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가 <히피>로 돌아왔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lt;연금술사&gt;로 전 세계 독자들의 가슴을 타오르게 했던 파울로 코엘료가 신작으로 돌아왔다::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히피, 작가, 글, 책, 엘르, elle.co.kr:: |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히피,작가,글

1947년 8월 2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탯줄이 목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포기하고 슬퍼하는 대신 ‘산호세(San Jose′)’로 가 하늘에 기도하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아이는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 마법 같은 탄생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 작가이자 언어의 마술사인 파울로 코엘료. 신작 &lt;히피&gt;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그의 비밀스러운 저택을 찾았다. 브라질의 활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거장의 사적인 세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화려한 색채미였다. 대형 서점에 온 듯 한쪽 벽면의 서가가 그의 모든 저서와 번역판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170개국에 출판되고 2억2500만 명의 사람이 읽은 책을 한가득 보고 있으니 전율이 느껴졌다. 책뿐 아니라 다른 개인 소장품도 또 다른 벽면의 유리 장식장에 소중히 진열되어 있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갓난아기 때 신었던 파란 양말,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 크리스티나 오이티시카(Christina Oiticica)와 함께한 50년 동안의 추억이 담긴 앨범, 다보스 포럼에서 받은 첫 크리스털 어워드와 프랑스 레지옹 훈장처럼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상들, 그리고 &lt;히피&gt;에서 주인공 ‘파울로’가 입었다고 묘사된 별 모양의 디테일이 달린 리바이스 청바지까지. 그의 책에 담긴 깨달음에 대한 기록들은 전 세계 수많은 독자의 삶을 바꿔놓았을 터. 대화가 진행될수록 신작 &lt;히피&gt; 역시 그런 면에서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두드릴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담담하게 전하는 자전적인 이야기야말로 그 어떤 황홀한 픽션보다 읽는 사람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을 테니까.제네바에 있는 코엘료 재단 내부의 라이브러리. 이 공간은 여태껏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곳을 자신이 집필한 책 스무 권의 모든 언어별 번역판으로 빼곡히 채워 넣었다.아까부터 오래된 문서 하나가 계속 눈에 밟힌다 아, 이거. 내가 미쳤다는 걸 증명해 주는 일종의 증명서다.그런 증명서도 있나 알다시피 나는 10대 때 작가의 꿈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와의 불화로 한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때의 충격적 경험에 기인해 탄생한 소설 &lt;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gt;를 쓸 무렵 문득 이런 걱정이 들더라. ‘사람들이 그때 내가 겪은 일들을 과연 믿어줄까?’ 그래서 정신병원에서 그걸 증명하는 문서를 받아두기로 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으니까.정신병원에 있던 게 최고의 순간이라니 정말이다. 미쳤을 때는 어떤 일을 하고 싶더라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 정신병원에서 나가는 것만 빼고는 뭐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작정한 많은 의사와 간호사까지 있으니 참으로 훌륭한 환경이다(웃음).이 근사한 원목 책상엔 어떤 사연이 있나 &lt;연금술사&gt;가 탄생한 곳이다.말이 나와서 말인데 &lt;연금술사&gt;는 당신에게 문학적 영광을 안겨준 걸작이다. 출판 30주년을 앞두고 곧 특별 에디션까지 출간될 예정이고. 이 책이 그토록 오랫동안 전 세계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lt;연금술사&gt;는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생명체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은유다. 특정 문화권, 인종, 연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기꺼이 문을 열어준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누구나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이번 작품 &lt;히피&gt;가 &lt;연금술사&gt;와 다른 점은 &lt;연금술사&gt;가 심리학에 가깝다면 &lt;히피&gt;는 좀 더 사회학적인 책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당시 정형화된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고, 심지어 그것을 ‘쿨’하게 무시하기까지 했던 자유로운 히피족을 소생시키고픈 욕구가 있었다.자서전과도 같은 책이니 동명의 주인공 파울로에 대한 질문을 당신에게 하겠다. 책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간 순간에 대해 듣고 싶다. 그곳에서 당신은 카를라(Karla)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매직 버스’를 타고 히피 순례를 떠났다 맞다. 처음 만난 지 얼마 안 돼 우리는 함께 매직 버스에 올랐다. 70달러만 내면 세상의 끝인 카트만두까지 데려다주는 마법의 버스에. 책을 내고 나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 버스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몰랐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그때 내가 그 버스에 탑승해 히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lt;히피&gt;는 물론이고 &lt;연금술사&gt;도 탄생할 수 없었을 거다. 나에게는 정말이지 너무나 특별한 여정이었다. 이후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네팔에 이은 다음 목적지는 사실 더 이상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늘 도전과 여정을 축복하던 당신인데, 의외의 대답이다 이젠 어딘가로 가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도 출판 기념회나 콘퍼런스,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행기를 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은 아내와 단둘이 집 근처 숲을 조용히 거니는 것이다. 자연에 둘러싸인 도시 제네바는 나에게 정말 완벽한 곳이다. ‘DailyWalk’는 아마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해시태그일 텐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것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히피 생활을 한 경험이 스스로에게 남긴 것이 있다면 한 번 히피는 영원한 히피다. 그때의 선택은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내 몸과 마음속에 남아 있다. 히피란 스타일이나 취향으로 정의된다기보다 ‘마음 상태’에 가까운 말이다.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흔들림 없이 그것만을 향해가는 미니멀한 삶. 이 공간만 봐도 알겠지만, 여기엔 나를 과시하기 위한 상패나 상장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런 것들은 ‘정말로’ 필요한 게 아니니까. 내가 남기고 싶은 것들은 이미 내 책에 전부 쓰여 있다. 70년 이상을 살아오며 생각한 모든 것을 내 책에 쏟아부었다. 나는 인생을 최대한 단순하게 살고 싶다. 나에겐 죽음도 무섭거나 심각한 사건이 아니라 그냥 ‘죽는 것’일 뿐이다. 그게 끝이다. 물론 죽음 뒤엔 다음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파울로는 자신의 애장품을 작품처럼 전시해 놓았다. 그 중 하나인 &lt;Be Here Now&gt;는 코엘료 인생의 시작점에 놓인 책. “이 책은 내 인생에서 몇 안되는 가장 소중한 책 중 하나다. 아름다운 푸른색 표지의 이 책은 내가 히피이던 시절부터 늘 내 옆에 있었다.”