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진짜 이런 게 유행한다고? 런웨이가 예고한 뜻밖의 패션 트렌드

옷 잘 입는 사람들은 벌써 주목 중! 내년 우리의 옷장을 뒤흔들 아이템 9.

프로필 by 박지우 2026.10.16

뉴욕에서 런던, 밀라노를 거쳐 파리까지. 27일 동안 네 도시에서 총 440개의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진 한 달간의 패션 여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숫자만으로도 이번 시즌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죠. 런웨이를 수놓은 옷들을 들여다보면 그 열기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2027 봄 여름 시즌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가벼움입니다. 도시마다 개성이 뚜렷했던 것은 물론입니다. 런던에서는 그런지 특유의 반항적인 분위기가, 밀라노에서는 힘을 뺀 세련미가 두드러졌죠.


하지만 그 아래에는 공통된 감각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모델들의 몸을 따라 유연하게 흩날리고, 런웨이 위를 가볍게 떠다니는 듯한 옷의 움직임입니다. 봄과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도 엿보입니다. 무겁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부담을 내려놓고, 가벼움과 유쾌함을 즐기려는 디자이너들의 마음이 옷에 담긴 것이죠. 내년, 우리의 옷장을 송두리째 뒤흔들 아홉 가지 패션 트렌드를 정리했습니다.


화려한 장식이 뜹니다

로에베 2027 봄 여름 컬렉션

로에베 2027 봄 여름 컬렉션

스키아파렐리, 로에베, 생 로랑의 런웨이는 눈으로만 감상하기에는 아까울 만큼 풍성한 장식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옷과 액세서리에 다채로운 질감과 섬세한 디테일을 더해 한층 감각적인 스타일을 완성했죠. 로에베는 캐비아를 연상시키는 아주 작은 비즈를 신발과 드레스, 가방 곳곳에 촘촘히 장식해 독특한 입체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스키아파렐리는 하우스의 창립자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은 마지막 일곱 벌의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벨벳과 실크 재킷 위에 가느다란 실과 비즈, 스팽글을 활용해 정교한 패턴을 수놓으며 쿠튀르 특유의 섬세함을 드러냈죠. 생 로랑은 컬렉션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대담한 선택을 했습니다. 브로케이드와자카드처럼 풍부한 표면감이 돋보이는 소재를 활용해 메탈릭한 단색 스타일링의 매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장식은 더 이상 룩에 곁들이는 작은 요소에 머물지 않습니다. 옷의 표면과 질감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시대입니다.


스카프도 옷이 될 수 있다니까요

미우미우 2027 봄 여름 컬렉션

미우미우 2027 봄 여름 컬렉션

한동안 여름 옷장의 주인공이었던 스카프 톱이 다시 돌아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아이템이 2027 봄 여름 런웨이에서 여러 디자이너의 선택을 받으며 화려한 복귀를 예고했죠. 미우미우부터 더 로우까지, 스카프는 단순히 목에 두르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상의가 됐습니다. 목 뒤로 끈을 묶는 홀터넥부터 정교하게 접어 만든 크롭트 톱, 한쪽 어깨를 드러내는 비대칭 디자인까지 형태도 다양합니다. 같은 스카프라도 묶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실루엣이 완성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새 옷을 사는 대신 빈티지 실크 스카프 하나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온라인 튜토리얼을 참고해 직접 묶는 법을 익힌다면 더욱 근사한 스타일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작은 천 한장으로 여름 룩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 내년에는 이 간단한 공식이 다시 유효해질 전망입니다.


