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안성기의 마지막 가는 길에 공개된 편지
고인과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던 후배 정우성은 추모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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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안성기가 5일 별세했습니다. 고인의 나이 74세. 장장 70년에 가까운 세월을 마지막까지 배우로 살았던 그의 영결식이 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거행됐습니다. 이날 수많은 영화계 동료들이 안성기를 배웅했는데요. 추모사를 맡은 건 생전 고인과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던 정우성이었습니다.
정우성은 "언제인지 기억하기 어려운 시점에 처음 인사를 드렸는데, 첫마디가 '우성아'였다"라며 "(만난 지) 오랜 후배를 대하듯 제 이름을 불러주시던 분"이라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선배님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늘 누군가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셨고,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깊이와 철학, 배려와 겸손이 몸에 배어 있었다"라고 고인과의 추억을 돌아봤습니다.
또 "(안성기는) 당신 스스로에게 참으로 엄격하셨다"라며 "그 엄격함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무거웠고, 때로는 한없이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늘 의연하셨다"라고 했습니다. 안성기를 '철인'이라 표현한 정우성은 "온화한 미소로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셨고, 참으로 숭고하셨다"라며 "모든 사람을 진실로 대하시던 선배님, 배우의 품위와 인간의 품격을 지켜주신 선배님, 늘 무색무취로 자신을 지키시던 선배님은 찬란한 색으로 빛나셨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참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나간 가치를 잊어가던 시대에 안성기라는 언어로 그것을 표현하셨다"라며 평안한 영면을 기도했습니다.
이어 안성기의 장남 안다빈 씨가 유족 대표로 나섰습니다. 그는 "아버지는 천국에서도 영화만을 생각하고, 맡은 배역의 연기를 열심히 준비하며 영화인의 직업 정신을 지켜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다섯 살 때 안성기가 남긴 편지를 읽었습니다. 고인이 모두에게 남기고 간 메시지인 것 같아서였습니다.
안성기는 편지를 통해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꼭 빼닮은 주먹보다 작은 얼굴을 처음 봤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너를 보면 아빠는 부러운 것이 없구나"라며 "네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아빠는 다빈이가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라고 아들을 향한 애정 넘치는 당부를 전했습니다.
또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고 도전해라. 무엇보다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도전하면 네가 나아갈 길이 뭔지 보일 것이다"라며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 필요한 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고 했습니다. 안다빈 씨는 편지를 낭독하다가 감정이 북받치는 바람에 말을 잇지 못했고, 참석자 모두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편 정부는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는데요.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은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를 보여주며 한국 영화와 생애를 함께해 온 '국민배우'로 평가받아 왔다"라며 "1990∼2000년대 한국 영화의 대중적 도약과 산업적 성장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한국영화의 사회적·문화적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라고 했습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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