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서울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 비하인드 스토리
해외 슈퍼 디자인 갤러리가 자신 있게 내놓은 한국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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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블 디자인의 최전선에 있는 갤러리들이 서울로 모였다. 그들이 손잡은 건 다름 아닌 한국 작가들. ‘디자인 마이애미’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은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저 떠도는 소문 같았다. 물론 이번 전시는 지역성에 집중한 번외이고,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에서 ‘인 시추’는 ‘인 시추에이션(In Situation)’의 약자다. 그럼에도 첫 개최지로 한국이 낙점됐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컬렉터블 디자인 신’에서 한국은 늘 중심을 배회하는 듯했으니까. 누군가 ‘한국성’에 골몰하는 사이 어떤 이들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저만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그것이 또 다른 차원의 한국성을 정의하며 국경 밖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오히려 한국 바깥에서 한국 디자인의 새로운 지형도가 그려진 셈. 9월 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전시에는 12개의 해외 갤러리와 4개의 국내 갤러리가 참여했다. 그들이 이곳에 오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갤러리와 작가가 서로 알아보고, 전시와 커미션을 함께하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까지. 참여 리스트만으론 알 수 없는 긴 협업의 여정을 조명했다.
MARTA × 김민재
벤저민 크리튼(Benjamin Critton) · 하이디 코르사봉(Heidi Korsavong) 마르타 공동 대표

Min Jae Kim, ‘Ruffled Chair’(2025).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마르타’는 LA에 있는 아트 디자인 갤러리다. 우리는 ‘컬렉터블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피하고 ‘기능적 조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작품 형태와 감각, 손맛에 먼저 시선을 두고, 그 다음 그 안에 담긴 쓰임과 상호작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 ‘컬렉터블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애당초 조각으로서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 아닐까. 아무리 우리 같은 갤러리스트라도 작품에 ‘수집 가치’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조금 주제 넘게 느껴진다.
작가와의 첫 만남
김민재 작가가 처음 마르타를 찾은 건 2020년 갤러리를 연 지 1년쯤 지난 무렵이다. ‘지안카를로 발레(Giancarlo Valle)’에서 건축가로 있었고 업무 차 동료들이 참여한 그룹전을 보러온 것인데, 당시 우리는 이미 그의 이름과 작업을 알고 있었다. 특히 목재와 유리섬유로 만든 의자를 무척 좋아했다. 현재 우리 컬렉션에 포함된 ‘로라 체어(Lola Chair)’도 같은 작업이다. 김민재의 작업은 시적이고 몽환적이며, 이 세상 작품 같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다. 덧없으면서도 매혹적이랄까. 김민재 역시 그만큼 흥미로운 인물이었고.
기억에 남는 연결의 순간
2021년 첫 개인전 <I was Evening All Afternoon>을 준비할 때 그는 한 장의 드로잉을 보여줬다. 낮은 유리섬유 의자 위에 푹신한 쿠션이 얹힌 듯 보였는데, 쿠션이 아니라 나무 조각이라고 설명했다. ‘코코 드 메르(Coco de Mer)’라는 인도양 일대 식물에서 가져온 형태로, 유럽식민주의 시기에 씨앗이 장식용 오브제로 유통됐다. 김민재는 이 오브제의 장식적· 식민적 역사를 전복하는 동시에 생명을 품은 씨앗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이 매혹적인 긴장감과 다층적 사유가 깊은 울림을 줬다.
작품에 대한 해외 반응
2021년에 치러진 그의 개인전은 첫 전시임에도 반응이 뜨거웠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자들은 공간에 휘감기듯 빠져들었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 창작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호응이 컸다.
글로벌 맥락에서 본 한국 디자인
우리 경험상 한국 출신 작가들은 작품 정체성이 뚜렷하고 동료끼리 교류도 활발하다. 흔히 “어떤 작가의 작업이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그 작업을 받아들일 준비된 관람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민재의 작품을 둘러싼 한국인과 한인 디아스포라 관람자들이 바로 그런 존재들이다.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작가와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동 주체로서 움직인다는 게 늘 인상적이다.
CHARLES BURNAND GALLERY × 이정인 · 이종원
시몬 스튜어트(Simon Stewart) 찰스 버넌드 갤러리 대표

Weon Rhee, ‘Unearthed Form’(2025).

