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지금 사우나가 제일 힙한 공간입니다

세계적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사우나 문화,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프로필 by 정소진 2026.04.27

벚꽃이 흐드러진 봄, 몸이 근질근질하고 자꾸 스프링처럼 ‘통’ 하고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다. 이런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나던 최근, 한 장의 기괴하고 웃긴 사진을 발견했다.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옛날 목욕탕 온탕에서 나란히 눈을 가린 채 누워 있는 여자들의 모습. 기사 제목은 ‘동행 목욕탕’.


마치 에스토니아 출신의 영화감독 안나 힌츠의 다큐멘터리영화 <여성 전용 한증막 Smoked Sauna Sisterhood>(2023)의 한 장면 같다. 다큐멘터리에서 어둠이 짙게 내린 사우나 안 여성들은 가족과 사랑, 섹스, 외로움 같은 비밀과 내밀한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몸에 품고 있던 수치심을 씻어내고 교감을 통해 힘을 되찾는다.


사우나에서는 이상하리만큼 말이 쉬워지는 것 같은 풍경. 이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장면은 에스토니아의 풍경이지만 이제는 파리와 런던, 뉴욕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장면이 됐다. “사우나의 성공은 웰빙을 대하는 방식의 새로운 단계를 의미합니다.” 파리 중심가에 거대 사우나와 냉탕 시설인 ‘상 로크(Sant Roch)’를 연 먼데이 스포츠 클럽의 공동설립자 쥘 부스카텔(Jules Bouscatel)의 분석이다.


“처음에는 하이록스(Hyrox)과 크로스핏, 아이언맨처럼 자신의 한계를 몰아붙이는 고강도 운동이 우세였지만 지금은 요가와 댄스, 필라테스, 라그리 같은 저강도 운동의 시대로 들어섰죠.” 그리고 지금, 주요 키워드는 상당히 두드러져 보인다. 도파민과 세로토닌, 옥시토닌 등의 호르몬을 활용한 ‘회복’과 ‘장수’. 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삶의 리듬을 다시 고르는 일이 중요해진 것.


사우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매혹적이다. 뜨거운 열은 몸을 이완시키고, 도파민과 세로토닌, 옥시토닌은 몸의 반응을 깨우며 뇌와 신경계, 소화 시스템까지 지원해 주기 때문. “모두 자신을 돌보고 운동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핵심 데이터를 자주 잊곤 합니다. 바로 사회적 유대를 발전시키는 것이죠.” 파리의 웰빙 커뮤니티 ‘도파민(Dopamin)’의 설립자 칼라 아비라드(Carla Abiraad)가 덧붙였다. 이 커뮤니티의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여러 장소에서 열리는 사우나 파티에서 만나며, 행사는 항상 매진을 기록한다.


전 세계 사우나 시장은 2025년 9억5430만 달러로 추산됐고, 2033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기준 19~29세 가운데 술을 마시지 않거나 마셔도 월 1회 이하라고 답한 비율은 56.0%, 30대는 47.6%였다. 통계 자료처럼 우리 삶에서 알코올 소비가 줄어들었고, 러닝 동호회 호황에서 볼 수 있듯 건강한 활동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테라스나 동네 바에서 맥주를 연달아 마시는 것보다 사우나에 가는 게 탁월한 선택인 셈.


‘상 로크’의 쥘 부스카텔은 사우나 열기와 냉탕을 오가는 대비 요법(Contrast Therapy)에 집중했다. 사우나 열기로 근육을 이완하고 냉탕으로 에너지를 얻게 해, 알코올과 비슷하지만 부정적인 효과가 없는 상태를 만든다. 그는 “이런 상태에서 참가자들은 서로 대화하는 데 적극적이 된다”고 설명한다.


