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부첼라티의 타임리스 스타일이 상하이를 빛낸 그날의 만남

한 세기를 건너온 부첼라티의 장인 정신이 상하이의 황금빛 시간에 내려앉았다.

프로필 by 이하얀 2025.12.23

오랜만에 찾은 상하이의 빛은 여전히 화려했고, 한층 성숙한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에너지 속에서 부첼라티의 시간은 오히려 또렷하게 빛났다. 지난 12월 5일부터 상하이 전시 센터(Shanghai Exhibition Center)에서는 부첼라티의 <금세공의 황태자. 클래식의 재발견 The Prince of Goldsmiths; Buccellati Rediscovering the Classics>전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메종의 헤리티지를 회상하고 현재진행형인 부첼라티의 염원과 노력이 점철된 집약체랄까? 부첼라티 메종이 100년 넘게 이어온 헤리티지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어내는 전시명이기도 하다.

부첼라티 가문의 개인 서재를 재구성한 전시 공간.

부첼라티 가문의 개인 서재를 재구성한 전시 공간.

이번 전시는 2024년 베니스에서 선보인 첫 전시를 바탕으로 한층 확장됐다. 단순히 메종의 유산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세기와 네 세대를 관통해 이어온 부첼라티의 미학을 공간 전체로 ‘느끼게’ 한다. 또한 이탈리아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가 컨셉트와 제작을 맡아 몰입형 경험을 완성했고, 큐레이터 알바 카펠리에리는 주얼리와 실버웨어 셀렉션을 통해 부첼라티의 장인 정신을 서사적으로 엮어냈다. 상하이의 고전적 건축 요소와 현대적 멀티미디어가 교차하는 전시는 메종의 기술적 기원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며, 시간과 손끝이 만들어낸 금세공 예술의 깊이를 조용히 드러낸다.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고, 장인 정신을 미래로 이어가고 있는 주인공. 그룹 명예회장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부첼라티와 그의 장녀이자 4세대 디자이너 루크레치아 부첼라티에게 메종이 100년 동안 어떻게 헤리티지를 이어오고 확장했는지 물었다.


자연을 실버 소재로 재현한 네이처 컬렉션.

자연을 실버 소재로 재현한 네이처 컬렉션.

이번 회고전을 상하이에서 열게 된 이유

안드레아 중국은 부첼라티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상하이는 문화적으로도 풍부한 것은 물론 우리 작품을 사랑하는 고객이 많아 전시에 적합한 도시라고 생각했다.


전시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안드레아 부첼라티는 단순한 주얼리가 아니라 100년의 역사와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

루크레치아 브랜드는 진화하지만 DNA는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기술과 디자인은 발전하더라도 핵심 정신은 변하지 않는다.


쿠튀르에서 영감받은 클러치백.

쿠튀르에서 영감받은 클러치백.

부첼라티의 장인 정신은 세대를 넘어 어떻게 전해지고 있을까

안드레아 부첼라티의 기술과 창의성, 스타일은 할아버지, 아버지, 나 그리고 루크레치아까지 같은 철학을 공유하면서 자라왔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법은 르네상스시대부터 이어온 오래된 기술이며, 장인들 역시 가업처럼 세대를 거쳐 기술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루크레치아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 년의 훈련과 긴 시간이 필요한데, 모두 깊은 열정으로 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의 나비 브로치는 완성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여섯 명의 장인이 참여했고, 총 1000시간 이상 소요됐다. 금세공과 인그레이빙, 세팅 등 다양한 기술이 작품 한 점에 모여 있다.


아버지 지안마리아 부첼라티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부분은

안드레아 아버지는 부첼라티 스타일의 창의성과 제작 기법을 깊이 있게 알려주셨다. 아름다움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금세공 철학까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반대로 루크레치아와 협업하면서 느끼는 세대적 차이와 시너지는

안드레아 루크레치아는 나보다 훨씬 미니멀한 감성을 갖고 있다. 작품의 풍부함이나 화려함보다 일상에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지를 더 중시한다. 서로의 시각이 달라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좋은 시너지로 이어진다.


4세대 디자이너 루크레치아 부첼라티와 그룹의 명예회장 안드레아 부첼라티.

4세대 디자이너 루크레치아 부첼라티와 그룹의 명예회장 안드레아 부첼라티.

4세대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어떤 책임감과 영감을 느끼고 있을까

루크레치아 부첼라티의 아이코닉한 DNA를 미래로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동시에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음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내 역할이다.


현재 부첼라티 디자인을 이끄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안드레아 시대와 트렌드는 변화하지만, 부첼라티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는 받아들이되 핵심 가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종의 하이주얼리 마스터 피스.

메종의 하이주얼리 마스터 피스.

세대가 바뀌며 부첼라티 디자인에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루크레치아 스타일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타임리스’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변하는 것은 각 세대가 그 스타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이다. 내 세대는 좀 미니멀한 접근을 선호하면서 다양한 컬렉션을 믹스매치하는 자유를 중시한다. 디자인은 그런 변화 속에서 진화하지만, 본질은 언제나 유지된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자가 꼭 주목해야 할 대표 작품이 있다면

루크레치아 앞서 말한 나비 브로치가 상징적일 수 있지만, 사실 모든 작품이 각자의 여정을 품고 있다. 천천히 감상하며 작품마다 담긴 감정과 기술, 영감을 느껴 보면 좋겠다.

안드레아 모든 작품에 같은 정성과 사랑을 쏟지만 가장 중요한 작품은 ‘다음에 만들어질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의 작품과 경이로운 비율로 어우러진 전시 공간.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의 작품과 경이로운 비율로 어우러진 전시 공간.

시도해 보고 싶은 새로운 프로젝트는

안드레아 “2026년에 베니스와 파리에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은 ‘피초(Pizzo; 레이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부첼라티 DNA를가장 잘 보여줄 컬렉션이 될 것이다. 첫 공개는 베니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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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하얀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