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수지? 최미나수? 요즘 제일 웃긴 여자들을 꼽아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웃긴 여자는 누구일까? 피처 에디터 3인이 재정의한 요즘 ‘웃기다’는 것의 진짜 의미.

프로필 by 전혜진 2026.03.09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세상에서 가장 웃긴 여자에 대한 엘르 에디터들의 토론
  • <솔로지옥5>의 최미나수를 보며 의도치 않게 눈물 났던 에디터의 사연
  • 남자들이 '웃긴 여자'가 좋다고 했을 때, 그 재미 포인트는?
  • 이수지, 정이랑의 세대를 넘나드는 진짜 코미디의 매력

요즘 웃긴 여성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요. ‘코믹하다’는 뜻이 아니라 주변 공기를 장악하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죠.

혜진 맞아. 개인적으로 <개그콘서트>나 <SNL>처럼 계산된 합에 의한 ‘콩트식’ 코미디보다 ‘연프’에서 일반인이 의도치 않게 웃긴 데서 진짜 눈물 나던데. 그래서 요즘 내가 사랑에 빠진 여자는 <솔로지옥5>의 최미나수! 연프란 자고로 한정된 공간에서 과몰입하고 과잉 감정에 취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재미로 본다지만, 그녀는 그 이상으로 진지했어. 울고 질투하고 설레는 감정선을 넘어 모든 마음이 표정에 드러나는 사람이 오랜만이라서 반가웠지. 예를 들어 희선과 수빈 커플이 천국도에서 돌아오는 헬리콥터에서 손을 주물러주는 장면을 그가 옆에서 봤어. 보통은 질투에 휩싸여 울거나 정색하잖아. 미나수는 ‘저게 뭐지?’ 싶다는 표정을 지었어. 그러니까 멜로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표정 말고, 진짜 ‘내’가 지을 법한 표정을…. 다른 상대와 천국도에 갔음에도 어딘가에서 수빈 커플이 수영하고 있는지 없는지 유리창으로 내내 ‘훔쳐보듯’ 하는데… 실망도, 당황하는 것도 실시간으로 보이고 자신의 마음도 알아차리지 못해 이리저리 널뛰는 ‘아이’ 같은 면이 재미있더라고. 그런 면이 무례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계산하는 것보다 낫다고 봐. 특히 요즘 연프 출연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지나치게 재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설령 그것이 우아하거나 도덕적일지라도 매력은 느껴지지 않아. 연프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잣대로 출연자를 평가하는 건 의미 없다고 봐. 그저 그들은 ‘룰’에 진심으로 참여했고 시청자인 나는 그런 행동이 재미있으면 그냥 ‘재미있어’ 하면 돼.

소진 저도 감정이나 고민이 얼굴에 드러나는 편인데, 미나수에게서 보이는 지점들이 스스로를 보는 것 같아 웃겼죠. 누구든 살다 보면 내면의 ‘아이’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잖아요.

혜진 ‘완성된 것’은 완성된 것일 뿐 재미는 없으니까. 불완전한 것이 아름답다고 봐.

사실 예능에 처음 나간 일반인이잖아요. 프로그램 취지에 맞는 용기를 보여주니, <솔로지옥5>에 미나수가 없다고 상상하면 재미없어요. 근데 저는 패널로 출연한 홍진경 씨의 솔직한 반응이 더 웃겨요. 미나수와는 다른 결의 ‘공감’으로 웃긴달까요. 홍진경은 분명 현 시점에서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이너’로 손색없지만, 그 자체로 아이코닉한 패션 모델이자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죠. 냉철함이 필요할 땐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망가질 때는 또 한없이 ‘허당’처럼 무너져요. 그 ‘갭모에’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툭 내뱉는 말에 힘이 있으니까. <도라이버>에서도 보면, 주우재와 10년 넘게 경력이 차이 나는 모델 선후배 사이인데 세대 간의 불편함이 전혀 없거든요. 주우재도 홍진경을 막 대하듯 상황극을 하고, 홍진경도 잘 받아주고. 그런 ‘평형의 매력’이 좋아요. 또 홍진경에게는 특유의 ‘설명하려다 길을 잃는 화법’이 있어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눈에 걸면 눈걸이”라는 실언이나 “뒤에서 끌어주시고 앞에서 밀어주시고” 같은 말의 빈틈이 매력이죠.

