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드 재거가 사는 법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제이드 재거가 사는 법

로큰롤의 아이콘 믹 재거의 딸,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제이드 재거는 새로운 집에 온전히 자신의 감각을 담았다

ELLE BY ELLE 2018.11.24

부엌과 이어지는 야외 공간에 놓인 ‘고스트’ 체어는 Kartell. 체어와 컬러가 어우러지는 테이블은 Cappellini.



거실 한가운데 놓인 투명한 소재의 테이블은 The Conran Shop. 소파 양 옆의 사이드 테이블은 Knoll. 그레이 소파는 B&B italia. 시그너처 의자는 Carl Hansen & Søn. 재거가 오랜 기간 모아온 책들이 가득 꽂힌 시스템 선반은 Vitsoe. 바닥에 깔린 러그는 비크람 카푸어가 디자인한 것으로 Kapoor.


서재 벽에 거대한 입술 모양의 네온사인을 걸 만한 사람은 흔치 않다. 이 오브제가 단순히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집주인을 추리하는 주요 단서라면? 아마도 역사상 가장 섹시한 입술의 소유자이자 롤링 스톤스의 프런트맨 믹 재거와 스타일 아이콘 비앙카 재거 사이에서 태어난 딸, 제이드 재거(Jade Jagger)는 록 스피릿과 넘치는 카리스마를 물려받은 유전자의 축복을, 자신의 감각과 냉소적인 위트로 기가 막히게 발전시켰다. 그녀의 집은 지금까지 제이드 재거가 발표해 온 변화무쌍한 작업만큼이나 어떤 컨셉트나 사조로도 설명할 수 없다.

197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뉴욕으로 이주하기까지 어린 시절부터 팝 아티스트나 예술계 명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온 그녀는 예술 교육을 받는 대신 감각이란 것을 몸으로 흡수했다. 앤디 워홀이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제이드에게 색칠하는 법을 가르쳐줬고, 제이드는 내게 모노폴리 게임을 알려줬다”고 말한 일화가 있다. 타고난 디자인 안목에 큰 물에서 노는 게 당연했던 경험까지 더해 제이드 재거는 20대 초반이던 90년대에 아트 주얼리 사업을 벌였다. 이후 영국 왕실의 왕관과 보석을 제작해 온 주얼리 브랜드 아스프레이 & 개러드(Asprey & Garrard)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기도 했고, 필립 스탁이 만든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유(Yoo)에서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도의 뭄바이부터 영국의 코츠월즈까지 세계 어디든 스타일리시하고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별장과 호텔을 만들어내는 데 그녀의 손길이 닿았다.

이런 상류사회적 커리어가 가능한 것은 셀러브리티 사이에서도 셀러브리티였던 부모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파리와 뉴욕뿐 아니라 모로코, 카리브해의 섬, 프랑스 루아르 계곡에 있는 고성 등 아버지 소유의 다양한 집을 돌아다니며 자랐다. 최근 제이드 재거는 부자들의 주택이 많은 노팅 힐에서 예술인의 자유분방함이 있는 이스트 런던으로 이사했다. “여긴 예술가 지역이에요. 패션 피플부터 건축가, 아티스트 그리고 도대체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까지, 런던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들이 모여들죠.”


한때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사용한 책상을 재활용 인테리어 전문 매장인 리트루비어스에서 재거가 직접 찾아냈다. 빨간색 사이드 테이블과 의자들은 Ochre.



집안 곳곳에 각종 기념품과 오브제가 놓여 있다.



재거가 25년간 소유하고 있는 이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들은 모두 인도에서 구입한 것이다.


재거는 남편 에드리언 필러리(Adrian Fillary)와 네 살 된 아들 레이(Ray)와 함께 이 집에서 살고 있다. “이 집은 지금까지 구입한 주택 중에서 전면적인 공사가 필요 없는 유일한 곳이었어요.” 현명하게 배치된 천장의 채광창 덕분에 실내 공간은 매우 밝고 환하면서도, 창문 수가 적어 어느 정도 사생활이 보호된다. 이런 것들이 그녀가 이 집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손댈 데가 없다는 건 오래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초부터 제대로 지어졌다는 뜻이에요. 이 집에 있으면 매우 안전하다고 느껴져요. 또 디자인 작업을 하기 좋은 집이에요. 커튼을 치거나 창가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으니까요.”

건축가가 아님에도 집의 기본기를 먼저 체크한 그녀는 정작 인테리어 측면에선 개방적이다 못해 기대를 저버릴 정도로 현실적인 설명을 이어간다. “얼마 전 이비사 섬에 있는 별장 하나를 팔면서 거기 있던 가구를 다 가져오게 됐어요. 그래서 집 안에 온갖 다양한 특징을 가진 물건들이 우르르 들어왔죠.” 그러나 이런 혼돈 속에서도 자신만의 순서와 미묘한 믹스매치로 재배치하는 것이 바로 직관적인 미적 감각을 가진 재거의 몫이다. 재거는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자신의 인테리어 감각을 다소 자제하는 방법으로 군더더기 없이 모던한 디자인 가구들, 예를 들면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B&B 이탈리아 소파, 프리츠 헤닝센이 디자인한 칼 한센 앤 선의 시그너처 라운지 체어 등을 다양한 패턴들과 매치했다. 그러나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고가의 가구가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것들이다. “제 인테리어 스타일을 설명하자면 개인의 역사를 쌓아 올리는 의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애정을 갖고 수집해 온 물건들, 그 물건들이 지닌 각각의 사연들 말이에요. 패브릭을 엄청나게 모으는데, 대부분은 인도와 아메리카 남부 지역에서 샀어요. 침실에 놓은 의자 커버는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만든 자수 실크 풀카리(Phulkari) 소재이고, 거실의 카펫은 인도 자이푸르에서 샀어요. 그 카펫은 나와 에드리언이 마법의 양탄자라고 불러요. 우릴 마법 같은 사랑으로 이어줬거든요. 이 카펫 위에서 결혼 서약을 했어요.” 일본 종이로 만든 상자는 남편이 그녀를 위해 생일 선물로 직접 만든 것이고, 집 안의 화분들은 여러 번 이사할 때마다 그녀와 함께한 반려식물들이다.


욕실의 사파리 의자는 Carl Hansen & Søn.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한 ‘CH25’ 라운지 체어는 Carl Hansen & Søn. 침대의 헤드보드와 커버를 새로 씌운 소파는 Joanna Plant Interiors. 침대에 씌운 이불 커버는 인도의 전통 꽃무늬 자수인 풀카리 원단으로 만들었다.




재거는 다방면에 걸친 재능으로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쓸데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데 쓸 마음이 전혀 없다. “잠시 머무르다 사라지는 유행에는 관심 없어요. 그런 패션과 디자인은 아주 유해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가진 물건이 얼마인지를 생각하기보다 그 모든 게 당신의 유산이라고 여기세요. 뭔가를 구입할 때는 계속 사랑할 수 있는 물건인지, 당신이 만들어갈 삶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세요.” 현자 같은 말을 남긴 그녀의 집이 팬시한 것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컬러와 패턴을 사랑하면서도 자제력이 돋보이는 이 집이 어딘지 무던하면서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특별함으로 채워져 있는 이유도.      

Keyword

Credit

    사진 GAELLE LE BOULICAUT
    에디터 CLAIRE SARTIN, 이경은
    번역 이소영
    디자인 전근영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