Jung In Lee ‘A Soft Landscape #2’(2025).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찰스 버넌드 갤러리’는 런던을 기반으로 동시대 컬렉터블 디자인을 소개한다. 재료에 대한 깊은 탐구와 장인 정신에서 오는 완성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에게 컬렉터블 디자인은 기능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것이다. 단순한 사용성을 넘어 ‘문화적 오브제’로 존재하는 작업 말이다. 이런 작업은 대량생산되는 디자인과 달리 서사와 예술적 의도를 품고 있고, 탁월한 기술로 구현되며, 대체로 유일하거나 한정적으로 제작된다. 지적 깊이와 정서적 울림, 물질적 존재감이 뚜렷해 역사에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작품들이다.
작가와의 첫 만남
이종원과 이정인의 작업은 로에베 재단공예상을 통해 처음 접했다. 보는 즉시 마음을 빼앗겼고, 오랜 친구이자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 큐레이터인 조혜영이 두 작가를 직접 소개해 줬다. 어느 봄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커피를 마시며 재료와 디자인, 공예에 대한 열정을 나눴던 순간이 기억에 생생하다. 두 작가가 재료를 매체가 아닌 ‘동반자’로 대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종원은 산업용 목재를 회수해 과거에서 발굴된 듯하면서 미래에서 온 듯한 형태로 바꿔낸다. 반대로 이정인은 100장 이상의 한지를 층층이 쌓아 구름 같은 모양을 만들며, 소비와 폐기 문제를 성찰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제안한다. 두 작가 모두 재료를 다루는 데 있어 탁월한 숙련도를 보여준다. 이는 우리 갤러리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연결의 순간
이종원과 이야기할 때, 그가 깨짐이나 미완성을 결함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점이 흥미로웠다. 정인은 한지를 다룰 때 직관이 손을 이끄는 과정을 이야기했는데, 그 안에는 절제와 몰입이 동시에 존재했다. 이 같은 대화를 통해 두 작가가 재료에 이끌리며 혁신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곧 우리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다는 걸 확신했다.
작품에 대한 해외 반응
두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마주한 컬렉터와 큐레이터들은 작품의 ‘이중적 면모’를 자주 언급한다. 이종원의 작업은 태곳적 시간과 지층을 떠올리게 하면서 내세 분위기를 내고, 이정인의 한지 작업은 섬세하면서도 견고한 힘으로 반전 묘미를 선사한다. 관람자들은 처음에 호기심으로 다가와 이내 경외심을 느끼는데 그런 깊은 여운이 우리가 전시를 통해 전하려는 감정이다.
글로벌 맥락에서 본 한국 디자인
한국 작가들은 전 세계 컬렉터블 디자인 무대에서 독보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지나 옻칠, 목재 등 전통 재료에 대한 깊은 존중과 이를 새롭게 해석하는 대담한 실험 정신이 있다. 헤리티지와 혁신이 공존하는 시각이 작품에 독특한 긴장감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은 시간을 초월하고 선구적이다. 디자인과 문화, 공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FRIEDMAN BENDA × 최병훈
마크 벤다(Marc Benda) 프리드먼 벤다 공동대표

