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화장품 '처발처발'하기 전에 피부 장벽 꼭 알아두세요

건강한 피부를 위한 파수꾼, 피부 장벽에 대하여.

프로필 by 정윤지 2025.05.11

소통의 장벽, 언어 장벽, 국경 장벽 등 일상에서 ‘장벽’은 보통 부정적 뉘앙스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그에 반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긍정을 넘어 필수에 가까운 장벽 또한 있으니 바로 ‘피부 장벽’이다. 최근 스킨케어 시장에서 화두로 급부상한 피부 장벽. 우리 피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래 너도나도 피부 장벽을 논하는 걸까?


피토 코렉티브, 10만5천원대, Skinceutic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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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셀™ 리페어 시카좀 크림, 3만2천원, Bioheal B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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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피끄 얼티미트 세럼, 30ml 12만6천원대, 50ml 19만5천원대(리필 16만5천원대), Lancô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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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SKIN BARRIER?

피부 장벽은 말 그대로 피부의 맨 바깥층인 각질층이 형성하고 있는 장벽 구조를 뜻한다.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선 벽돌담을 떠올려볼 것. 벽돌담을 쌓을 땐 오와 열을 맞춰 쌓는 대신 일부러 어긋나게 쌓아 장력을 분산시키고, 그 사이사이를 시멘트 반죽으로 고정한다. 피부 장벽 역시 마찬가지. 마치 손깍지를 낀 듯 층층이 쌓인 각질 세포 사이사이를 세포간지질이 빈틈없이 메워 견고하고 탄탄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세포간지질은 세라마이드·콜레스테롤·지방산 등이 일정 비율로 구성돼 벽돌담의 시멘트 반죽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로, 각질 세포의 균일한 층간 구조를 유지할 뿐 아니라 피부 속 수분 증발을 막는 기름막 역할을 한다. 동시에 각질 세포 내에 있는 천연보습인자(NMF; Natural Moisturizing Factor)가 외부 수분을 끌어들여 각질층을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부의 유해물질이 피부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 피부가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피부 장벽의 역할. 우리가 브라이트닝·안티에이징 등 다양한 기능성 성분에 대해 얘기하지만, 결국 그 성분이 잘 발휘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피부의 디폴트값인 피부 장벽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필수 전제다. 장벽 기능이 무너진 피부에 고가의 고기능성 화장품을 ‘처발처발’하며 피부가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결국 시멘트 반죽 없이 아슬아슬 쌓아 올린 벽돌 겉면에 예쁜 페인트칠을 하며 벽돌담이 좋아 ‘보이기만’ 바라는 것과 다름없는 희망 고문일 따름이다. 수분과 영양으로 충만한 밭의 흙과 메마른 모래를 떠올려보자. 후자라면 아무리 물을 부어도 모래알 사이사이로 쉬이 빠져나가버릴 뿐 모래를 적셔 질 좋은 흙으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일 터. 마른 모래가 서로 잘 엉기려면 썩은 낙엽과 곤충의 배설물 등 각종 생태계 부산물이 오랜 시간 쌓여야 하듯, 각질 세포끼리 고르게 접착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해 줘야 한다.


진설크림, 30ml 29만원, 60ml 52만원, Sulwha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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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뮨 세럼, 30ml 12만원대, 50ml 18만원대(리필 15만5천원대), Shise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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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센트레이트, 30ml 60만5천원대, 50ml 87만5천원대, La 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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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 흔적 장벽 크림, 3만5천원, Innis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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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마이딘™ 스킨 베리어 모이스처라이징 밀키 로션, 4만8천원, Dr. J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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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BUILD SKIN BARRIER

그렇다면 잘 유지되던 피부 장벽이 갑자기 무너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건 어떤 요인 때문일까? 과도한 마찰이나 건조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피부 장벽이 무너질 수도 있고, 습관적으로 이중 세안을 지나치게 꼼꼼히 하거나 뜨거운 물을 피부에 계속 노출시키는 것 역시 피부 장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나 미세 먼지, 본인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 스트레스 등도 피부 장벽을 무너뜨리는 원인 중 하나. 미세 먼지나 자외선, 극심한 기후 변화 등 피부에 유해한 각종 요인이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어떤 기능성 제품보다 피부 장벽 개선을 강조한 제품들이 급부상 중인 건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피부 장벽은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앞서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물질을 다시 떠올려보자. 각질 세포는 신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물질로 외부에서 공급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세포간지질, 즉 세라마이드와 콜레스테롤, 지방산을 외부에서 공급함으로써 각질 세포 자체의 수분도를 높이고 각질 세포들이 최대한 빈틈없이 균일하게 장벽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책! 세라마이드, 지방산과 더불어 판테놀 역시 손상된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성분으로 정평이 나 있고, 전달률을 높이는 나노리포솜 기술이 적용되거나 피부 장벽이 무너져 이미 각종 염증에 시달리고 있는 피부 컨디션을 회복시키기 위한 마데카소사이드, 아줄렌 등 진정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도 출시돼 있으니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는 피부 장벽 재건 아이템을 찾아보길.


피부 장벽이 무너진 경우 피부가 탈수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 히알루론산이 풍부한 가벼운 제형의 제품과 자외선차단제도 필수다. 더불어 피부 장벽이 무너지는 데는 외부 요인도 크지만 본인의 스킨케어 습관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이중, 삼중으로 클렌징을 함으로써 과도하게 피부 수분을 이탈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거품이 풍성하게 나는 클렌저를 고집하지는 않는지,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세안하고 있지는 않은지, 무의식적으로 피부를 박박 문지르지는 않는지, 각질 제거를 너무 자주 하지는 않는지, 지나치게 많은 개수의 제품을 바르고 있지는 않은지 등. 외부에서 공급해 주는 것 못지않게 ‘이너 뷰티’를 통한 건강한 지방산 섭취도 피부 장벽을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

Credit

  • 에디터 정윤지
  • 사진가 CHRISTINE KREISELMAIER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