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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연애 세포 깨우는 러블리 바이브

소년의 얼굴을 지나 자기만의 문장으로 어른이 돼가는 시간. 김재원은 사랑과 낭만 그리고 연기로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간다.

프로필 by 정소진 2026.04.03

<엘르>와 두 번째 만남입니다. 청량한 컨셉트였던 지난 화보와 달리 이번은 매스큘린 무드였어요. 어떤 쪽이 본인과 가깝나요

매스큘린한 모습에 가까운 것 같아요. 지금까지 청량하고 훈훈한 인물을 연기해 왔는데, 이제는 무게감 있고 성숙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거든요. 소년에서 남자로 가는 과정에 있는 거죠.



촬영장에서 재원 씨는 이곳저곳을 누비며 ‘러블리’ 바이브를 풍겼어요

카메라 밖에서도 서로 좋은 말이나 기억을 남겨야 다음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그 편이 더 좋고, 기분도 좋으니까요. 저를 외향적으로 보는 분이 많은데, 맞아요. 외향적이긴 한데, 그것도 일하는 모드로 ‘온’ 상태의 저인 것 같아요. 집에 가면 완전히 방전될 때도 많습니다.



블랙 레더 베스트와 레더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Homme. 실버 십자가 네크리스와 실버 링, 골드 링은 모두 Damiani.

블랙 레더 베스트와 레더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Homme. 실버 십자가 네크리스와 실버 링, 골드 링은 모두 Damiani.

스위치를 껐을 때도 ‘밖돌이’라고 들었는데요

재미있는 것들은 다 집 밖에 있는 것 같아요. 운동도 밖에서 하고, 개운하게 씻고 싶을 땐 사우나를 갑니다. 술을 잘 못해서 친구들과 브런치 카페에 가서 에그 베네딕트를 시켜놓고 인생에 관한 대화를 합니다(웃음). 얼마나 대화를 좋아하면 몇 시간 후에도 잔에 커피가 3분의 1만 줄어 있죠.



최근 가장 인상적인 역할을 꼽으라면 <레이디 두아>의 호스트 바 선수 강지훤일 것 같아요

그런가요(웃음)? 연기할 때 ‘나는 호스트 바 선수지만, 은재(신혜선 분)를 만나고 나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도 “우리 작품에 멜로는 없지만, 재원이는 이걸 멜로로 생각하고 연기해”라고 하셨죠. 투박하고 서툰 지훤이가 사랑을 하면 어떨까? 다정한 인물과 달리 양아치 같은 사람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더라고요. 어떤 말투와 표정일지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작업을 한다’는 느낌이어서 즐거웠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이해받지 못해 비극적 결말을 택하는 <은중과 상연>의 천상학으로 또 다른 내면 연기를 선보였어요

내면에 소용돌이가 있는 인물이지만 비극적으로만 바라보고 싶지 않았어요. 평범한 소년, 한 가정의 막내 같은 인물, 그저 나와 비슷한 소년이지만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죠. 내면의 슬픔도 최대한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모든 걸 절제하려고 노력했어요.



블랙 컷 트임 슬리브리스 톱은 YCH. 블랙 부츠 컷 팬츠는 Rick Owens. 실버 링은 Chrome Hearts.

블랙 컷 트임 슬리브리스 톱은 YCH. 블랙 부츠 컷 팬츠는 Rick Owens. 실버 링은 Chrome Hearts.

당신이 돼보고 싶은 인물은 어떤 공통점으로 묶여 있나요

결국은 ‘순애’였어요. 지금까지 저와 함께한 인물들은 모두 사랑에 직진해요. <킹더랜드>의 로운은 평화 선배를 향한 직진 로맨스를 그렸고, <하이라키>의 리안은 성격은 나쁘지만 재이를 향한 순애보를 가졌고요. 지훤이만 조금 다르죠. 호스트 바 선수라는 직업은 어찌 보면 ‘순애인 척해야’ 하는 일인데, 그런 인물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점이 굉장히 모순적이고 또 재미있었습니다.