Byung Hoon Choi, ‘Afterimage of Beginning 018-499’(2018).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프리드먼 벤다’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디자이너들의 유산을 소개한다. ‘컬렉터블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하는 창작자들의 표현 수단이 가구 혹은 오브제일 뿐이다. 우리 관심사는 메이킹, 표현, 이야기, 작업이 존재하는 이유다. 우리와 함께하는 작가들은 지금껏 보지 못한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
작가와의 첫 만남
최병훈 교수의 작업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실제로 만난 건 지인을 통해서다. 지인은 전부터 우리가 꼭 만나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더라. 흘륭한 디자이너들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 인류 문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대화를 나눴다. 첫 만남 이후 최 교수는 ‘인 원 스트로크(In One Stroke)’라는 전시 개념을 제안하며 직접 그린 전통 수묵화를 보여줬다. 그걸 변주해 정교한 조각 같은 현무암 벤치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한 게 기억에 남는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작가를 지원하는 방식
우린 처음부터 생각이 잘 통했고 대화가 이어졌다. 그 결과 휴스턴 미술관과 카타르 국립박물관 영구 설치 및 소장, 뉴욕과 바젤에서의 전시들, 그의 작품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을 위한 다수의 개인 커미션으로 이어졌다. 작가와 갤러리가 열린 대화를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맺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작품에 대한 해외 반응
뉴욕에서 첫 선을 보이던 날, 작품은 즉각적으로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최 교수의 작품은 특별한 지점을 건드린다. 소수의 예술가들이 동시대 소음을 초월해 우리를 사색적인 상태로 이끄는데, 그의 작업이 그렇다. 한 클라이언트가 미국의 한 호숫가 근처에 조각 설치미술 작품을 의뢰하고 싶다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날의 대화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글로벌 맥락에서 본 한국 디자인
한국의 오랜 전통은 국경 밖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풍부한 유산은 무언가를 새롭게 쌓아 올리기 좋은 기반이며, 신진 예술가들에겐 매력적인 토대다.
CARPENTERS WORKSHOP GALLERY × 박원민
줄리엔 롬브레일(Julien Lombrail)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공동대표

Won Min Park, ‘Stone & Steel Bench’(2025).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는 예술과 디자인, 조각, 공예의 경계를 확장한다. 2006년 런던에서 설립돼 파리, 뉴욕, LA에도 공간을 운영 중이며, 전통 갤러리와 아트 페어의 틀을 넘어서는 작가를 소개한다. 혁신적이고 깊은 개념에 장인 정신이 깃든 독창적 작품이 ‘컬렉터블 디자인’이고 ‘기능적 예술’이다. 과거에 표현된 것들과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는 작품을 찾는다. 물론 우리가 먼저 감동해야 한다. 함께 갤러리를 설립한 로익 르 길야드(Loïc Le Gaillard)와 나는 항상 ‘컬렉터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그 다음 갤러리스트로서 역할한다. 우리 목표는 예술적 비전과 수집 가치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그저 흥미로운 개념을 표현하는 것과 그 개념을 컬렉터나 미술관이 소장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르니까.
작가와의 첫 만남
밀란에서 박원민의 작업을 처음 봤다. 다양한 색의 레진으로 만든 작품에서 마크 로스코가 떠올랐다.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 시적 분위기가 깊게 다가왔다. 에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를 막 졸업한 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성숙한 표현력이었다.
작가를 지원하는 방식
항상 열린 소통을 유지한다. 박원민은 파리 외곽 미트리 모리(Mitry Mory)에 있는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작업장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의 창작 과정을 지켜보며, 컨셉트부터 드로잉, 모형, 파티나 등의 과정을 함께 논의한다. 보기 드문 재능을 지닌 작가를 곁에서 보는 일은 경이롭다.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반응
이번 서울에서 박원민의 작업을 처음 선보였지만, 그가 주로 유럽에서 활동했음에도 한국 관객이 이미 그의 작업을 이미 알고 감탄했다. 박원민 자신도 고국에서의 인지도를 놀라워했다.
글로벌 맥락에서 본 한국 디자인
한국의 디자인 문화는 풍부하다. 많은 작가들이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국제 무대에서 개성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재료를 탐구하는 방식은 매우 흥미롭고, 미니멀하면서 동시에 대담한 태도를 보여준다.
SIDE GALLERY × 손동훈 · 연진영
루이스 센디노(Luis Sendino) 사이드 갤러리 대표

