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에디터들은 왜 이 결혼 반지를 골랐을까
결혼을 앞둔 세 명의 에디터들. 취향도, 생각도 다른 이들이 전하는 웨딩 링에 대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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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당신에게
트렌드에 민감하고 남다른 경험에 가치를 두는 업계다 보니 사람들은 웨딩 링 역시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어머니의 손끝에서 반짝이던 다이아몬드 링이었다. 희고 단정한 손 위에서 빛을 받을 때마다 별처럼 반짝이며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던 반지. 내 웨딩 링의 시작은 그 기억에서 비롯됐다. IMF 시절, 집안이 어려워지자 엄마는 가장 먼저 당신의 다이아몬드 링을 팔았다. 그 후로 엄마는 한 번도 반지를 사지 않았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엄마의 손은 세월만큼 거칠어졌고, 손가락 마디는 더 굵어졌다. 단단해진 마음만큼이나 마음고생을 견뎌낸 손이었다.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늘 이렇게 말하던 엄마처럼 어쩌면 내가 다이아몬드에 집착했던 이유도 엄마가 끝내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삶의 한 조각을 대신 품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다이아몬드는 단순한 사랑의 증표가 아니다. 오래도록 품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가전제품에, 아파트 구입에 보탤 수 있는 돈 앞에서 “무조건 알이 큰 다이아몬드가 좋아!”라고 철없이 말하는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는 남자를 만났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봄, 상견례를 마친 뒤 엄마에게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여줬다. 엄마는 누구보다 반짝이는 반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절대 팔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아!”라는 말에서 엄마의 기쁨과 안도 그리고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난 0.4캐럿의 오벌 컷 다이아몬드를 받았다. 이 페이지 위에 놓인 반지는 내가 실제로 손에 쥔 그 오벌 컷 다이아몬드다. 손가락 마디가 얇아 늘 반지를 따로 맞춰야 하는 내게 0.4캐럿은 1캐럿 이상의 존재감을 가졌다. 엄마의 천진한 웃음처럼 미안했다가, 고마웠다가, 괜히 성질을 부리다가도 결국 내가 가장 오래 사랑한 사람은 엄마였다. 친애하는 나의 당신, 엄마에게. 이 자리에서 말한다.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오래, 건강하게 잘 살아갈게. 사랑해!
매일 곱씹는 현실주의자의 사랑
막연하던 결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식장부터 선점하라는 결혼 선배들의 성화에 “나와 결혼해 줄래?”라는 고백과 눈물의 승낙 같은 낭만적 서사는 과감히 생략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결혼식장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분기마다 오르는 주얼리와 시곗 값 역시 프러포즈에 대한 기대를 접는 데 한몫했다.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속삭이는 브랜드 광고 메시지와는 달리 금값은 가파르게 오르며 자꾸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그 앞에서 취해야 할 것은 예산 내에서 최선을 찾는 현실주의자의 태도. 우리는 주얼리보다 시계에 무게를 두기로 합의했다. 그 바람에 반지에 대한 선택의 폭은 한층 좁아졌고, 기준은 더 엄격해졌다. 브랜드와 디자인, 소재, 예산…. 수많은 조건의 반지를 수십 번 꼈다 빼기를 반복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 와중에 그의 말이 계시처럼 들렸다. “결혼반지는 평생 매일 껴야 해! 절대 빼면 안 돼.” 어떤 고백보다 사랑한다는 말처럼 들렸다. 고대 로마인들이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심장과 연결된 혈관이 있다고 믿어 끼기 시작한 사랑의 약속. 그러니까 매일 서로의 사랑을 곱씹으며 마음을 되새기는 증표. 잠깐 잊고 있었으나 결혼반지는 그런 의미였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꼈을 때 불편함이 없고, 어떤 옷을 입더라도 튀지 않는, 매일 껴도 예쁘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반지일 것. 결국 우린 패션 주얼리로 유명한 브랜드의 웨딩 밴드를 선택했다. 그래서 같은 반지를 낀 사람을 종종 마주치지만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건 매일 반지를 끼며 서로를 생각하는 견고한 마음이니까.
나의 인형 뽑기 링
인생에 한 번뿐이라는 결혼식을 5개월 남긴 지금. 여전히 가장 고민하는 건 웨딩드레스도, 텅텅 빌지도 모를 식장이 아니다. 바로 웨딩 반지. 누구는 식장을 잡기도 전에 웨딩 반지를 덥석 결제한다는데, 나는 결혼식을 코앞에 둔 지금도 손가락이 비어 있다. 솔직히 반지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 평소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내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웨딩 반지가 어려운 건 당연지사다. 그렇다고 아예 둘러보지 않은 건 아니다. 티파니의 밀그레인 링은 차가운 화이트골드가 웜 톤인 내 손과 따로 노는 느낌이었고, 부쉐론의 콰트로는 내 손엔 지나치게 볼드했다.
그때 예쁜 반지와 나에게 어울리는 반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처음 알았다. 작은 금속 하나에 ‘사랑의 증표’라는 의미까지 얹으려니 괜히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는 새 금값은 올랐고, 웨딩 반지 고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웨딩 링을 고르던 날, 가장 마음을 흔든 건 주얼리 부티크의 화려한 쇼케이스보다 우연히 들른 인형 뽑기 가게였다. 예비신랑이 첫 시도에 건져 올린 큼지막한 ‘인형 뽑기 커플링’. 누가 봐도 장난감 같지만 웃길 정도로 커다란 가짜 다이아몬드는 진짜보다 더한 설렘을 안겨줬다. 수백만 원짜리 반지엔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던 내가 망설임 없이 껴보고 싶었다. 어쩌면 나에게 웨딩 반지란 값비싼 보석보다 ‘우리다운 기억’을 품은 물건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게 인형 뽑기 반지가 웨딩 반지가 되는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결혼식 날 내 손가락에 끼일 반지가 진짜 다이아몬드일지, 장난감 반지일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라는 거다.
Credit
- 에디터 조윤서
- 사진가 신용욱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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