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사카에 등장한 까르띠에 우먼스 파빌리온의 실체

곧 시작되는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의 중심에 까르띠에가 있다.

프로필 by 이마루 2025.03.27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조립하는 일본의 전통 기술 ‘쿠미코’를 활용한 우먼스 파빌리온 외관. 지난 2020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을 디자인한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가 이번에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의 우먼스 파빌리온을 맡으며, 두바이에서 사용했던 소재를 다시 활용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조립하는 일본의 전통 기술 ‘쿠미코’를 활용한 우먼스 파빌리온 외관. 지난 2020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을 디자인한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가 이번에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의 우먼스 파빌리온을 맡으며, 두바이에서 사용했던 소재를 다시 활용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번화한 오사카 우메다구의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빌딩 라운지로 에스 데블린이 바쁜 걸음으로 걸어 들어온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 위켄드, U2와의 무대를 디자인하고, 수많은 연극과 패션쇼, 전시에 참여한 그는 이번 우먼스 파빌리온(Women’s Pavilion)의 글로벌 아트 디렉터로서 개막을 앞두고 분주한 엑스포의 공사 현장에서 막 돌아오는 길이다. 지난 2월 27일, 소규모로 진행된 사전 공개 행사를 위해 런던에서 오사카로 날아온 그에게 처음으로 현장을 직접 본 소감을 물었다. “정말 거의 완성돼 가고 있어요. 확실한 건 4월이 되면 더 완벽해질 것이라는 거죠!”


까르띠에가 우먼스 파빌리온을 선보이는 것은 이로써 두 번째다. 소나무를 비롯해 파빌리온을 장식한 식물은 모두 오사카 인근에서 가져온 것으로, 엑스포가 끝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순환의 가치를 잇는다.

까르띠에가 우먼스 파빌리온을 선보이는 것은 이로써 두 번째다. 소나무를 비롯해 파빌리온을 장식한 식물은 모두 오사카 인근에서 가져온 것으로, 엑스포가 끝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순환의 가치를 잇는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조립하는 일본의 전통 기술 ‘쿠미코’를 활용한 우먼스 파빌리온 외관. 지난 2020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을 디자인한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가 이번에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의 우먼스 파빌리온을 맡으며, 두바이에서 사용했던 소재를 다시 활용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조립하는 일본의 전통 기술 ‘쿠미코’를 활용한 우먼스 파빌리온 외관. 지난 2020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을 디자인한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가 이번에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의 우먼스 파빌리온을 맡으며, 두바이에서 사용했던 소재를 다시 활용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까르띠에와의 특별한 협력을 통해 탄생한 우먼스 파빌리온은 여성이 미래를 설계하고 세계의 발전을 이끄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한다는 믿음으로 2020 두바이 엑스포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1851년부터 시작된 월드 엑스포의 긴 역사에서 여성에게 독립된 관을 헌정한 것은 최초의 일이었다. 지금 직면한 세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조명하고 기념하는 이 공간은 이야기를 통해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4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펼쳐질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에 등장해 또 한 번 인류애적 가치를 전할 이번 우먼스 파빌리온의 전시를 구성하는 데 에스 데블린 이상의 적임자는 없어 보인다.


“UN 글로벌 골 팀과 2018년부터 일했어요. 유엔난민기구와도 협업했고, 까르띠에와는 2022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Come Home Again> 전시를 테이트 모던에서 함께한 적 있죠.” 지난 두바이 엑스포에서는 영국관(UK Pavilion)을 디자인한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로 활약했으니 엑스포와도 두 번째 인연이다. “제게 엑스포 파빌리온은 일종의 악기나 라디오 방송국 같아요. 시간과 공간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요. 공간은 분명히 일시적이지만, 음악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도 하잖아요? 지난 영국관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심한 시점에 구성됐고, 당시 상황을 반영해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우먼스 파빌리온의 중심에는 ‘마(Ma)’라는 공간이 있죠. 천장의 타원형 구멍을 통해 스며든 빛이 물로 된 타원형 테이블 위를 비추고, 그 위에는 지역에서 가져온 자갈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말없이 서로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인 거죠.”


나가야마 유코와 에스 데블린. 지난 2월 27일 전 세계 프레스를 대상으로 소규모로 진행된 프리 트립에서 50대 여성 아티스트이자 워킹 맘이라는 동질감을 토대로 협업해 온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나가야마 유코와 에스 데블린. 지난 2월 27일 전 세계 프레스를 대상으로 소규모로 진행된 프리 트립에서 50대 여성 아티스트이자 워킹 맘이라는 동질감을 토대로 협업해 온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에스 데블린의 옆에는 같은 50대 여성 아티스트이자, 역시나 두바이 엑스포에 이어 엑스포와 두 번째 인연을 맺은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가 있다. 이번 파빌리온 건축을 담당한 그는 20대에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열어 진취적으로 커리어를 이어왔고, 그 결실로 2023년에는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특정 여성의 내밀한 이야기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에스의 제안에 동감했어요. 개인의 이야기가 토대인 만큼 건축도 섬세함을 중시했죠. 이야기를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을 이끌어내며 누군가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꽃과 식물로 장식하고, 빛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외부 공간과 달리 파빌리온의 전시는 몰입을 돕는 인터랙티브 형식이 곳곳에 적용돼 있다. 헤드폰, VR 기기 또한 이런 몰입을 돕는다. 각기 다른 강인함을 가진 여성 세 명의 삶을 세 갈래로 체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첫 번째 전시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방문자의 이름을 입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각 여성들의 필름 작업은 나오미 가와세 감독이 작업했습니다. 그 작업 과정도 아주 감동적이었죠. 필름을 감상한 방문자가 직접 그 안으로 초대되는 느낌이 들도록 필름 속 인물이 관객의 이름을 부르면서 입장하는 연출을 시도했어요.”


