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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촌에서 나만의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반클리프 아펠의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 캠퍼스에 에디터가 직접 등교해봤습니다.

프로필 by 박지우 2026.06.30

반클리프 아펠이 서울 한복판에 학교를 세웠습니다. 메종이 운영하는 학교라니, 꽤 낯선 이야기죠. 대부분의 메종은 부티크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고유의 세계관을 경험하게끔 하니까요. 그런데 반클리프 아펠은 조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단순한 컬렉션이 아닌 지식을 나누는 공간을 지었으니까요.


2012년 반클리프 아펠의 후원으로 설립된 레꼴, 주얼리 스쿨(L'ÉCOLE, School of Jewelry Arts)은 이름 그대로 주얼리 학교입니다. 주얼리의 역사와 젬스톤, 메종의 노하우를 누구에게나 열어두는 교육 기관이죠. 현재 파리, 홍콩, 상하이, 두바이에 상설 캠퍼스를 운영하며 세계 곳곳을 순회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이번에는 그 교실이 서울에 문을 열었습니다. 오는 7월 15일까지 북촌 푸투라 서울이 모두를 위한 주얼리 학교로 탈바꿈한 셈이죠.



반클리프 아펠은 왜 학교를 열었을까

흥미로운 건 레꼴 주얼리 스쿨이 메종을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컬렉션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주얼리를 이해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죠. '에메랄드는 왜 귀한가', '주얼리는 장인의 손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처럼 화려한 결과보다 과정에 먼저 시선을 두게 만들거든요. 어쩌면 하이 주얼리의 진정한 가치는 쇼윈도 안이 아닌, 장인의 제작대 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 캠퍼스가 자리한 곳은 북촌 가회동의 푸투라 서울입니다. 오래된 한옥과 현대 건축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이죠. 창밖으로는 북촌의 기와지붕이 이어지고, 실내에서는 젬스톤과 주얼리, 공예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주얼리 역시 시간이 켜켜이 쌓여 완성되는 만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북촌이라는 장소는 꽤 설득력 있는 배경입니다.



안 보면 후회할 전시

안으로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에메랄드 정원 – 원석의 발견> 전시였습니다. 이름만 보면 에메랄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전시 같지만, 실제 내용은 훨씬 입체적입니다. 전시는 하나의 광물에서 출발한 에메랄드가 예술품과 하이 주얼리로 완성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조명합니다. 자연 상태의 원석부터 역사적인 유물, 장인의 손을 거친 주얼리 작품까지, 에메랄드는 반클리프 아펠의 손길 아래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레 이어지죠.


18세기 무굴 양식의 에메랄드 조각과 페르버 컬렉션의 작품, 반클리프 아펠의 웅장한 하이 주얼리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서로 시대도, 제작 배경도 다르지만 모두 하나의 보석으로 연결되죠. 에메랄드라는 소재 하나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해석되는지 자연스럽게 읽히더군요. 전시는 보석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질학과 역사, 예술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냅니다. 덕분에 보석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전시에 몰입할 수 있죠.



내 손으로 만드는 주얼리

하지만 이날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백랍 모형(Mock-up) 제작 워크숍입니다. 주얼리 제작 과정의 첫 단계를 직접 체험하는 클래스죠. 장인이 실제 제작에 앞서 형태를 구현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 보는 수업입니다. 강사와 똑같은 흰색 가운을 걸치고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금속판과 도구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정말로 장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죠. 이어서 나비 모양의 메탈을 커팅하고, 줄로 가장자리를 다듬고, 형태를 조금씩 완성해 나갔는데요. 마지막에는 라인스톤을 세팅해 하나의 모형을 완성했습니다.


설명만 들으면 어렵지 않아 보이죠. 하지만 막상 손에 도구를 쥐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선을 조금만 벗어나도 형태가 달라지고, 힘을 조금만 과하게 줘도 금속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강사는 "실톱을 더 직각으로 세워야 해요"라고 말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더군요. 나름 손이 야무지다고 자부했는데, 손끝에 힘을 빼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모두에게 열린 프로그램

수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관련 서적과 팟캐스트, 웹사이트, 박물관 정보를 함께 제공하죠. 단순히 두 시간을 체험하고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강의 이후에도 스스로 주얼리의 세계를 탐험하도록 연결해주는 방식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레꼴 주얼리 스쿨이 학교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언가를 보여주고 끝내는 것이 아닌, 계속 질문하게 만드는 곳이니까요.


교육 프로그램 역시 초심자부터 수집가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주얼리의 역사, 젬스톤의 세계, 메종의 노하우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강의와 워크숍, 전문가와의 대화, 전시가 유기적으로 이어집니다. 공예와 미술, 디자인, 보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는 열린 교실이죠.


북촌을 나선 뒤에도 손끝에는 여전히 금속을 다듬던 감각이 남아 있었습니다. 쇼윈도 속 주얼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아주 조금은 달라졌죠. 이전에는 직관적인 디자인부터 보였다면, 이제는 그 뒤에 있었을 수천 번의 손길을 상상하게 되더군요. 어쩌면 반클리프 아펠의 레꼴 주얼리 스쿨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주얼리 제작 기술이 아닌, 아름다움을 잘 들여다보는 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 L'ÉCOLE, School of Jewelry Arts In Seoul

장소 푸투라 서울(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61)

일시 2026.6.25. - 7.15.

Credit

  • 에디터 박지우
  • 사진 Van Cleef & Arpels ∙ @lecoleasiapacif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