Dong Hoon Sohn, blue & orange bar stool from b.s.p series

Jin yeong Yeon, Floral puffer pupa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사이드 갤러리’는 스페인 기반 디자인 갤러리로, 20세기 주요 건축가들의 디자인과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다룬다. 컬렉터블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디자이너들과 긴밀히 협업해 대량생산의 틀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역사적으로 디자이너들은 수많은 규격과 조건에 얽매여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적었다. 컬렉터블 디자인은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험이다. 따라서 작가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려 한다. 실용적이든 아니든, 복제가 가능하든 단 하나뿐이든.
작품에 대한 인상
손동훈은 수많은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다시 사용한다. 대량생산에서 파생된 재료를 수공예처럼 다루는 태도가 흥미롭다. 치즈가 녹아 흐른 듯한 모습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진영은 거칠고 의도적으로 비틀린 비례로 전통적인 가구 유형에 질문을 던진다. 시각적 무게와 물리적 부드러움 사이의 긴장감이 늘 존재해 편안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작가를 지원하는 방식
작가를 충분히 이해해야 전시를 기획한다. 스튜디오가 어디든 직접 찾아가는데, 세계관과 작업 규모를 온전히 알 수 있어서다. 한 작가의 관심사와 실천이 응축된 곳은 그 자체로 강한 울림을 준다. 또한 절대적 존중을 보낸다. 작가는 오랜 시간 오직 한 가지 일에 매달려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그런 엄청난 노력과 용기에 의문을 던질 수 없다. 내 시각을 덧씌우기보다 먼저 경청하고 이후를 논의한다. 그래야 이어질 협업도 의미 있고 작가의 비전을 확장할 수 있다.
글로벌 맥락에서 본 한국 디자인
한국 디자인 신에는 두 가지 흐름이 공존한다. 하나는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지점을 탐색하는 급진적 디자인이고, 다른 하나는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을 계승하는 디자인이다. 이 두 흐름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나는 이 대비가 단절로 느껴지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는 흥미로운 대화처럼 느껴진다.
J. LOHMANN GALLERY × 박종진
조에른 J. 로만(joern J. Lohmann) J. 로만 갤러리 대표

Jong jin Park, ‘Artistic Stratum_Distorted Patch’(2025)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2006년 설립된 ‘제이 로만 갤러리’는 현대 장식예술과 디자인을 다룬다. 컬렉터블 디자인은 공예, 혁신, 전통 및 역사적 맥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키친 타월에 흙물을 발라 가마에 굽는 박종진 작가의 작업에는 높은 수준의 장인 정신과 독창적 디자인, 전통 제작 기법이 모두 담겨 완전히 독창적이다.
작가와의 첫 만남
2018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선보일 대규모 전시를 준비할 때다. <Breaking the Mold: Contemporary Korean Ceramics>라는 제목으로 디자인 마이애미 역사상 처음으로 신진 한국 도예 작가들을 소개했고, 박종진, 이아륜, 김상우, 배세진 등 미국에서 전시한 적 없는 네 명의 작가가 포함됐다. 당시 흥미로운 한국 도예가들을 찾던 중 박종진의 작업을 접했고, 보자마자 반해서 연락했다. 이후 뉴욕과 마이애미에서 여러 차례 박종진을 소개했다. 오는 12월 마이애미 비치에서도 그의 새로운 오브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에 대한 해외 반응
대부분의 미국 컬렉터들은 박종진의 작업을 처음 보는 거였는데, 키친타월과 포세린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뉴욕에서 열린 한 전시에서 어떤 컬렉터가 당연히 직물로 생각했다가 아님을 알고 매우 놀라던 게 기억난다.
기억에 남는 연결의 순간
몇 년 전 박종진 작가가 뉴욕에 있는 나를 찾아왔다. 작업 과정, 색상과 형태, 각 작품의 패턴을 선택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열정이 놀라웠다. 박종진과의 협업은 끊임없는 대화에 가깝다. 작품의 발전과 전시에 대해 늘 활발히 논의한다. 최근에는 대형 벽걸이 작업에도 도전했는데, 2023년 제이 로만을 위해 처음 제작한 패널 형태의 딥틱(diptych)은 뉴욕 아트페어 개막 당일 판매돼 개인 컬렉션으로 소장됐다. 이번 서울에서 선보인 첫 대형 조각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글로벌 맥락에서 본 한국 디자인
우리는 박종진을 비롯한 여러 한국 작가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확실히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디자인과 색채, 독창성, 유희가 돋보이고 유행보다 자신의 길과 직관을 따른다. 나는 이런 태도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싶다.
SALON 94 DESIGN × 이광호 · 오세정
트랑 트란(Trang Tran) 살롱94 갤러리 디렉터