4월에 공개될 <유미의 세포들3>에서 연기한 순록은 순애보인가요

흠, 좋아하는 한 가지에 몰입하는 면모를 보면 순애라고 할 수 있죠. 순록은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몰두하거든요. TV 보는 걸 좋아하면 온종일 그것만 해요. 그런 점에서 저와 닮았죠. 일할 때는 이성적이고, 휴일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점도요. 저는 운동을 좋아해서 쉴 때는 운동만 합니다. 물론 원작 속의 순록은 ‘집돌이’지만 저는 ‘밖돌이’라….



베이지 롱 트렌치코트와 레드 레더 쇼트팬츠는 모두 Kimseoryong Homme.

베이지 롱 트렌치코트와 레드 레더 쇼트팬츠는 모두 Kimseoryong Homme.

김고은 배우와는 <은중과 상연> 이후 서로 상대역으로 호흡하는 건 이번 작품이 처음입니다

고은 선배는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면서 동시에 카리스마가 있어요. 인간적으로도 굉장히 따뜻한 분이에요. 실제로 제가 누나한테 “귀엽다”고 한 적 도 있을 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고은 선배에게는 어떤 연기 조언을 구했나요

같이 작품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건 누나가 저보다 훨씬 선배이고 어른이지만, 제 연기에 대해 함부로 터치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조언은 해주지만 “재원아, 이렇게 해”라고 단정하지 않고, “내가 보기엔 이 장면에서 순록이 이렇게 하면 더 좋아 보일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어요. 그러면 제 생각과 선배의 생각을 같이 놓고 비교하면서 더 좋은 방향을 찾게 되더라고요. 후배의 의견을 정말 존중해 주는구나 하는 든든함을 느꼈고, 그렇게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선배를 이 시기에 만날 수 있다는 게 행운이었죠.



이번 작품에서 수트와 안경은 순록에게 하나의 무기였을 거예요. 복장이 연기에 주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수트와 안경을 착용하니 확실히 시니컬하더라고요. 저는 꾸밈없고 털털한 편이지만, 순록에게는 시그너처가 있어요. 일할 때는 왁스로 반만 올린 머리에 안경을 쓰고 굉장히 냉철한 표정과 딱딱한 어투를 쓰고, 쉴 때는 머리를 곱슬하고 풍성하게 풀어 내리죠. 그런 변화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블랙 레더 베스트는 Kimseoryong Homme. 실버 링은 Damiani. 블랙 웨스턴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베스트는 Kimseoryong Homme. 실버 링은 Damiani. 블랙 웨스턴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 인터뷰에서 평소 역할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이라고 했죠

지금은 순록이와 첫 영화 촬영이 제 안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도 조금은 그 인물처럼 살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현장에 들어가면 훨씬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제가 베테랑이 아니어서요(웃음). 요즘은 영화를 촬영 중인데, 첫 도전이라 많이 배우는 중입니다. 하루에 한 신만, 완전히 몰입해 촬영한다는 점에서 연대 책임을 강하게 느끼기도 하고요.



작업 이야기를 할 때는 어느 때보다 눈이 반짝이네요

연기를 탐구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저는 배우라면 역할마다 얼굴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향하는 배우는 어떤 미스터리 박스에 나를 대입해도 작품 속 인물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모습이죠.



베이지 스트라이프 셔츠와 쇼트팬츠 세트업, 레드 타이와 베이지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베이지 스트라이프 셔츠와 쇼트팬츠 세트업, 레드 타이와 베이지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우리들의 블루스>부터 <킹더랜드> <하이라키> 그리고 첫 사극 <옥씨부인전>까지 연기에 다양한 변주를 줬어요. 이후 <은중과 상연> <레이디 두아>에서 큰 전환점을 이룬 것 같아요

이런 흐름만 보면 제가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로맨틱 코미디나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좋지만, 틀을 깨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요. 편차가 크고 감정 기복이 큰 인물들, 어쩌면 도박처럼 보일 수 있는 선택에 과감히 뛰어들고 싶어요. 원하는 걸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거든요. 감사하게도 회사에서도 배우로서 제 의견을 존중해 줘요. 정말 고맙기도 하지만, 반대로 큰 부담인 것도 사실입니다.



