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코코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도 스타일이 있다면, 아르노 샤스텡의 방식은 분명 ‘플레이’에 가깝다. 그는 시간을 직선으로 보지 않는다. 체스처럼 움직이고, 게임처럼 상상하는 구조 속에서 시간을 재해석한다.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낸 그의 새로운 샤넬 오뜨 오를로제리 컬렉션을 파리 방돔에서 미리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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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파리 방돔에서 만나니 또 색다르다 제네바에서 만나고 2년만이다. 전체 피스를 모두 본 건 아니지만 언뜻 봐도 드러나는 정교함과 점점 더 생생해지는 가브리엘 샤넬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좋게 봐줘서 고맙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샤넬 메종과 일하는 건 행운이다.
요즘 고객은 ‘기술’보다 ‘이야기’에 설득되곤 한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출발해 어떻게 디자인으로 구현됐나
우리 디자인은 언제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서사가 없으면 디자인도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이야기 자체가 작업의 시작점이다. 먼저 하나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이를 디자인 팀과 공유하면서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컬렉션을 이어온 방식이다.
샤넬의 세계관을 담은 정교한 미니어처 체스 말을 조각해 유니크 피스 ‘체스 보드’를 선보였다.
토르소, 사자 등 샤넬의 상징적 아이콘을 체스보드 위의 말로 표현한 유니크 피스.
흑백의 퀸 마드모아젤 아래에는 시계를 감추고 있다.
이번 ‘코코 게임’과 ‘노드 드 까멜리아’ 컬렉션도 재밌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코코 게임’ 역시 하나의 무대처럼 구성했다. 그 중심에는 여주인공 가브리엘 샤넬이 있다. 영감은 ‘게임’에서 시작됐다. 도미노와 체스처럼 반복되는 블랙 앤 화이트의 구조, 단순하지만 강렬한 그래픽적 리듬, 실제로 플레이가 가능한 기능적 요소까지. 이 모든 코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컬렉션의 언어를 만든다. 그 결과, 체스보드 위의 오브제에서 픽셀화된 가브리엘 샤넬에 이르기까지. 이 컬렉션은 하나의 이야기이자 플레이 가능한 세계로 확장된다.
총 6백8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프리미에르 갈롱 다이아몬드’ 워치.
보이프렌드 워치 다이얼에 퀸 오브 하트를 담은 ‘보이프렌드 코코 게임’ 워치.
이번 컬렉션 중 가장 애정이 가는 피스는
종종 듣는 질문인데,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좋아하는 피스를 고르는 일은 자식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모든 작품에는 각자의 이야기와 맥락이 담겨 있다. 그래서 대답은 늘 한결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피스는 다음에 만들 작품’이다. 오늘 본 컬렉션은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공개된 것은 하이 워치메이킹과 하이 주얼리, 즉 오트 쿠튀르에 해당하는 챕터다. 제네바에서는 프레타 포르테에 비견될 만큼 보다 확장된 라인의 방대한 컬렉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가브리엘 샤넬이 프레임과 다이얼을 벗어난 대담한 디자인으로 완성한 ‘가브리엘 워치’.
샤넬 워치는 강렬한 디자인과 정교한 기술이 공존한다. 그런 균형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시계를 만들 때 테크닉보다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하나의 꿈을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아이디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체스 보드 위의 작은 세라믹 말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디어도 처음부터 배제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물론 샤넬 아틀리에의 장인과 테크니션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디자인과 기술의 관계는 균형이라기보다 순서에 가깝다. 상상이 먼저이고, 기술은 그것을 따른다.
‘J12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칼리버 5’ 워치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과정.
이번 시즌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소재나 기술적 성취가 있다면
이번 컬렉션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소재가 아니라,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다. 그 중심에는 세라믹이 있다. 세라믹은 샤넬 워치에서 J12를 통해 이미 상징적 소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체스 말처럼 정교하게 조각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는 소재 혁신이라기보다 그것을 구현하는 테크닉의 진화에 가깝다. 샤넬은 오랜 시간 세라믹을 연구하며 독자 가공 기술을 축적해 왔고, 이제는 전문 영역이라 할 만큼 완성도에 다다랐다. 흥미로운 점은 한때 일상 소재로 여겨졌던 세라믹이 샤넬을 통해 하이엔드 코드로 위상이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블러시(Blush)’ 컬렉션에서 에나멜을 더해 색채를 입힌 것처럼, 세라믹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감각을 표현하는 캔버스로 확장되고 있다.
투르비옹 케이지에 익스클루시브 컷 다이아몬드를 더한 ‘J12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칼리버 5’ 워치.
견고한 블랙과 화이트 세라믹을 교차 배열했으며, 가장자리에 5백16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체스 보드
아르노 샤스텡에게 ‘워치를 만든다’ 혹은 ‘시간을 다룬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워치를 만든다는 것은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더 아름답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샤넬은 그런 질문을 가장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메종이다. 쿠튀르에서 출발해 전통적인 시계 규범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하나의 오브제이자 감각적 언어로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완벽함이다. 아무리 대담한 아이디어라도 기술적·미적으로 완성되지 않으면 샤넬의 이름을 달 수 없다. 결국 샤넬의 워치는 시간을 재는 기계가 아니라,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자유로운 상상과 절대적인 완성도, 그 두 축 위에서 ‘샤넬의 시간’이 완성된다.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텡.
Credit
- 에디터 이하얀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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