소진 최근 그의 딸 라엘의 셀카가 이슈였잖아요. 그 틱톡 사진이 낯설게(?) 보여서, SNS에서 누리꾼들이 왈가왈부했죠.

그때도 홍진경은 본인이 직접 인스타그램에 입장 정리를 하듯, 과한 보정임을 시인하며 웃음을 안겨줬어요. 개인적으로 이건 딸을 더 큰 ‘왈가왈부’에서 보호하는 지혜이면서 대체할 수 없는 웃음 코드라고 생각해요. 더구나 최근 22년 만에 이혼하는 등 개인사가 있음에도 이런 흐름을 이어가는 건 대단해요. 저는 어떤 콘텐츠를 봐도 홍진경이 얘기할 때만 웃어요.

혜진 찬과 같은 남자들이 ‘웃긴 여자’가 좋다고 했을 때 그 재미 포인트가 뭐야? 물론 ‘개취’이겠지만.

본인이 웃긴 줄도 모르는, 그런 빈틈이 느껴지는 구석. 자학이나 비하하는 개그보다 놀리고 싶고 놀릴 만한 포인트가 눈에 들어올 때 재미있어요.

혜진 홍진경은 빈틈도 있지만, 가끔 하는 조언들이 세상 이치에 맞아서 그런 것 같아. 진짜 ‘우스운 사람’이었다면 ‘무식해 보인다’는 식으로 흘러갈 수 있지만 자존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력이 생겨. 자신을 위축시키거나 비하하면서 웃기는 게 아니라, 본인의 주관을 소신 있게 얘기하니까. 그 토대가 단단하니 ‘폼’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 진짜 우스운 사람은 웃기지 않지.

소진 라엘도 비슷해요. 그런 ‘어색한’ 사진도 ‘풉!’ 하게 되는 구석이 있죠. 라엘은 솔직하게 엄마와 대중을 대해요. 자존감이 우뚝 서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편. 사춘기가 오고 나서 엄마에게 ‘유튜브 채널에 내 얼굴 보여주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나는 나 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걸 강조해요. 그 나이 그대로 솔직한 표현을 해왔기 때문에 ‘고등학생이면 한창 그럴 나이지’ 하고 웃음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심지어 엄마가 보정 전 사진을 해명한답시고 올렸는데, 개의치 않더라고요. 엄마가 너다운 걸 올리라고 조언하니 ‘엄마 쏘리’ 하면서 쿨하게 대응하죠(웃음).

소진 그런 의미로 요즘 민음사의 해외문학 팀 김민경 씨가 정말 웃겨요. 유튜브 채널 <민음사 TV>에서 그가 인기를 끈 이유는 ‘공감’ 때문이죠. 출판업계에서 근무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지 덤덤하게 얘기하는데 너무 논리적이고, 세상 모든 유행 밈을 섞어서 얘기하거든요.

혜진 풍자와 해학의 신 ‘말뚝이’ 같은 느낌인가? 웃음으로 눈물 닦기.

소진 맞아요. 요즘 SNS의 최신 밈을 고전문학이랑 결합해서 설명해 주거든요. 또 본인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적재적소에 풀어놓는데 <순풍산부인과>처럼 극적이죠. 아빠가 자기에게 ‘공부해라’ ‘돈 벌어라’ 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꼭 “민경아 너는 나가서 춤을 춰라, 시장 한가운데서 춤을 춰”라고 했대요. 그래서 지금까지 ‘언제 어디서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고 말하거든요. 배경 지식도 방대해서 어떤 콘텐츠에서든 논리적으로 웃겨요.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의 ‘B급영화 월드컵’에서도 숱한 영화를 섭렵한 만큼 취향을 분명하게 설명하죠.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코미디언 원소윤에 따르면 홍상수 감독이 얼마나 싫으면 ‘홍상수가 싫은 이유’를 파일로 간직하고 있대요. 댓글에는 제발 그 파일을 읽게 해달라는 글이 난무합니다. 자기 취향이나 주장이 뚜렷함에도 그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아요.

