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꿈이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제 프리미어 리그도, 라리가도, 세리에A도 시즌이 끝났다. 축구광들이라면 누구나 여름을 뜨겁게 달굴 월드컵을 기다린다. 언론도 붉은 악마의 혼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슬슬 발동을 걸고 있다. 극장가도 예외는 아니다.::꿈은 이루어진다, 김태균, 맨발의 꿈, 마라도나, 에밀 쿠스트리차, 계윤식, 오프사이드, 질-오프사이드, 자파르 파나히, 얀 베하이옌, 가린샤, 붉은 악마, 엘르, 엣진, elle.co.kr:: | ::꿈은 이루어진다,김태균,맨발의 꿈,마라도나,에밀 쿠스트리차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아무리 월드컵이 좋다 해도, 벌써부터 서울광장에 나가서 누워있을 순 없는 법이다. 밤마다 TV에서 보여주는 2002년 4강 신화(골 하이라이트)를 세 번, 네 번 되풀이해 보면서 시간만 날릴 필요는 없다. 그리스 전(6월 12일)과 아르헨티나 전(6월 17일)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에 경기가 시작되니, 괜스레 시차적응한다면서 밤에 깨어있을 이유도 없다. 이번 월드컵은 축구 영화와 함께, 그 찬란한 시작을 열어보자.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축구영화는 3편이다. 먼저 북한 월드컵 비밀작전을 다룬 계윤식 감독의 가 코미디의 힘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 영화가 처럼 대박 열풍을 몰고 올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가 초코파이의 ‘정’이 코믹 요소였다면 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전면적으로 웃음의 소재로 삼고 있다. 당시 4강에 오르는 기적의 드라마를 몰래 청취하는 북한 병사들의 난장이 관객을 흐뭇하게 만든다. DMZ 북한 43GP 병사들이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는 상황이 벌어진다. “축구공엔 사상 따윈 없다”고 말하는 1분대장(이성재)이 붉은 악마의 응원 구호 “대~한민국!”을 남북한 병사들을 위해 “우~리민족!”으로 바꿔 부르는 센스가 돋보이지만, 축구를 드라마가 아니라 스포츠로 즐기게 만드는 매력은 부족하다.오히려 축구공을 통한 감동의 물결은 김태균 감독의 에서 이루어진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역경을 그린 처럼 실화를 무기로 내세운다. 축구화 한 켤레 없는 동티모르의 아이들을 이끌고 국제 유소년축구대회 전승 우승의 기적을 만들어 낸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다. 한때 촉망 받는 스타 축구선수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원광(박희순)이 내전으로 물든 동티모르에 갔다가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목격하고 축구용품점을 차리기로 결정한다. 별 생각없이 축구화를 팔면 대박이 나겠다고 좋아하지만, 결과적으로 돈도 못 받으면서 대여료 하루 1달러에 축구화를 빌려준다. 이 말도 안 되는 계약에서 작은 기적이 발생한다. 그리고 끝으로 다. 으로 유명한 에밀 쿠스트리차가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쿠스트리차는 자신이 직접 마라도나를 만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마라도나의 인생을 포착하면서 서로의 공통 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핸들링 파울을 범하면서 골을 넣는 바람에 ‘신의 손’이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여전히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와 같은 B조에 속해 있다. 아르헨티나를 이끄는 감독은 물론 마라도나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인물은 축구신동 메시나 이과인이나 테베즈가 아니라, 어쩌면 마라도나일지도 모른다. 그가 아무리 예선전에서 감독 역량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다고 해도, 늘 월드컵의 신화를 창조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축구영화를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는다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3편의 DVD를 추천한다. 먼저 쿠노 베커가 산티아고 뮤네즈를 연기하는 시리즈다. 열 살의 꼬마 산티아고는 미국 국경을 넘는다. 당시 품에 축구공과 낡은 월드컵 사진을 갖고 있었다. 성장한 후에도 그가 애정을 쏟는 유일한 대상은 축구뿐이다. 1편 (2005)에서는 영국인 스카우트 담당 글렌의 도움으로 프리미어 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한다. 뉴캐슬에는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앨런 시어러가 뛰고 있다(2009년 시즌에는 앨런 시어러가 뉴캐슬의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1편에서는 역경을 딛고 프리미어 선수가 된 뮤네즈가 시어러와 함께 뉴캐슬의 전성시대를 연다. 2편 (2007)에서는 뮤네즈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으로 간다. 즉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장이다. 영원한 적수 바르샤에게 3대0으로 완패한 레알 마드리드는 팀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기대주로 뮤네즈를 스카우트해 온다. 1편이 프리미어 리그가 무대였다면 2편의 배경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다. 1편이 드리블, 패스, 슈팅 같은 축구의 기술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면 2편은 영화광이 아니라 축구광들을 위한 깜짝 서비스로, 레전드들을 조연으로 출연시킨다. 지단, 호나우두(호돈신), 라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베컴의 프리킥 솜씨는 FIFA 게임처럼 일품이다.축구의 오락적 요소보다는 특별한 드라마를 원한다면 두 편의 를 챙겨볼 필요가 있다.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2005)는 이란 응원단이 되고 싶은 소녀들의 이야기다. (2002)처럼 프리킥을 차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국의 승리를 응원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여자들은 축구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율에 걸린다. 경기장에 몰래 들어온 소녀들은 안타깝게도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군인들에게 하나 둘씩 잡힌다. 경기장 바깥에 임시로 만든 울타리에 감금된다. 소녀들은 경기의 응원소리와 병사들의 중계를 들으며 마음을 달랜다. 결국 이란은 바레인을 이기고 월드컵에 진출한다(2002년 월드컵에서는 바레인에게 일격을 당하고 본선에 탈락한 바 있다). 또다른 영화는 얀 베하이옌 감독의 (2005)다. 2006년 슈렝겔 영화제에서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고, 그해 벨기에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차지한 이 영화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다. 열두 살 소년 질의 꿈은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다. 아들의 열렬한 후원이자 개인 코치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뜨자, 질의 삶은 엉망이 되고 만다. 축구 선수를 꿈꾸었던 그는 새로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기로에 놓인다. 해피엔딩을 내세우는 보통의 성장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 질은 발목 부상 때문에 국가대표에 선출되지 못 한다. 친구 데지레가 출전하는 모습을 보며, 붉은 악마(벨기에 국가대표 축구팀의 닉네임)를 응원한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와 질은 등번호 7번을 달았던 브라질의 축구영웅 가린샤를 사랑한다. 그들은 가린샤가 펠레를 능가하는 축구의 신이었다고 생각한다(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영국의 대결은 지금도 회자되는 게임이다. 당시 가린샤는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영국 팀의 수비수들을 마음껏 농락했다. ‘가린샤 대 영국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린샤의 원맨쇼가 돋보였다). 이 영화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면 양발잡이가 되라고 충고한다. 이 충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목과 달리, 두 영화 모두 오프사이드 반칙은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오프사이드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암시하는 은유적 표현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남아공에서 오프사이드나 핸들링 반칙의 악몽이 우리나라에게만은 생기지 않기를.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