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으로 다이어트가 되나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미디어를 삼킨 먹방이 정말 우리를 살찌울까? 아니, 난 먹방으로 살 빼! |

과격한 먹방, 나만 불편해? ‘또 시작이군.’ 치킨, 삼겹살, 짜장면…. 채널만 돌리면 기름 좔좔 흐르는 음식이 TV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맛있게 한 입을 먹는 건 OK. 하지만 너무 많이 먹거나, 맵게 먹는 걸 보면 어쩐지 미간이 찌푸려진다. 식욕을 넘어선 식탐.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가학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 물론 먹방이라고 해서 전부 싫은 건 아니다. 간장게장, 김부각, 쌀밥이라는 환상의 조합을 참으로 맛깔나게 먹는 화사나 음식을 통해 위로받는 특유의 훈훈한 스토리가 가미된 일드 <심야식당>,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조시의 유튜브 <영국남자>는 꾸준히 즐겨 보는 먹방이다. 하지만 그냥 보기에도 버거운 양의 음식을 결단코 입에 욱여넣는 장면은 꽤나 불편하다. 큰맘 먹고 외식하는 날에도 난 삼겹살 2인분에 밥 반 공기, 된장찌개면 충분하니까.먹방, 다이어터의 적인가 아군인가 “오래는 못 보겠어. 너무 과하게 먹는 거 보면 내 속까지 울렁거려서. 추석 연휴에 기름 냄새를 너무 많이 맡으면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처럼 있는 식욕도 달아나던데.” 점심시간, 어느덧 반찬이 된 먹방 수다에 에디터 J가 공감을 표한다. “물론 그 맛집이 어디인지 궁금하긴 하지. 그런데 MC나 BJ들 건강이 걱정되더라고. 저렇게 먹어도 괜찮을까? 당뇨병이 오진 않을까?” 스타일리스트 K도 맞장구를 친다. 술잔을 부딪치는 저녁 약속 자리. 먹방이 쏟아지는 대형 스크린을 앞에 두고 대화는 계속된다. “저놈의 먹방 때문에 다이어트는 또다시 내일부터! 먹방이 먹쇼(먹는 쇼핑)로 이어지는 게 문제이긴 해. 어제도 못 참고 불닭을 주문했는걸.” “난 먹방 보면 오히려 안 튀긴, 신선한 음식을 먹고 싶던데. 샐러드처럼 조리하지 않은!” “먹방보다 주로 쿡방을 보지. 집에서 혼자 해 먹어야 하는데 지금보다 더 맛있게, 잘 먹은 한 끼를 먹고 싶으니까.” 회사원 L, K, J가 이어 말한다. “요즘 매일 밤 ASMR을 들어. 난 치킨을 참아야 하지만 그걸 먹는 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내가 먹으면서 내는 소리인 듯한 느낌이 들거든.” 이튿날 먹방을 즐겨 보느냐는 질문에 뒷자리에 앉은 에디터 L의 대답. “러닝머신 위에서 먹방을 보는 내가 이상한가? 운동하면서 보면 대리만족이 돼 식욕이 떨어지던데. 주변에 먹방을 보면 좀 식욕이 억제된다는 다이어터들이 꽤 있어. 먹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운동한다는 BJ 밴쯔를 보며 동기부여가 되는 식이지.” ASMR과 먹방이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니, 포토그래퍼 K까지 가세한 역설적인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지 않았나(그 대책에는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감시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한 2017년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박동수 교수 팀의 연구 결과도 꽤 흥미롭다. 유튜브 먹방 콘텐츠를 적어도 주 3회, 최소 한 달 이상 시청하는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그들의 식습관이나 몸매 관리 여부를 사전에 고려하지 않았음에도 상당수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 또 다른 공통점은 그들이 식탐, 자신과 타인의 몸, 뚱뚱한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며, BJ를 몸매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맞서는 ‘대리 저항자’로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먹방은 그들에게 일종의 일탈인 셈!뒤틀린 욕망보다 정갈한 한 끼 인스타그램에 ‘#먹방’ 해시태그를 검색해 봤다. 역시나 새빨갛거나 기름진 음식(건강한 음식이 아닌)을 산처럼 쌓아(적당히 담지 않고) 흡입하는(천천히 꼭꼭 씹어 먹지 않는) 게시물이 대다수다. 1억7000만 건의 게시물을 자랑하는 푸드 포르노(#foodporn)도 마찬가지. 4900만 개에 달하는 헬시 푸드(#healthyfood) 게시물의 3배가 훌쩍 넘는다. ‘푸드 파이터’라는 단어도 그렇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음식을 ‘싸우듯’ 먹어야 하는 것일까? “먹방 열풍은 소비지상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 먹기 위해 사는 이들은 삶의 의미를 엉뚱한 곳, 즉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접시 위에서 찾아 헤맨다.” 제이미 올리버, 고든 램지 등 스타 요리사가 탄생하면서 한국보다 먼저 먹방 열풍이 분 영국의 언론인 겸 문화비평가 스티븐 풀(Steven Poole)은 저서 <미식 쇼쇼쇼: 가식의 식탁에서 허영을 먹는 음식 문화 파헤치기>에서 이같이 말한다. 건강한 음식보다 자극적인 음식을 자랑하는 SNS 월드의 과시적 식사, 생존 수단이 아닌 허세의 도구가 된 음식…. 먹방이 다이어트를 망치든, 반대로 도와주든 간에 빈곤이 아닌 풍요가 되려 문젯거리가 된 지금. 나는 단순히 식욕을 탐하는 먹방이 아닌, 적당히 맛있게 한 입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음식에 대한 존중과 음식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담긴 의미 있는 한 끼와 마주하고 싶다. 그것도 적게 먹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가 더 중요한 먹방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