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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에는 제니 인터뷰가 있어요

머뭇대지 않고 씩씩하게 그러나 우아한 걸음으로 자유롭게. 늘 제니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유.

프로필 by 이하얀 2025.08.04

요즘 전세계 무대를 누비는 강렬한 모습에 익숙하지만, 사실 제니는 사랑도 많고, 참 열심히 일하고, 삶을 행복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이죠. ‘일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집에서 아주 편안한 차림으로 부족했던 잠을 실컷 자고 늦은 점심쯤 느긋하게 일어나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는 그 순간일 것 같아요. 정말 소박하고 별것 아니지만, 그때 느껴지는 고요함과 따뜻함이 좋아요. 지금 제가 가장 바라는 ‘일상’이기도 하고요!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이 시작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겠네요(웃음). 한동안 혼자 보낸 시간은 팀 활동에 충분한 자양분이 됐을까요? 모두 각자의 멋진 여정을 한 차례 끝마치고 다시 모였으니 말이죠

사실 이번 솔로 정규 앨범 <Ruby>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아직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거든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말이죠. 그러다 어느 순간 제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걸 느꼈어요.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여정을 겪고 돌아왔기 때문에 서로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성숙한 팀이 된 것 같아요. 예전처럼 열심히 하되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기가 된 것 같고요. 그러니 이번 활동은 저에게도, 멤버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아요.


제니가 입은 레이스 디테일의 핑크 니트 톱은 Chanel.

제니가 입은 레이스 디테일의 핑크 니트 톱은 Chanel.

새벽까지 녹음실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라죠! 3년 만에 선보인 블랙핑크의 신곡 ‘뛰어(JUMP)’를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팀 활동을 할 때는 균형감에 포커스가 맞춰져요. 개인의 색이 워낙 강한 팀이잖아요. 각자의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곡 전체 분위기에서 너무 튀거나 빠지지 않게 융화되고 조화로운 순간들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블랙핑크 완전체 월드 투어 ‘DEADLINE’도 힘차게 문을 열었습니다.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블랙핑크로서 가장 그리워했던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블링크들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고 그 함성과 열기, 에너지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어요. 첫 도시인 고양 콘서트에서는 정말 더운 날씨임에도 팬분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는 모습에 정말 힘이 많이 났습니다!


자신만의 또 다른 항해를 시작한 제니에게 블랙핑크는 언제 어디서든 든든한 자부심이겠죠

물론이죠. 블랙핑크라는 이름과 멤버들은 존재만으로 큰 힘이 돼요. 저만의 항해를 순탄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함께한 여정 덕분이기 때문에, 제게는 언제나 가장 큰 자부심이에요.


개인 레이블인 오드 아틀리에(OA)를 설립한 건 어쩌면 커리어의 모든 변화를 감내하겠다는 선포와 같았어요. 그리고 당신은 해냈고요. OA로 예술적 자유를 얻었다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떤 부분에서 가장 자유로웠나요

‘어떤 제약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게는 너무 큰 자유였어요. 스스로 상상만 하던 것들을 실제로 하나씩 실행하고 도전해 나갈 수 있는 것으로도 설레고 벅찼거든요. 물론 그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따르지만, 온전히 제 생각과 목소리로 모든 걸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또 그것을 가능하게 도와주고,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게 해준 팀원들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제니가 입은 블랙 트위드 재킷과 워시드 데님 팬츠, 베레와 메리 제인 슈즈는 모두 Chanel.

제니가 입은 블랙 트위드 재킷과 워시드 데님 팬츠, 베레와 메리 제인 슈즈는 모두 Chanel.

제니가 입은 블랙 트위드 재킷과 워시드 데님 팬츠, 베레, 레더 메리 제인 슈즈는 모두 Chanel.

제니가 입은 블랙 트위드 재킷과 워시드 데님 팬츠, 베레, 레더 메리 제인 슈즈는 모두 Chanel.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솔로 앨범 <Ruby>에서 제니는 랩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대화하고, 울부짖고, 웃었습니다. 앨범을 완성하고 떠오른 가장 솔직한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자신과 가장 가까워진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첫걸음이지만, 온전히 저 자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 소중했던 것 같아요.


무려 15곡의 트랙리스트가 펼쳐졌죠. 디플로나 뎀 조인츠, 마이크 윌 같은 프로듀서 그리고 도이치, 두아 리파, 도미니크 파이크 같은 개성 강한 뮤지션들이 이 앨범에서 하나로 힘을 발휘한 건 당신의 뛰어난 총괄 프로듀싱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게는 모든 과정이 큰 도전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해서 이끌어간 앨범이라 책임감도 컸고 시행착오도 있었죠. 그러나 동시에 여러 사람들과 작업하면서 재미있는 경험도 했고 새로운 걸 배우면서 퍼즐을 하나씩 맞춰 가는 기분도 만끽했어요.


가장 도전적이었던 트랙을 꼽는다면요

아무래도 ‘ZEN’이 아닐까요? ‘ZEN’을 완성하기까지 참 쉽지 않았는데 마침내 탄생한 순간, 퍼즐의 중요한 피스를 찾은 느낌이었거든요!