사후 세계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궁금하다 환생을 믿지만 개미나 돌같이 완전히 다른 무엇으로 환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결국 다음 생에도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믿는다. 내게 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져준 물리학자 친구가 있다.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다른 두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그의 연구 발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양자물리학자들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는 말을 들었다. 나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서로 다른 시공간, 즉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으로 동시에 머물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존재’라고 칭하는 건 사실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함축한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지금 이 순간은 과거로부터 뻗어나온 결과이자 미래를 창조하고 있는 동시적 순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잠자는 시간도 아주 소중하다.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수면 상태에서 우리는 다른 차원, 보이진 않지만 늘 우리 주변을 맴도는 존재와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잠자기 전엔 풀리지 않던 문제가 잠자고 나니 풀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악몽이 일종의 카타르시스 작용을 하는 것처럼. 모든 게 잠 덕분이다. 난 매일 10시간 정도 자고, 어떤 때는 12시간까지 자기도 한다.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잠을 자는 건 명상을 하는 것과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누리는 편이다.실제 명상도 한다고 들었는데 3년 전부터 매일 15분씩 빼놓지 않고 명상을 하고 있다. 그 15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제로 더 나은 사람이 된 느낌이고 육체적으로 더 건강해진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건선으로 한동안 고생했는데 명상을 시작한 후부터는 더 이상 연고가 필요 없게 됐으니까.예수에게 드리는 기도인 로사리오 기도를 매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당신은 모든 종교는 결국 하나라고 쓴 적도 있다 모든 종교는 특정한 빛을 향해 뻗어나가는데 그 빛은 결국 하나라는 의미였다. 종교는 영적인 어떤 것이 아닌, 힘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정한 히피라면 같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서로 다른 힘의 표시를 모두 인정하고 존중한다.당신은 2007년부터 유엔 평화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작가의 유명세로 정치적 영향력까지 얻게 됐다 내가 유명하다하지만 나 또한 유엔의 감독을 받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물론 그렇다 해도 그들이 내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는 걸 막을 수 없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없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유엔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에 관해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대중을 선동하도록 종용한다면 단칼에 거절하겠지. 글을 쓰는 일이 곧 내 정치적 활동의 전부다. 그 외 다른 일에 뛰어들어 어리석게 엮이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으려 한다. 히피가 되거나 시인이 되는 것. 그런 것이 내가 관심을 갖고, 이루고 싶은 전부다.실제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lt;히피&gt;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신을 돌아보는 훈련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건 결국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다. 스스로가 곧 세계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만일 지금 세상에서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바뀌는 것이다. 그게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깨달은 세상의 비밀이다.여기 놓인 문서들은 무엇을 증명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감금되었을 당시의 기록들이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록 스타 하울 세이샤스(Raul Seixas)의 가사를 썼을 무렵이었다. 노랫말을 썼을 뿐인데 체제 전복을 꾀했다는 명목으로 끌려가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정신병원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lt;히피&gt;에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모든 것을 뒤로하고 당신은 아마 세상을 꿈꾸게 만든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원하는 건 모두 이뤘을 것 같은데 아직 하나 남았다. 내 책을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게 되는 것!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려는 건 아니다. 난 이미 내 다음 스무 세대 정도는 풍족하게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어놓았으니까.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내 책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가깝다. 누가 내 작품이 온라인에서 무료 해적판으로 돌아다닌다고 말해 주면 오히려 기분이 좋다.어떤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고, 또 어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와 대화하듯 상상하며 글을 쓴다. 당신은 어떤가 나는 마치 어떤 불가항력적인 미션을 수행한다는 느낌으로 글을 쓴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초월적 힘이 영감이 되어 나에게 글을 쓰게 만드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 목소리를 듣지 않아야 한다. 나라는 존재와 멀리 떨어진 상태가 되어 평소 내가 믿고 생각하는 것을 잊는 순수한 상태가 되는 거다. 그게 성공하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아마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나를 둘러싼 영혼들과 신의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lt;연금술사&gt;를 다 쓰자마자 이렇게 읊조린 기억이 난다. “이거 내가 썼지만 너무 엄청난 이야기잖아!”라고.당신에게도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장애물은 결국 우리가 가진 에너지에 대한 반영이다. 즉 당신에게 장애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는 그만한 에너지가 없다는 뜻이다. 당신의 감정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타오를 때에야 비로소 장애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물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보고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예수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이루고자 한 것이 위대했기 때문에 그만한 고난이 따른 게 아니었을까?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그걸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야겠다 약속하건대 아주 좋은 신호다(웃음). 마지막으로 요즘엔 어떤 기도를 하고 있나 늘 똑같다. 나는 교회에 갈 때마다 딱 네 가지를 위해 기도한다. 나 자신, 아내와 친구들을 포함한 소중한 지인들, 독자들 그리고 내 작품. 하지만 가끔 이렇게 기도할 때도 있다. “코카콜라만큼 유명해지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