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가방을 소파와 조명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는 누구?
크리스티안 모하데드의 디자인은 전통과 혁신, 수공예와 산업, 지역성과 세계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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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모하데드의 디자인은 전통과 혁신, 수공예와 산업, 지역성과 세계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자신이 딛고 선 땅에 대한 깊은 애착과 수공예에 대한 존중은 작업 전반에 단단한 뿌리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지역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오랜 전통이 깃든 기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그 안에 문화와 역사를 응축해 낸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아름다운 형태나 기술적 성취를 넘어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가 된다.

파타고니아 산의 진흙빛 컬러에서 영감받은 ‘선셋(Sunset)’ 블랭킷. 루이 비통의 다미에 패턴을 크리스티안 모하데드가 재해석했다.
전통과 현대, 장인 정신과 산업적 균형은 크리스티안 모하데드의 작업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런 철학이 작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계기는
이들의 균형을 찾는 일은 본능처럼 자연스러웠다. 나는 장인 정신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오브제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억을 보존하는 사고방식으로 이해해 왔다. 이런 관점은 나를 시간과 장소, 문화적 계보와 연결해 줬다. 조상의 기술이 어떻게 본질을 유지하면서 진화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시간이 흘러 혁신을 전통의 반대편이 아닌, 존중과 의도를 담은 연속성으로 바라보게 됐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존중하면서 현재를 살아 있는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루이 비통과의 협업에서 전통과 현대를 조율하는 당신의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됐는지 궁금하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도전이 있었다면
루이 비통 팀과 작업하면서 아이디어를 정제하고, 각 소재와 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큰 도전은 루이 비통의 오랜 유산을 존중하면서 라틴아메리카 배경의 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었다. 시대를 초월하는 동시에 문화적 의미를 품은 오브제를 완성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내 작업 철학과 루이 비통의 정신이 만나 아름답게 완성됐다.

루이 비통의 아이코닉한 ‘스티머(Steamer)’ 백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노에(Noé) 테이블 램프.
‘루이 비통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브랜드의 기원, 트렁크와 여행에 얽힌 이야기를 되짚으며 이 여정의 개념을 디자인에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다. 예컨대 소파 ‘아벤추라(Aventura)’는 가방처럼 조립되는 구조에서 출발했다. 짐을 꾸리듯 각 요소를 엮는 구조를 상상했고, 벨트 디테일이 모서리를 감싸며 전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했다. ‘노에(Noe′)’ 램프도 핸드백에서 영감을 받아 보다 직관적으로 완성된 오브제다. 단순한 형태 속에 세밀한 디테일을 담아 예기치 못한 전환을 시도했다.
가죽 스티치 같은 섬세한 디테일이 인상 깊었다. 그런 디자인적 접근은 어디에서 출발한 걸까
루이 비통만의 뚜렷한 성격을 유지하면서 소재와 장인 정신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이미 뛰어난 소재 노하우와 기술을 갖춘 브랜드이고, 그 바탕 위에서 여러 가능성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었다. ‘아틀라스(Atlas)’ 테이블은 하나의 재료로 제작해 소재 자체가 형태의 핵심이 된다. 나무나 돌처럼 본질적 물성을 지닌 재료를 다루면서 조형미를 유지하려면 절개와 조합에 대한 정밀한 실험이 필수였고, 그만큼 복잡한 개발 과정도 필요했다. 이처럼 혁신성과 장인 정신 사이의 균형은 작품의 형태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전체 컬렉션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일몰 풍경을 체커보드 패턴으로 형상화한 ‘선셋’ 블랭킷, 루이 비통의 트렁크 제작 노하우를 가구에 접목한 ‘아벤추라(Aventura)’ 소파, 다미에 패턴과 모노그램 플라워를 모티프로 한 ‘인티(Inti)’ 화병과 그릇, 우아한 형태의 다리가 돋보이는 조각 같은 ‘아틀라스(Atlas)’ 테이블, 벨트 버클 디테일이 특징인 ‘노에’ 램프, 예술과 아름다움을 통해 고귀한 경지에 도달하는, 날개 달린 말에 경의를 표한 ‘페가세(Pegase)’ 의자.
형태와 조형적인 면에서 어떤 특징을 담았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기능성과 감성적 존재감을 동시에 지닌 형태에 끌린다.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지만 오브제로서 분명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루이 비통의 정체성은 가죽 스트랩이나 트렁크의 단단한 모서리 같은 섬세한 디테일로 표현했고, 시그너처 모티프인 블라썸이나 다미에 패턴은 나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동시에 라틴아메리카, 특히 안데스 지역의 상징적 요소와 내러티브를 자연스럽게 더했다. 이번 컬렉션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전통의 재해석, 유산과 현대성 사이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안데스 문화의 그래픽 요소를 조형적 언어로 풀어낸 크리스티안 모하데드의 스케치.
안데스산맥에서 받은 영감이 당신의 정체성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오마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런 영향은 어떻게 디자인 언어로 변형될 수 있는가
각 오브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그중 ‘차카나(Chakana)’ 러그는 우리 스튜디오와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을 동시에 담은 제품이다. ‘차카나’는 잉카 문명에서 사용된 계단형 십자가 형태로 다양성과 상호보완성, 균형을 상징한다. 나는 산과 호수가 있는 풍경을 사랑하는데, 러그에 반복되는 계단형 패턴은 안데스산맥과 아르헨티나의 전형적인 지형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 북부의 산 하나를 배경으로 작업했으며, 러그의 색상은 그곳에서 관찰한 일곱 가지 자연의 색을 반영한 것이다. 디자인도 3D 형태를 적용해 움직임을 주었고, 단순한 색감이 아닌 풍부한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차카나’ 러그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시적이고 초월적인 작품인 것 같다. 반면 소파나 암체어, 테이블, 조명 등은 보다 상징적인 접근보다 루이 비통 고유의 아이코닉한 요소들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엘르 데코> 코리아 커버를 위해 안데스 문화의 그래픽 요소를 당신만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업이 인상 깊었다. 이 패턴에는 어떤 상징성이 담겨 있나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이었다. 동시에 우리 스튜디오의 정체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찾기 위한 여정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체한 기하학적 요소들은 이후 ‘차카나’ 러그와 ‘선셋(Sunset)’ 쿠션과 블랭킷, ‘인티(Inti)’ 접시와 화병으로 발전해 나갔다. 이 아트워크가 각 오브제의 개념화 이면에 있는 진정한 과정을 대표하길 바랐다. 그리고 손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연필의 질감을 통해 그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크리스티안 모하데드.
크리스티안 모하데드에게 디자인은 어떤 경험을 창조하는 일인가
단지 기능적 오브제가 아니라 감정과 존재감을 지닌 오브제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보다 깊은 차원에서 연결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조용한 경이로움, 집이라는 공간에서의 안온함,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을 전하고 싶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 ‘노에’ 램프, 상징적 리듬이 담긴 ‘차카나’ 러그, 조형적 힘이 느껴지는 ‘아틀라스’까지 이 모든 오브제가 공간에 특별한 울림을 더해주길 바란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느끼고 삶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되기를.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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