혜진 웃기는 일에는 누구도 불편하지 않을, 사회적∙ 윤리적으로 용인되는 선을 잘 알고 행동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그게 진짜 웃긴 건지, 미숙한 일인지 잘 인지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지. 그러면 ‘웃기다’는 게 무엇인지, 각자 정의를 한번 들어볼까? 일단 웃기다는 건 ‘매력적이다’와 통용된다고 생각해. 예쁨, 착함, 똑똑함 등 많은 매력 요소 중에 최상!

소진 제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자기 취향이 분명해요. 그걸 아니까 웃길 수 있는 거죠. 뭐든 끝까지 분석하고 따라하며, 거기서부터 깊은 코미디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과도 맞닿아 있어요. 웃긴지 안 웃긴지 알 수 있으려면 결국 사람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걸 아는 사람들인 거죠.

혜진 사회성을 기반으로 하지.

소진 사회성 하면 코미디언 정이랑! 처음 그 매력을 접하게 된 건 유튜브 채널 <정이랑의 진기명기>에서 선보인, 2000년대 동네 피아노 학원을 고증한 ‘쇼팽휘아노학원’ 콘텐츠였어요. <SNL>에서 크루로 활동할 때도 실력자였지만, 이 콘텐츠는 마음의 향수를 자극했죠. 다들 어릴 때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진도 체크’ 표의 포도알을 칠하거나, 아폴로 같은 불량식품을 몰래 먹었잖아요.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는 추억을 꺼내 100% 싱크로율로 완성한 거예요. 1980~1990년대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2000년대생으로부터 최신 밈을 얻기도 해요. 쇼팽휘아노학원에서 ‘원장쌤’인 정이랑은 항상 카메라를 보며 “윤정아! 쌤이 피아노 학원에서 불량식품 먹지 말라고 했지!”라며 버럭 화를 내는데 이 대사를 따서 초등학생들이 음계를 붙여 ‘윤정아 윤정아, 왜요 쌤 왜요 쌤’ 하며 따라부르는 밈이 생겨났어요. 이런 현상은 정말 대단해요. 세대를 넘나드는 콘텐츠가 진짜 코미디죠.

정이랑과의 교집합이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이수지죠. 두 사람에게는 관찰력이 있고 흘려보낼 수 있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아요. 김원훈이 <개그콘서트> 막내였을 때 중국집 배달부 역할이 들어왔는데, 선배였던 이수지가 하지 말라고, 걔 잘 못 살린다면서 안 시켰대요. 훗날 다른 프로그램으로 조우한 김원훈이 너무 서운했던 나머지 “이수지 선배라면 어떻게 했을까?” 했더니, 옆에 있던 이수지가 실제 중국집 배달부처럼 엄청 잘 따라하는 거죠! 한 마디만으로요.

혜진 이수지는 캐릭터 흡수를 ‘비슷하다’가 아닌 ‘저건 저 사람이다’ 하는 경지까지 오르게 하는 것 같아. ‘대치맘’에서도 특정 인물을 조롱하지 않고 그저 묘사해. 그런데 우리는 웃어. 왜냐하면 이미 알고 있던 공기를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지. 지금 시대에서 완성되지 않은 것들. 예컨대 거짓 자존감, 척, 과잉 친절, 타인과의 비교. 이런 것들을 목소리와 표정만으로 드러내다니!

소진 강유미도 마찬가지예요. 사이비 종교를 전도하는 ‘도믿걸’처럼 개인이 지닌 특성에 사회 현상을 덧붙여 세상 흐름을 포착합니다.

혜진 결국 웃기다는 건 ‘인간적’인 거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기에 가능한 것들이야.

소진 자기 목소리를 내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물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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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전혜진·정소진·박찬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