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CHAPTER OF BOTTEGA VENETA
루이스 트로터의 성실하고 대담한 첫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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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트로터의 시대를 알리는 보테가 베네타의 2026 여름 컬렉션 피날레.
새싹이 돋고, 꽃봉오리가 터지는 계절. 봄은 시작을 상징한다. 2026 봄/여름 컬렉션을 소개하는 밀란 패션위크는 유난히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데뷔가 연이어 펼쳐졌기 때문이다. 가장 기대를 모은 이름은 루이스 트로터. 그는 하이패션 하우스에서 손꼽을 정도로 드문 여성 수장이며, 갭과 캘빈 클라인, 조셉, 라코스테를 통해 한 단계씩 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루이스 트로터의 첫 쇼를 요약하면 복원으로 이룩한 혁명에 가까웠다. 인트레치아토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공예의 진정성을 모던하게 되살리는 방식으로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순백의 공간엔 이광호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다.
Where Light Weaves The Space
루이스 트로터의 첫 쇼가 열린 공간은 흰 도화지처럼 환하고 깨끗했다. 곳곳에 한국 작가 이광호의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 전선을 엮어 만든 구조물은 빛을 머금고, 그림자를 떨어뜨리며 하우스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를 투영하며 공간을 넓히고 있었다. 그 아래, 무라노 글라스로 오색찬란하게 만든 프런트로가 흰 바닥에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길게 자른 면을 층층이 쌓아 지층처럼 독특한 질감과 웅장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Structure In Motion
캣워크는 더할 나위 없이 드라마틱했다. 실루엣은 출렁거리고, 볼륨은 넘실대고,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무대였다. 거대한 파고처럼 고요히 들썩이는 컬렉션의 비밀은 대범한 실루엣과 예상치 못한 소재 활용, 구조적인 테일러링에 있었다. 1980년대 파워 수트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은 신체를 넓고 존재감 있게 표현했다. 실크와 리넨, 코튼, 나파가죽 그리고 재활용한 파이버글라스 등 폭넓은 소재 탐구도 두드러졌다. 각각의 질감은 서로를 반사하고 중첩되며 리듬을 만들었다. 특히 빛을 머금은 파이버글라스 스웨터는 털처럼 부드럽고, 유리처럼 반짝이면서 캣워크에 판타지를 더했다. 이걸 가능하게 만든 건 장인의 기술, 즉 테일러링이다. 빈틈없는 테일러링은 견고하지만 결코 멈춰 있지 않은 옷을 완성했다.
프린지 장식은 캣워크에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부여했다.
파이버글라스로 완성한 스웨터는 모델이 걸어 나올 때마다 빛을 품은 물결처럼 넘실거렸다.
슈즈 디테일에도 ‘엮음’의 키워드가 숨어 있다.
Made By Hand, Spoken From The Heart
컬렉션 전반을 지배한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엮음’이다. 자세하게는 9mm와 12mm 크기에 정방형으로 엮은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가리킨다. 보테가 베네타에게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로고 혹은 이름 없이 브랜드를 표현하는 하우스의 상징이자 언어다. 2026 여름 컬렉션에서 인트레치아토는 크고, 작고, 꼼꼼하게 흐트러진 모습으로 부활했고 의상과 가방, 슈즈부터 벨트, 머플러, 단추 등으로 되살아났다. 나파 리본 10만M를 엮어 완성한 케이프, 뱀의 비늘처럼 빛나는 가죽 코트, 깃털을 더한 데님 블루 로브 코트는 공기처럼 가볍게 부유했다. 루이스 트로터는 짜임을 단순히 반복하지 않고, 크기와 밀도를 달리하며 리듬처럼 구성했다. 손끝의 강약으로 완성된 직조의 변주곡이었다. 그리고 인트레치아토가 가장 핵심적으로 드러나는 아이템은 역시 백이다. 루이스 트로터의 백은 로렌 허튼이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들었던 클러치백에서 출발했다. 그 상징적인 백을 비롯해 로렌과 베네타, 카바, 놋 모델을 되살렸다. 카바는 클러치백 형태로 놋은 리본 형태의 금속 잠금장치를 달아 새롭게 탄생시켰다. 베네타는 미니 버전으로, 카바 마레는 가죽과 캔버스를 결합해 여름 리조트 무드를 더했다. 모델들은 마치 포근한 베개를 품듯 가방을 안고 걸었다.
루이스 트로터는 현대 여성을 위한 현실적인 레이어드와 모더니즘을 동시에 구현했다.
변형한 인트레치아토 소재로 디자인한 트렌치코트. 뱀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질감이 돋보인다.
보테가 베네타의 2026 여름 컬렉션은 루이스 트로터에게 인트레치아토를 깊이 탐구하는 기회였다.
A New Chapter Begins
로고보다 공예와 기술을 신뢰하는 루이스 트로터는 보테가 베네타의 핵심 언어인 인트레치아토를 가장 현대적으로 번역해 냈다. 그의 첫 컬렉션은 브랜드의 장인 정신을 해치지 않으면서 실루엣과 소재, 구조 리듬을 통해 보테가 베네타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견고하고 정적인 하우스의 이미지 위에, 유연함과 생동감을 더한 것이다. 2026년 여름, 보테가 베네타는 루이스 트로터의 손끝에서 한층 가볍고, 진화한 형태로 숨 쉴 예정이다.
넓은 어깨와 찰랑이는 프린지 장식으로 존재감 있는 여성의 실루엣을 표현한 루이스 트로터.
조용한 럭셔리 룩으로 쇼에 참석한 RM.
Credit
- 에디터 강민지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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