오디오 가이드에 따라 내 이름을 입 밖으로 말하고 확인하는 것은 조금 쑥스러운 경험이었지만, 전시장으로 초대받는 느낌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각각의 공간에 놓인 아주 개인적인 소품 그리고 주인공의 자기고백적인 내레이션 덕분에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1인극을 관람하는 느낌이 든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어린 시절에 썼던 안경 같은 것은 국적 같은 정체성과 관계없이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이죠. 이런 물건을 통해 우리의 기억이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 전시를 통해 그걸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 그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아주 의미 있는 일 중 하나인 것 같거든요.” 에스의 말이다. 이런 상호교감은 다른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여성의 권리를 둘러싼 각종 지표와 발언들이 정리된 공간에서 나는 어떤 타입의 행동가인지, 어느 정도로 문제를 의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가 마련돼 있다. 벽에 걸린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전시관 내에 설치된 미디어 월 앞에 서면 국적과 나이, 성별을 초월해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1층 전시관을 빠져나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다시 빛과 자연의 시간이다. 계단 옆 벽을 장식한 멜라니 로랑과 아티스트 치바 히로가 협업한 식물을 말린 클로로그래프(Chlorograph) 액자가 관람자를 전시장 위층 정원으로 이끈다. 정원에 당도하면 조경 디자이너 오기노 도시야가 작업한 식물은 생생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오사카 인근에서 가져온 이 작고 아름다운 생명들은 엑스포가 끝난 이후에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개인의 고통과 경험에 귀 기울이며 여성과 인류 보편의 이야기를 찾는 것.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물과 바람, 빛과 그림자로 이어지는 것. 자연과 사람, 자원의 순환을 조명하는 까르띠에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은 우먼스 파빌리온이 지향하는 가치는 오는 4월 만날 수 있다. 당신도 이곳에 있기를 바란다.



가치는 이어진다

2023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우먼스 파빌리온 리드 아키텍처 나가야마 유코가 표현한 빛과 그림자, 자연과 사람이 순환하는 세계.


오늘 직접 우먼스 파빌리온 공간을 안내하고 이야기를 나눈 소감은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감개무량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감동받았다.


2023년, 신주쿠의 중심부를 장악한 도큐 가부키초 타워 파사드 디자인을 맡았다. 재작년 그 건물에 간 적 있다. 일본에서 대형 고층 건물을 여성 건축가가 디자인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우리 사무소는 다양한 건축물과 제품을 디자인한다. 작게는 주얼리, 식기부터 거대한 건물까지. 여러 규모의 디자인을 해내는 데 관심이 있다. 도큐 가부키초 타워 작업이나 파빌리온이나 이 정도 크기라면 어떤 디자인이 적절할지, 인간을 중심으로 축척(Scale)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아마도 생물물리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우주부터 세포까지, 시점을 얼마나 확대하고 축소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인 것 같다.


파빌리온 2층의 정원. 빛과 물, 식물이 어우러진 중정은 일본 전통가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쪽에는 셰익스피어의 ‘오필리어’에서 영감을 얻은 물과 여성을 주제로 한 필름을 VR로 감상할 수 있다.

파빌리온 2층의 정원. 빛과 물, 식물이 어우러진 중정은 일본 전통가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쪽에는 셰익스피어의 ‘오필리어’에서 영감을 얻은 물과 여성을 주제로 한 필름을 VR로 감상할 수 있다.