미국이나 북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사우나가 저녁 모임이나 공동 취미생활처럼 기능하기 시작했다. 어떤 곳에서는 파티가 열리기도, 어떤 곳에서는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소규모 사우나를 넘어 멤버십과 규칙, 내부 분위기와 소통 공간을 갖춘 일종의 소셜 클럽 같은 사우나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나가 바쁜 일상 속의 단순한 휴식이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네트워크와 장수, 연결이라는 목적을 가진 생산적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2030세대가 사우나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사우나’ 검색 양은 2025년 9월, 9만3800건에서 2026년 1월에는 16만8000건으로 79% 증가했고, 그중 2030세대의 비중은 44.5%에 달했다. 다만 사우나를 즐기는 방식이 북유럽식 공동체 사우나와는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사우나 문화는 두 갈래로 나뉜다. 큐레이션된 형태와 공동체적 목욕 문화로.


우선 큐레이션된 사우나는 예약제 공간과 절제된 조명, 음악과 향,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구조, 냉탕이나 쿨다운 루틴을 더한 감각적인 웰니스 장소로서 작용한다. 압구정의 ‘시수하우스’를 비롯해 ‘프리마사우나’ 등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프라이빗 사우나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중이다. 감도 높은 디자인과 섬세한 관리를 찾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혼자 사우나를 즐긴다는 면에서 SNS에는 ‘고독한 사우너’라는 이름으로 사우나에 월급을 태우는 직장인, ‘#내돈내땀’ 같은 해시태그도 ‘밈’처럼 번지고 있다.


반면 공동체를 위한 공간도 있다. 러닝 이후 텐트 사우나를 즐기는 ‘사우나런’을 비롯해 사우나 장소 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사우나를 다니는 ‘사우나단’을 모집하는 문화가 그것. 제주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박원빈의 경우 사우나런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5km 정도 달리며 땀을 쫙 뺀 후, 여자들만 모여 추가로 한증막에 가서 또 땀을 빼요. 잡념은 사라지고 우리끼리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 사우나 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지금 한국에서도 사우나는 디지털 도파민에서 잠시 벗어나, 건강한 도파민과 함께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장소다.


최근 대중목욕탕도 ‘도파민 디톡스’ 공간으로 다시 읽히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기괴한 사진’은 실제로 서울 서초구의 한 대중목욕탕에서 20~40대 참가자들이 요가 강사의 안내에 따라 사우나와 냉탕을 반복해 오가는 일본식 목욕법 ‘토토노이’를 체험하는 모습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목욕에 집중하고 헤어지는 게 ‘힙’하게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화력발전소 내 대중목욕탕은 하루 평균 600명이 찾는데, 이용객의 절반이 20~30대라고 한다. 함께 목욕할 동행을 구하는 모임은 회원 수가 2000명을 넘겼고, 비슷한 성격의 모임도 여럿 생겨났다. 사우나 커뮤니티 계정 ‘먼데이 사우나’는 다양한 사우나 공간 큐레이션을 비롯해 굿즈 제작과 함께 ‘사우나 햇’까지 출시했다.


프랑스와 핀란드, 미국, 독일, 한국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사우나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이 문화를 즐길 때 유념해야 할 몇 가지 규칙은 동일하다. 첫째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다. 사우나가 지금의 문화로서 특별한 이유는 바깥 세계와의 연결을 잠시 끊는다는 데 있다. 사진을 찍고, 답장을 보내고, 화면을 확인하는 습관을 멈추는 동안 우리는 오랜만에 몸의 감각과 주변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바로 사우나에 있는 10분이 유난히 밀도가 높은 이유다. 둘째는 에티켓! 몸 상태를 살피고 무리하지 않는 것, 사우나 전후로 충분히 물을 마시는 것, 수건을 깔고 앉는 것, 무리해서 자신의 한계를 넘지 않는 것.


한국의 2030세대가 사우나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충분히 동시대적이다. 옛 목욕 문화의 부활이기도 하고, 글로벌 웰니스 트렌드의 한국식 번역이기도 하며, 과잉 연결 시대에 적정한 선을 유지할 수 있는 관계를 배우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사우나는 여전히 오래된 공간이지만 지금, 그 오래된 공간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쉬는가? 누구와 함께 쉬는가? 그리고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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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소진
  • 글 마고 반웨츠윙클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