⁺/PA⁺⁺⁺⁺, 7만3천원, 더 퓨어 원더 액티브 세럼 55%, 15만원, 모두 Eath Library.   남녀 모델이 립스틱을 바르고 나온 캠페인으로 화제가 된 보이즈 앤 걸스 립스틱. 켄드릭, 헬레나, 각 4만1천원, 모두 Tom Ford Beauty.   파슬리 씨드 안티 옥시던트 세럼, 8만5천원, 카멜리아 너트 페이셜 하이드레이팅 크림, 6만3천원, 모두 Aesop.   어릴 적 동네 화장품 가게에 붙어 있던 포스터부터 최근 TV와 SNS를 장악한 각종 이미지와 영상까지, 내가 기억하는 뷰티 광고의 90% 이상은 여성 모델이 등장한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누가 봐도 여성을 겨냥한다. ‘유 고 걸(You go, Girl)’ ‘레이디 데인저(Lady Danger)’ 같은 컬러명의 립스틱만 봐도 알 수 있다. 메이크업은 그렇다 치고 스킨케어는? 보습, 미백, 탄력, 진정 등의 니즈가 꼭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님에도 ‘옴므(Homme)’ ‘포 힘(For Him)’ 따위의 꼬리표가 붙은 남성 전용 화장품 라인이 아닌 이상 남자가 등장하는 화장품 광고는 거의 전무하다.  최근 이렇게 폐쇄적이었던 사회 규범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뷰티 캠페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브랜드명부터 진보적인 ‘Non Gender Specific™’은 ‘모든 인간을 위한 브랜드(The Brand for All Humans)’라는 모토하에 탄생한 젠더 뉴트럴 스킨케어 브랜드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피부에 확실한 효능을 부여하는 멀티 기능의 제품. ‘에브리띵 세럼’ ‘에브리띵 클렌저’라는 제품명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Panacea’라는 브랜드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선보인 건 클렌저와 모이스처라이저, 자외선차단제 딱 3종. 회색 용기와 그 위에 적힌 모던한 서체에서는 남녀 구분에 대한 어떤 힌트도 찾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젠더 뉴트럴 뷰티를 추구할 거야!’라고 대놓고 외친다면 또 다른 강요가 돼버리죠. 태어날 때부터 여자의 정체성을 지닌 여성들(Cis Women)뿐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까지 포용하는 언어를 추구할 뿐입니다.” 창립자 테리 리(Terry Lee)의 말이다.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브랜드로는 ‘이솝’과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가 선보인 ‘이스 라이브러리’를 들 수 있겠다. 둘 모두 스킨케어 기능 그 자체와 이를 경험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중성적인 마스크의 남녀 모델이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스 라이브러리의 메인 영상을 보면 브랜드의 메시지를 곧바로 캐치할 수 있을 터.    @fluidebeauty   @laka.official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한 제품으로 눈썹 결을 정리하는 미스터 브로우 그룸, 3만2천원, 요철을 메워 보송하게 마무리하는 미스터 매티파잉 스틱, 5만2천원, 모두 Givenchy Beauty.   이런 움직임은 스킨케어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영국의 ‘제카(Jecca)’와 미국의 ‘플루이드(Fluide)’ ‘밀크 메이크업(Milk Makeup)’ 등 여러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남녀를 초월하는 실로 대담한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는 것. 물론 이전에도 ‘멘즈 그루밍’을 표방하는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은 있었지만, 이는 명백하게 남성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젠더 뉴트럴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앞서 언급한 세 브랜드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결코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이 있어요’라고 설파하지 않는다. ‘남자도 여자와 동일한 제품을 바를 수 있어요’ 정도? 아니, 그 이상이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남자, 여자, 트랜스젠더, 게이, 레즈비언, 특정 단어로 재단할 수 없는 성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까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든 장벽 없이 다양한 메이크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MakeupHasNoGender’라는 제카의 모토야말로 이 모든 변화의 흐름을 꿰뚫는 답이리라. 때문에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는 아직까지 해외에서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게 현실. 그래서 ‘라카(Laka)’의 등장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즐겁고 실용적인 룩을 제안한다’는 모토로 론칭한 토종 한국 브랜드 라카의 광고 비주얼엔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제품, 동일한 컬러를 바르고 등장한다.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거나 생경하지 않다. 요즘 길거리엔 한 듯 안 한 듯 정교하게 메이크업한 젊은 남성들로 넘쳐나지 않나! TV 속 아이돌은 또 어떻고! 컨투어링을 하고 MLBB 립스틱을 바른 남자 모델이 꽤 자연스럽게 보일 만큼 우리의 인식도 진일보한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분법으로 남녀를 구별하는 화장품 분류법에 갇혀 있어야 할까? 젠더 뉴트럴, 뜨고 지는 트렌드가 아니라 앞으로 뷰티 업계가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제품과 마케팅 전략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사회적 담론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