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행운으로 돌아온 반클리프 아펠 알함브라
행운의 아이콘 알함브라가 핑크빛을 입고 다시 빛난다. 반클리프 아펠의 역사와 함께해 온 소재가 컬러와 광채, 메티에 다르의 정교함을 더하며 행운의 상징에 또 다른 빛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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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에나멜 빈티지 알함브라 펜던트 네크리스.
1968년부터 이어진 행운의 이야기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행운을 믿어야 합니다.” 메종의 시작을 함께한 에스텔 아펠의 조카 자크 아펠이 즐겨 하던 말처럼 행운은 오래도록 반클리프 아펠의 세계를 움직여온 중요한 키워드다. 메종 아카이브에는 네 잎 클로버를 비롯해 우드 탈리스만, 무당벌레처럼 저마다 이야기를 품은 행운의 상징이 등장해 왔다. 그중에서도 알함브라는 반클리프 아펠의 행운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아이콘이다.
1968년 첫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를 선보인 이후 네 잎 클로버에서 영감을 받은 이 독창적인 모티프는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으로 사랑받아 왔다. 오닉스, 커넬리언 등의 오너멘탈 스톤을 비롯해 마더 오브 펄 등의 유기적 소재, 기요셰 옐로골드와 세브르 포슬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만나며 알함브라는 늘 새로운 표정으로 빛나왔다.
핑크 에나멜 매직 알함브라 이어링(모티프 2개).
알함브라와 에나멜의 조우
반클리프 아펠이 이번에 주목한 것은 메종의 역사와 함께해 온 에나멜링 기법이다. 오랜 전통 기법 중 하나인 에나멜링 기법이 네크리스, 펜던트, 브레이슬릿, 이어링으로 이뤄진 빈티지 알함브라와 매직 알함브라 다섯 점을 장식한다. 섬세한 골드 비즈 테두리에서 알함브라 모티프들이 신비로운 핑크빛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신작의 핵심은 컬러뿐 아니라 컬러가 탄생하는 방식이다. 메종의 아틀리에에서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완성한 이 소재는 메티에 다르를 향한 메종의 깊은 헌신을 담고 있다. 깊고 강렬한 색감은 ‘골드-루비’ 공정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17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 기법은 안료가 아닌 소재에 자리한 미세 골드 입자의 존재로 색을 발현시킨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이상적인 크기와 형태, 농도를 지닌 입자가 필요하다. 특히 알함브라 컬렉션의 에나멜은 옐로골드 혹은 기요셰 옐로골드와 만날 때 미세한 기포들이 섬세하게 흩뿌려진, 반투명한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에메랄드를 능가하는 탁월한 빛 반사율을 자랑하며 매혹적인 광채를 발산한다.
핑크 에나멜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모티프 20개).
옐로골드에 핑크 에나멜 모티프를 조립하는 모습.
에나멜 그리고 반클리프 아펠
에나멜은 3500년 전, 그리스 미케네 문명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기원전 1000년경 지중해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이내 전 세계 여러 문명, 특히 왕실의 장식 예술을 위한 고귀한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태초부터 진귀함을 인정받은 에나멜은 명망 높은 컬렉션의 오브제, 장신구, 주얼리에서 골드 및 젬스톤과 어우러지며 영롱한 빛을 발했다. 유럽의 군주들은 자신의 초상을 담은 에나멜 주얼리를 주문해 외교 선물이나 애정의 징표로 주고받았다.
위대한 에나멜 예술가이자 화가인 장 프티토와 금세공사 르 테시에 드 몽타르시가 제작한 초상화 박스(1680년)도 그런 예다. 18세기 후반에는 메달리온과 다양한 주얼리 위에 경이로운 풍경을 미니어처로 재현하는 데도 에나멜을 활용했고, 에나멜 페인팅은 당시 유럽 상류층의 그랜드 투어 여행 기념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1906년 메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에나멜의 아름다움을 다채로운 작품에 수놓으며 예술적 영감을 표현해 왔다. 고귀한 오브제, 상자, 샤틀렌, 타임피스, 클립 주얼리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컬러 팔레트와 다채로운 기법으로 창의성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1930년대에는 아르데코 양식의 기하학적 디자인과 이국적인 풍경, 스포츠 세계를 주제로 한 장면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기도 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일상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라 부티크(La Boutique)’ 컬렉션을 통해 사랑스러운 동물 모티프에 에나멜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또 플라워 모티프 작품에도 다채로운 색감을 더하는 한편, 플리크-아-주르 에나멜 기법을 활용한 부케 작품에서는 투명하게 빛나는 꽃잎으로 매력적인 자태를 뽐냈다.
1980년대 후반까지 반클리프 아펠은 머나먼 이국적 세계에서 영감받은 사실적인 작품을 선보이면서 에나멜의 풍부한 컬러 팔레트로 생동감 넘치는 동물 세계를 표현했다. 2006년에는 메종의 첫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인 레이디 아펠 상트네르를 통해 에나멜로 워치 다이얼에 시적 감성을 불어넣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한 다양한 기법은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 등 여러 타임피스에 깊이 있는 장식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 컬렉션에서는 주얼리 노하우와 예술적 기교가 어우러진 메종의 탁월한 역량을 엿볼 수 있다.
핑크 에나멜 매직 알함브라 이어링(모티프 2개)과 빈티지 알함브라 브레이슬릿(모티프 5개).
메티에 다르로 빚은 핑크빛
반클리프 아펠에게 에나멜은 단순한 장식 소재가 아니라 메종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온 메티에 다르의 언어다. 메종의 에나멜 공방은 섬세한 미니어처 페인팅, 신비로운 그리자유, 빛을 머금은 플리크-아-주르, 정교한 에나멜 데칼 등 15가지 이상의 기법을 구사하며 독자적인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 여기에 3년 과정의 자체 에나멜링 학교를 통해 장인의 기량을 연마하며, 전통 기법을 보존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구해 왔다.
기요셰 옐로골드에 핑크 에나멜을 세팅한 매직 알함브라 이어링(모티프 2개)은 Van Cleef & Arpels.
기요셰 옐로골드에 핑크 에나멜을 세팅한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 (모티프 20개)와 빈티지 알함브라 브레이슬릿 (모티프 5개)은 모두 Van Cleef & Arpels.
새로운 알함브라 컬렉션은 이런 노하우가 섬세한 방식으로 응축된 결과다. 에나멜 모티프를 완성하는 과정부터 주얼리 세공, 세팅, 폴리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장인의 손길이 더해지고, 곡선형 에나멜 모티프를 골드 비즈 테두리에 완벽하게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극도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두 줄의 골드 비즈는 미세한 기포가 담긴 반투명 핑크 에나멜의 광채를 끌어올리고, 모티프를 잇는 체인과 클래스프의 마감까지 작품 전체의 빛을 세밀하게 조율한다. 그렇게 완성된 알함브라는 오래된 소재의 고귀함과 오늘의 기술적 정교함이 만나는 지점에서 행운의 상징이 여전히 빛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Credit
- 에디터 김희수
- 글 이서윤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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