<유미의 세포들3>까지의 여정은 탐험과 모험 중 어디에 가까웠나요

처음은 탐험이었고, 지금은 모험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탐험은 ‘배우란 무엇일까’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걸까’ ‘현장에서 어떻게 덜 떨 수 있을까’ 같은 질문에서 시작해요. 신인일 때 이런 고민과 스트레스가 컸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소통하는 법도 알게 됐고, 제가 잘하는 것과 시청자들이 좋아해주는 제 얼굴도 조금씩 알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다른 인물도 해볼까?’ 하면서 방향을 바꿔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정답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정답이 있지 않을까 싶어 새로운 길로 가보는 거죠. 그래서 최근의 선택들이 그런 모험에 가까웠던 것 같고,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안 해본 장르에 대한 도전 자체가 지금의 저에게는 다 모험이에요. 무인도에 첫발을 디딘 느낌이랄까요?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미지의 감각을 즐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배우로서 탐구하고 싶은 것은

탐구해 보고 싶은 형식은 연극입니다. 예술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연극을 베이스로 연기를 배웠기 때문에 저 역시 연기를 처음 접한 건 무대예요.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커튼콜의 희열이 어떤 건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언젠가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요. 그리고 연극은 말 그대로 라이브잖아요. 편집도 없고, 가장 예쁜 각도도 계산할 수 없고, 있는 그대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연극은 배우로서 초심을 붙잡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무대에서 제가 얼마나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블랙 컷 트임 슬리브리스 톱은 YCH. 블랙 부츠 컷 팬츠는 Rick Owens.

블랙 컷 트임 슬리브리스 톱은 YCH. 블랙 부츠 컷 팬츠는 Rick Owens.

<유미의 세포들3>에서는 어떤 세포들이 활약할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사랑 세포, 이성 세포, 출출 세포, 응큼 세포 등 다채로운 세포들이 존재했습니다. ‘재원의 세포들’ 중 가장 ‘프라임’한 세포는 무엇일까요

사랑 세포. 연기와 사람, 가족, 무언가를 사랑하는 감정 자체를 좋아하거든요. 사랑받는 것도 좋고, 사랑하는 것도 좋아하죠. 제 안에는 세상에 대한 낭만이 살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이 세상에는 온기가 있고, 사랑으로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끼리 부대끼며 사는 세상에서 온기가 없다면 무슨 낙인가 싶어요.



그런 믿음 덕분에 재원 씨도 온기가 넘치나 봅니다

부모님께서도 사랑으로 키워주셨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저에게 사랑은 중요한 가치예요. <엘르>와 제가 2년 만에 다시 만난 것도 사랑과 낭만이죠. 시간이 지나 또 만나면 얼마나 낭만적일까요?



더 멋진 사람이 되려면 자신과 자기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나요

그럼요. 지키고 싶은 건 여전히 가족이고, 또 이제는 팬들이에요. ‘내가 누군가를 저렇게까지 열렬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저는 자신이 없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저를 사랑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팬들을 제 바운더리에 들였고, ‘버블’(아이돌 카톡 플랫폼)도 하게 됐어요.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잘되면 사회도 좀 더 나아질 수 있겠죠. 너무 빨리 가고 물질적인 걸 우선시하는 세상 속에서 가끔 천천히 가고,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돈을 덜 벌어도 어떠냐는 마음, 그런 낭만을 지키고 싶어요.



아무리 봐도 2001년생이 아닌 듯해요

저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인생이 2회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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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장기평
  • 헤어 아티스트 이기안
  • 메이크업 아티스트 태희
  •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정주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