Kwang Ho Lee, ‘Copper Enamel Chair’(2022).

Jay Sae Jung Oh, ‘Salvage Series Stool’(2022).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살롱 94 디자인’은 2002년에 시작한 파인 아트 갤러리 ‘살롱 94(Salon 94)’에서 확장한 공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컬렉터블 디자인이란 단순히 기능적 오브제를 넘어서는 작업이다. 재료와 기능, 제작 방식에 있어 경계를 밀어 올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품들이다.
작품에 대한 인상
미시간 주 크랜브룩 아카데미(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유학 중일 때 이광호 작가가 오세정(Jay Sae Jung Oh) 작가를 소개해 줬다. 이광호의 작업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 형태에서도 신선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는 다양한 오브제를 다루고 새로운 재료와 조합을 탐구하며 작업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반면 오세정은 버려진 장난감으로 만든 조합물(Assemblages)을 ‘가죽끈’이라는 평범한 소재로 감싸 완전히 새로운 조형을 만들어낸다. 섬세한 끈 패턴이 작품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두 작가 모두 재료를 다루는 감각이 뛰어나고 자기만의 형태를 구축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반응
오세정의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많은 관람자가 3D 프린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거나 냄새를 맡아 보면 가죽으로 감쌌다는 걸 알게 된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흥미로운 대화와 발견을 만들어낸다. 볼수록 숨겨진 오브제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관람자가 작품 안에서 자신이 어릴 때 갖고 놀던 고양이 장난감이나 집 모양의 저금통을 찾아낸 적도 있었다.
작가를 지원하는 방식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건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이다. 전시는 작가와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준비하며, 그들이 탐구하고 싶은 방향과 갤러리의 큐레이션, 컬렉터들의 관심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작업을 의뢰한다. 이광호의 최근 알루미늄 의자는 한국 알루미늄 회사 포맷(Format)과 협업한 것인데, 우리가 직접 관여하진 않았지만 보자마자 뉴욕에서 꼭 선보이고 싶었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새롭게 확장되도록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글로벌 맥락 속 한국 작가
10년 넘게 뉴욕에서 이광호의 작품을 소개해 왔고, 그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됐다. 헴(Hem), 시시-타피스(CC-Tapis)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협업 역시 그의 뛰어난 디자인 역량 덕분이다. 흥미로운 건 그간 이광호 스튜디오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과 협업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우리가 관여하지 않아도 그는 이미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구리와 에나멜이라는 전통적 조합을 밀어붙여 완전히 새로운 표현으로 확장한 것도 인상 깊다. 우리 갤러리에 속한 뉴욕 기반 작가 중 세 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만 봐도, 한국 디자인이 얼마나 세계적으로 뻗어 있는지 알 수 있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THE ARTISTS AND GALLERY
- COURTESY OF DESIGN MI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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