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쏘고 가라": 故 안성기가 남긴 200여 편의 작품 돌아보기
수많은 명대사, 명장면을 남기며 만인의 단골 성대모사 대상으로 자리잡기도 헀던 안성기.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지난 5일, 배우 안성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랜 시간 스크린을 지켜온 그의 이름은 한국 영화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는데요. 아역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200여 편에 달하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한 시대의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01. 아역 시절, 영화계가 먼저 알아본 스타
영화 하녀 스틸컷
안성기의 시작은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였습니다. 다섯 살의 나이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 곧바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곧이어 <10대의 반항>(1959)으로는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에서 소년특별연기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 최초로 해외 영화제 연기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안성기는 이후에도 <하녀>(1960), <얄개전>(1965) 등 7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아역배우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얄개전> 상영 당시에는 당시 같은 반 친구들을 극장에 초청한 일화가 전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죠.
#02. 공백 이후, 80년대 필모그래피
병사와 아가씨들 스틸컷
아역 시절의 성공 이후 안성기는 긴 공백기를 거칩니다. 학업과 군복무로 약 10년간 영화계를 떠나 있었는데요. 당시 대학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한 만큼 전공을 살려 현지 취업을 준비했다는 후문.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계획이 무산됐고, 1977년 김기 감독의 <병사와 아가씨들>로 영화계에 복귀하게 됩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스틸컷
본격적인 전환점은 이장호 감독의 1980년작 <바람 불어 좋은 날>이었습니다. 산업화 시대 청년들의 애환을 그린 이 작품에서 안성기는 말 더듬는 중국집 배달부 덕배 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거든요. 이 작품으로 대종상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꼬방동네 사람들>(1982),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7)>로 이어지는 80년대 필모그래피는 안성기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도시 빈민부터 성공에 집착하는 밀입국자까지 그는 다양한 소시민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소화해냈죠. 또한 <깊고 푸른 밤>으로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면,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에선 순정파 로맨티스트로 열연하며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습니다.
기쁜 우리 젊은 날 스틸컷
#03. 90년대, 장르를 확장하다
영화 하얀 전쟁 스틸컷
안성기는 90년대 들어 코미디와 전쟁, 액션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 영역을 더욱 확장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함께 보여줬죠. 영화 <남부군>(1990)에선 빨치산 이태로, <하얀 전쟁>(1992)에선 베트남전 참전 용사 한기주 역을 맡았습니다. 특히 "베트남을 다루는 영화가 나오면 꼭 역할을 맡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함께 해보자는 제의가 왔다"라고 말할 정도로 <하얀 전쟁>에 깊은 애정을 보였죠. 앞서 ROTC 장교로 베트남 파병을 준비했던 개인사 역시 연기에 진정성을 더했습니다.
영화 투캅스 스틸컷
1993년에는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로 코미디 연기에 도전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1999년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선 대사 한 마디 없는 살인범 역을 맡아 또 한 번 과감한 연기 변신에 나섰죠.
#04. 2000년대 이후, 주요 출연작
영화 실미도 스틸컷
2000년대 이후 안성기는 작품 전체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배우로 자리합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2003)에서 안성기는 북파 공작원들을 훈련시키는 교육대장 최재현 준위 역을 맡았는데요. 냉철한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해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특히 "날 쏘고 가라"는 대사는 극 중 실미도 부대원들과 그들을 훈련시킨 기간병들의 비극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죠.
영화 라디오스타 스틸컷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2006)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안성기는 극 중 한물간 스타(박중훈)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매니저로 출연했는데요.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에서 콤비로 활약했던 박중훈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박중훈은 이 배역을 두고 "인간 안성기와 가장 닮은 역할"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안성기 역시 자신의 출연작 중 <라디오 스타>를 가장 좋아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에 따르면 "자극적이지 않고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라서 좋다"라고 말했다는군요.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을 진단받은 후에도 배우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영화 <카시오페아>(2022), <한산: 용의 출현>(2022), <노량: 죽음의 바다>(2023)등에 출연하며 끝까지 현장을 지켰죠. “출연 중인 작품을 중도에 포기한다는 것은 병마의 시련보다 더 큰 고통"이라면서 약을 복용하면서 촬영에 임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영화는 나의 모든 것"이라면서 마지막까지 복귀 의지를 밝혔던 그의 말은 안성기가 왜 '국민 배우'로 불렸는지를 설명해줍니다.
Credit
- 글 이인혜
- 사진 각 작품 스틸컷 및 포스터
2026 봄 필수템은 이겁니다
옷 얇아지기 전 미리 준비하세요,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