주얼 장식의 놀라운 존재감

드리스 반 노튼 2027 봄 여름 컬렉션

드리스 반 노튼 2027 봄 여름 컬렉션

내년 여름 주목해야 할 장식은 단순히 반짝이는 스팽글이 아닙니다. 존재감이 확실한 보석과 컬러풀한 젬스톤이 그 자리를 대신하죠. 화려하고 풍성한 색감의 보석은 단순한 실루엣에 예상 밖의 과감함을 더하며,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옷에도 극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드리스 반 노튼은 브로치를 활용해 보석을 힙과 어깨, 가슴 등 다양한 위치에 배치했습니다. 익숙한 액세서리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죠. 다니엘 리가 이끄는 버버리는 코트와 스커트에 보석 장식을 촘촘하게 더해 소재 자체가 화려한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연출했습니다. 미우미우에서는 스포츠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의 미니 드레스와 스커트에 보석을 장식해 서로 다른 분위기를 한데 묶었습니다. 보석 장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브닝 룩에만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담백한 실루엣과 대비시킬 때 그 화려함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나죠.


공기처럼 가벼운 실루엣

루이 비통 2027 봄 여름 컬렉션

루이 비통 2027 봄 여름 컬렉션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가장 강력하게 드러난 감각은 가벼움입니다. 묵직하고 구조적인 옷마저 한층 부드럽고 유연한 형태로 변주됐죠. 얇고 비치는 실크부터 바람에 흩날리는 시폰, 투명한 오간자까지 가벼운 소재가 옷의 실루엣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은테일러링을 유동적인 형태로 풀어내며 정제된 수트에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몸을 단단하게 감싸는 대신 걸음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옷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죠. 막스마라와 스포츠맥스는 겨울철 아우터를 연상시키는 코트를 여름의 감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계절과 소재에 대한 익숙한 공식을 뒤집은 셈입니다. 평소 묵직하고 미래적인 분위기의 컬렉션을 선보여 온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 역시 이번에는 방향을 달리했습니다. 산뜻하고 자유로운 기운이 감도는 드레스와 트라우저로 컬렉션을 채웠죠. 무조건 짧고 가벼운 옷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옷이 몸 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집중하는 것. 내년 여름 실루엣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허리선,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예요?

샤넬 2027 봄 여름 컬렉션

샤넬 2027 봄 여름 컬렉션

로라이즈의 유행이 바지에만 머물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2027 봄 여름 런웨이에서는 허리선을 낮춰 입는 스커트가 중요한 실루엣으로 떠올랐죠. 프라다가 스커트를 중심에 둔 컬렉션을 선보인 데 이어 샤넬과 마르니, 미우미우에서도 허리 아래로 자연스럽게 내려 입는 디자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과거의 로라이즈 팬츠처럼 몸에 밀착되는 형태만을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무릎 부근까지 내려오는 길이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주를 이루며, 생각보다 다양한 스타일에 활용할 수 있는 실루엣으로 등장했죠. 20대에게만 어울리는 유행 아이템이라기보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엘르 패션 디렉터 나오미 스미스는 샤넬의 트위드 스커트 슈트에 넓은 버건디 벨트를 매치한 룩을 이번 시즌의 '궁극적인 룩'으로 꼽았습니다. 클래식한 트위드와 낮은 허리선, 묵직한 색감의 벨트가 만나 익숙한 아이템에 새로운 균형을 부여한 것이죠. 로라이즈가 부담스럽다면 과감한 노출보다는 허리선과 스커트의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도 좋습니다.


여름에도 없어서는 안 될 아우터

발렌시아가 2027 봄 여름 컬렉션

발렌시아가 2027 봄 여름 컬렉션

여름이라고 아우터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2027 봄 여름 시즌에는 고프코어감각을 더한 가벼운 봄버 재킷과 파카가 눈길을 끌었죠. 목을 높게 감싸는 퍼널넥 디자인부터 지퍼를 목 아래까지 여는 쿼터 집업 형태까지, 여유로운 실루엣이 특징입니다. 기능적인 아우터를 예상 밖의 아이템과 조합하거나, 익숙한 아웃도어 컬러에서 벗어난 색상을 선택해 스타일에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프라다와 시몬 로샤는 파카를 사랑스러운 플리츠 스커트나 슬립 스커트와 함께 연출했습니다. 실용적인 아우터와 섬세한 스커트가 만들어내는 상반된 분위기가 룩의 매력이었죠. 로에베와 발렌시아가는 코발트 블루와 카키, 카멜 등 다양한 색상의 재킷을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기능성과 스타일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입니다. 일교차가 큰 날 가볍게 걸치기에도 좋고, 여성스러운 아이템과 섞어 입으면 한층 감각적인 대비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내년 여름에는 아우터를 계절의 필수품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룩의 인상을 결정하는 핵심 아이템으로 활용해 보세요.


