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쿤스트와 '집사 껌딱지' 시루, 판다는 다 같이 산다
우리의 관계는 시작도 끝도 없는 ‘사이’. 언어 대신 눈빛으로 설명되는 세 친구. 시루와 판다, 코드 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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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시루와 판다를 이야기할 때, 코드 쿤스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웃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친구 사이입니다.” 짧은 대답이지만, 그 말에는 긴 세월이 담겨 있다. 2015년에 처음 만난 시루는 한 살이었다. 10년 전 유행했던 ‘고양이 입양 카페’를 물색하다가 사정상 입양을 보내야 하는 고양이 두 마리에 관한 글을 발견했다. 그는 곧장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글에서 본 두 마리 고양이 중 검은 고양이를 데려오려 했지만, 그날 따라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그에게 먼저 다가왔다. “시루였어요. 시루 스스로가 운명을 바꾼 셈이었죠.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첫순간이 중요하다더군요. 적응시키기 위해 케이지 문을 열어두고 자리를 피해줬어요. 근데 그 노력이 무색하게 집에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제 앞에서 배를 까고 발라당 드러눕더라고요. 이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족이 됐습니다.” 운명 같은 순간이었다!
안경은 Kaneko Optical. 블랙 수트 세트업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귀부터 눈 양 옆의 회색빛 털이 꼭 판다를 닮은 ‘판다’와의 만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드 쿤스트의 친구네 고양이가 낳은 새끼였다. 그는 판다가 시루에게 좋은 친구가 돼 줄 것 같아 집으로 데려왔는데 두 고양이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녔다. 시루는 ‘시크’하고 조용하며, 판다는 무던하고 느긋하다. “그래서인지 저는 시루와 판다를 반반 섞어 놓은 성격인 것 같아요. 시크하고 조용하지만, 무던하고 느긋하죠.” 지난해 정규 앨범 <Remember Archive>로 17개 수록곡을 실어 또다시 ‘허슬’의 궤적을 그린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인 그의 말은 신기하게도 자신의 작업세계를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나른한 음악처럼 섬세함과 담백함, 내면의 불안과 평온이 공존하는 사람.
비즈가 장식된 칼라 실크 셔츠는 Dior. 팬츠는 Hermès. 선글라스는 Bottega Veneta.
코드 쿤스트가 두 고양이와 살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감정의 리듬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마음이 힘든 날도 가슴 한구석은 담요를 펼친 것처럼 따뜻해요.” 그 온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간격과 여백, 쉼표에 스며 있을 것 같다. “시루랑 판다 앞에서는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고양이 소리도 가끔 따라합니다(웃음).” 그러니 이 듀오와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세상과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걸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음악 작업을 하다 조급해질 때면 그는 고양이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래, 이 아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다시 차분해지고, 작업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요.” 시루와 판다는 그에게 영감 이상의 존재인가 보다. 그의 삶을 다듬고, 속도를 조절하는 조용한 리듬이자 메트로놈 같은 존재!
캐시미어 니트, 후디드 발라클라바는 Hermès. 와이드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드 쿤스트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어떻게 정의할까?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한다. “미래보다 주어진 현재를 좀 더 충실하게 살아가면서 따뜻함을 표현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두 친구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분명.” 마지막으로 시루와 판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그는 단순하지만, 울림이 깊은 세 마디로 표현했다. “고마워!” 그 말을 들은 시루와 판다는 뭐라고 대답할까? 코드 쿤스트가 대신 말했다. “나두 고마워!” 어쩐지 정답일 것 같다.
바로크 프린트 트렌치코트는 Burberry.
코드 쿤스트에게 시루와 판다는 사랑과 우정, 그 간극을 오가는 존재다. 하지만 그 간극에 의존이나 소유의 감정은 없다. 가족의 온기처럼 늘 곁에 있으면서 자유로운 관계. 그는 말했다. “항상 우리는 동물과 함께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냥 그 연결 사이에 있는 존재이고요.” 그의 말처럼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시작도 끝도 없는 ‘사이’의 이야기다. 그곳엔 언어 대신 눈빛이 있고, 약속 대신 신뢰가 있다. 코드 쿤스트와 시루, 판다는 오늘도 그 사이를 살아간다.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서로를 닮아가며!
파자마는 Dolce & Gabbana. 안경은 Kaneko Optical.
톱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패션 에디터 이재희
- 피처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신선혜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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