요즘 ‘제니’라는 이름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발리의 비치 클럽이든, 사막 위 무대에서든, 서울 도심의 가장 뜨거운 곳 여기저기서 말이죠. 지금 가장 사랑 받는 곡 중 하나인 ‘like JENNIE’ 제목은 어떻게 정했나요? 자신의 이름을 노래 제목으로 붙이는 일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like JENNIE’에서 ‘JENNIE’는 대명사에 불과해요. 그냥 저라는 사람 하나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거든요. 누구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빛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고, 단지 제 이름이 ‘JENNIE’여서 사용된 거죠. 누구나 이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됐으면 좋겠어요.


‘like’ 뒤에 ‘JENNIE’가 아닌 각자의 이름을 붙이길 바란다고도 말했습니다. 기꺼이 자신의 이름을 붙일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면

스스로 걸어온 길이 오르막길이든 내리막길이든, 때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지니셨으면. 자신에게 매번 말해주면서요.


‘like JENNIE’라는 멋진 표현은 지금의 제니에게는 어떤 울림을 주나요

저도 이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많이 힘들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잘하고 있구나, 하는 긍정적인 울림을 얻은 것 같아요.


제니가 입은 화이트 캐시미어 점프수트와 리본 장식의 메리 제인 슈즈는 모두 Chanel.

제니가 입은 화이트 캐시미어 점프수트와 리본 장식의 메리 제인 슈즈는 모두 Chanel.

종종 ‘흠 있는 것’에 끌린다고 했어요. 완성보다 흠이 더 아름답게 빛났던 장면들을 기억하나요? 예컨대 이번 코첼라 마지막 무대에서 울기 직전의 얼굴로 엔딩을 맞았을 때나 엄마를 사랑한다고 외칠 때, 혹은 연습으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흥분된 표정이나 머리카락의 떨림처럼 말이에요

맞아요. 완벽하게 짜인 것들은 안정감을 주지만 계산되지 않은 찰나는 새로움을 안겨줘요. 마침 코첼라 무대 엔딩곡이 ‘Starlight’였는데 ‘I just wanna make my mama prouder’ 가사를 부르던 순간, 바로 앞에서 저를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외쳤어요. 정말 순간적으로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어요.


사막 한가운데 놓인 그 코첼라 무대는 제니에게 도피처였나요? 아니면 전장에 가까웠나요(웃음)

첫 주에는 너무 긴장해서 전장에 가까운 것 같았는데 둘째 주에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겨서 무대를 즐길 수 있었어요. 처음 무대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많이 떨렸는데, 막상 올라가니 끝없이 펼쳐진 관객과 그 에너지 덕분에 오히려 제가 더 큰 힘을 받았던 것 같아요.


오늘은 샤넬의 2025 가을/겨울 레디 투 웨어 프리 컬렉션을 착용했습니다. 컬렉션 모티프가 된 1990년대 스타일은 어떤 영감을 주나요

1990년대 로맨틱 코미디나 줄리아 로버츠 같은 아이코닉한 여성들이 입은 옷이 떠올라요. 당당하면서도 사랑스럽고,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좋아요. 그 시절의 스타일은 단순히 트렌디한 걸 넘어, 그 캐릭터의 성격과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그런 점이 지금의 저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오래 지속해 온 샤넬과의 인연은 당신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K팝 스타와 보통의 김제니,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 파리지앵과 한국인의 ‘경계’를 넘나들게 만든 것 같기도 한데요

샤넬은 늘 남성성과 여성성,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브랜드잖아요. 저도 그런 유연함 속에서 저만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단단히 만들어가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경계’라는 개념을 무너뜨리기보다 그 안에서 저만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드는 중요한 힘이에요.


제니가 입은 캐시미어와 울 혼방 트위드 코트, 샤넬 25 스몰 핸드백과 참은 모두 Chanel.

제니가 입은 캐시미어와 울 혼방 트위드 코트, 샤넬 25 스몰 핸드백과 참은 모두 Chanel.

당신의 최근 스타일은 단지 입는 행위일 뿐 아니라 어떤 감정의 구조 같기도 해요. 최근 스타일은 어떤 내면을 닮았나요

항상 ‘편안함’ 그리고 ‘나다움’이 근간이에요. 앨범으로 내 이야기를 많이 꺼내다 보니 계속해서 ‘어떤 것들이 가장 나다운 걸까?’라는 고민을 자주 하는데, 이 또한 제 안의 감정을 담아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니는 늘 자신의 것,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라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가끔 흐린 안개 속에 휩싸인 것 같을 때 ‘나의 것’을 더 선명히 보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나요

생각이 많아지거나 고민이 많을 때 저는 일단 멈춰요. 고민 거리를 모두 멈추고 명상을 하면서 생각을 비워내죠. 상념을 비워내다 보면 가장 선명한 답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지금 당신 안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것이 있다면

저만의 색을 담은 첫 정규 앨범도 내보고, 솔로 투어도 하고, 코첼라 무대까지….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 재미있고 멋진 일을 하고 싶다는 용기와 설렘이 자라났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지금 그 과정을 즐기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제니의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를 응원해 주고 믿어주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Credit

  • 패션 에디터 이하얀
  • 피처 에디터 전혜진
  • 사진가 윤송이
  • 패션 스타일리스트 박민희
  • 헤어 스타일리스트 신가베
  •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조연
  • 네일 아티스트 박은경
  • 세트 스타일리스트 전민규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어시스턴트 임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