왠지 숨고 싶은 날엔 모자를 써요

발렌티노 2027 봄 여름 컬렉션

발렌티노 2027 봄 여름 컬렉션

눈에 띄고 싶지 않을 때 오히려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 샤넬과 발렌티노, 보테가 베네타의 런웨이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역설입니다. 세 하우스는 얼굴을 넓게 가리는 드라마틱한 챙의 모자를 선보이며 시선을 끌었죠. 모자를 쓴 사람은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날 수 있지만, 그 모자 자체는 절대 조용하지 않습니다. 클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메나카말리는 페인트 팔레트를 연상시키는 선명한 색상과 발수 소재를 활용했습니다. 모자를 비스듬하게 눌러 써 얼굴의 절반을 완전히 가리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죠. 보테가 베네타는 챙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줄이는 대신 모자를 머리 아래쪽으로 깊게 내려쓰는 스타일을 제안했습니다. 강한 햇빛을 가리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까지 차단하는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자외선 차단을 위한 모자가 스타일의 중심으로 올라온 셈이죠. 얼굴을 가리는 모자라고 해서 반드시 수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감한 색상과 독특한 형태를 선택한다면 여름 스타일링에 예상 밖의 드라마를 더할 수 있습니다.


목걸이 레이어링으로 풍성하게

구찌 2027 봄 여름 컬렉션

구찌 2027 봄 여름 컬렉션

섬세하고 가느다란 주얼리만으로 완성하는 미니멀한 스타일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적어도 내년 봄 여름 런웨이에서는 그렇죠. 샤넬의 마티유블라지는 목에 여러 줄의 목걸이를 겹쳐 연출하며 장식의 풍성함을 강조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구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패브릭으로 만든 목걸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익숙한 주얼리의 형태를 새로운 소재로 풀어내며 장식의 가능성을 넓힌 것이죠. 구찌의 뎀나는 하우스의 상징적인 홀스빗 모티프를 한층 통통하고 과장된 형태로 변형했습니다. 짧은 체인에는 볼륨감 있는 장식을, 긴 체인에는 상대적으로 섬세한 디테일을 적용한 뒤 여러 줄을 겹쳐 스웨터 위에 늘어뜨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목걸이의 개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길이와 굵기, 소재의 차이를 활용해 겹겹이 쌓인 장식에 리듬을 만드는 것이죠. 평소 즐겨 착용하던 목걸이가 있다면 하나만 더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여러 개를 함께 착용하는 방식만으로도 익숙한 옷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허리를 조이는 대담한 벨트

셀린느 2027 봄 여름 컬렉션

셀린느 2027 봄 여름 컬렉션

벨트는 더 이상 바지를 고정하는 기능적인 액세서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허리선을 강조하고 전체적인 실루엣을 결정하는 존재감 있는 아이템으로 활약할 전망이죠.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는 벨트의 버클을 우스꽝스러울 만큼 커다란 크기로 키워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커다란 버클로 허리를 조이며 실루엣을 또렷하게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지방시는 벨트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게 유지하되 길이를 길게 늘이고, 한가운데에 큼직한 원형 메달 장식을 더해 극적인 효과를 냈습니다. 발렌티노는 한 줄의 벨트를 허리에 두 번 감아 마치 두 개의 벨트를 착용한 듯한 착시를 만들었죠. 같은 벨트라도 버클의 크기와 길이, 착용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넉넉한 실루엣의 재킷이나 드레스에 벨트를 더하면 허리선을 강조하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새롭게 잡을 수 있습니다. 내년 여름에는 옷보다 액세서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스타일링을 시도해도 좋겠습니다. 평범한 룩에 대담한 벨트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인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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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Noni Reginato
  • 사진 Launchmetrics 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