이런 규모에 관한 관심이 당신을 엑스포로 이끌었나 보다. 2020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을 설계했고, 올해 일본 오사카에서 50여 년 만에 개최되는 엑스포에는 우먼스 파빌리온으로 참여한다. 이전 작업의 경험은 어떤 영향을 미쳤나

엑스포라는 특성상 한 번의 축제로 끝나기 쉽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바이와 오사카를 잇는 연결고리, 지속 가능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까르띠에와 비전이 일치했고, 두바이 일본관에서 사용한 쿠미코 구조를 이번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우먼스 파빌리온에 활용하게 됐다. 지금 사용된 조각들은 이전에 사용된 부품을 두바이에서 전부 가져와 깨끗하게 씻은 후 새롭게 구조를 짠 것으로, 자세히 보면 각각의 부품마다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QR 코드가 있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두바이 엑스포의 일본관이 굉장히 크고 역동적인 느낌이었다면, 이번 우먼스 파빌리온은 빛과 그림자의 대비, 식물의 배치 등 좀 더 섬세하게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취지에 맞게 구조와 조합을 새롭게 다시 짜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두바이 엑스포에서는 일본인으로서 국가적 정체성이 앞섰다면, 이번 작업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을 것 같다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특별히 의식하며 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본에는 분명히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 일하는 여성이자 엄마로서 딸이 성장했을 때 더 평등한 세상이기를 바라고,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지 않던 사람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젠더 이슈에 대해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그렇다면 우먼스 파빌리온을 디자인한 사람으로서 보람찰 것 같다.


실제로 보니 어떤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던가

많다(웃음)! 우선 식물을 주의 깊게 봐줬으면 한다. 지금 파빌리온을 장식한 식물은 모두 오사카 인근의 산에서 가져왔는데, 엑스포가 끝나면 모두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려보낼 예정이다. 특히 일본 전통화 속 여성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여성 소나무 ‘메마츠’를 배치하는 등 의미에도 신경을 썼다. 이번 전시관은 가로로 길쭉한 형태로 내외부에 작은 정원이 마련돼 있다. 이는 일본의 전통가옥 형태인 ‘마치야’에서 영감받은 것인데, 형태가 길다 보니 실제로 부지 앞부분과 뒷부분의 높낮이가 1m 정도 차이가 난다. 그 미세한 경사가 전시관으로 들어올 때 몰입감을 도와준다.


2층에 자리한 WA(Women’s Agora) 공간은 엑스포 기간 동안 주요 글로벌 문제를 다루는 대담과 전문가들의 모임과 전시가 펼쳐지는 공용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

2층에 자리한 WA(Women’s Agora) 공간은 엑스포 기간 동안 주요 글로벌 문제를 다루는 대담과 전문가들의 모임과 전시가 펼쳐지는 공용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

이번 프로젝트에는 글로벌 아트 디렉터 에스 데블린, 멜로니 로랑은 물론이고 칸영화제 수상자인 나오미 가와세, 사카이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 등 일본의 여러 여성 아티스트들이 함께했다. 이토록 다양한 여성 아티스트와 일하는 경험은 드물 것 같다

같은 여성 창작자 동료들에게서 항상 자극을 많이 받는다. 에스는 물론이고, 까르띠에의 일본 대표 겸 CEO 준 미야치 또한 나처럼 워킹 맘이라 이번 프로젝트를 하는 내내 서로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웃음). 다양한 여성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것도 물론 뜻깊지만, 이번 우먼스 파빌리온은 현장감독을 비롯해 실질적인 시공과 설치에 여성이 참여한 것도 특별한 지점이다. 건축과 설계 분야와는 달리 여전히 건설현장에는 여성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20대에 개인 사무소를 차리고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하이 브랜드와 작업해 왔다. 이번에 까르띠에와 작업하며 느낀 메종 까르띠에만의 특별한 철학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역사의 계승이다. 일찍이 여성 디자이너를 채용했고, 디자인은 물론 메종의 철학까지 시대에 따라 바뀌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두 번째는 여성의 임파워링에 진심이라는 것. 우먼스 파빌리온은 물론이고 여성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CWI(Cartier Women’s Initiative) 어워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이슈에 대한 메종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전 까르띠에 글로벌 CEO인 시빌 비네론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성의 활약은 남성에게도 그리고 인류에게도 중요한 일”이라는 내용인데, 여성 이슈가 여성뿐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임을 명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마침 이번 엑스포의 주제도 ‘함께(Tomoni)’니까.


 오디오 가이드를 토대로 몰입형 전시 체험이 시작되는 입구. 세 명의 각기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각자의 문을 통해 펼쳐진다. 강렬한 이야기를 가진 전시 주인공들의 정체는 추후 밝혀질 예정이다.

오디오 가이드를 토대로 몰입형 전시 체험이 시작되는 입구. 세 명의 각기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각자의 문을 통해 펼쳐진다. 강렬한 이야기를 가진 전시 주인공들의 정체는 추후 밝혀질 예정이다.

이번 엑스포에는 한국도 ‘진심’이라는 주제로 함께할 예정이다. 오사카를 찾을 한국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매력이 있을까? 물론 당신이 도쿄 토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우먼스 파빌리온밖에 떠오르지 않는다(웃음). 이번 전시관을 찾는 사람들이 내가 ‘이 공간에 있다’는 경험을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 세계를 구현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물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을 느낀다거나, 빛이 바뀌면서 태양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 그런 체험을 온몸에 남길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정말 가까운 나라 아닌가. 최근 일본에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서로의 국가를 방문했을 때 상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관계성을 이어가고 싶다.


2023년, 세상에 공개된 당신의 다큐멘터리 제목은 <열정의 대륙>이었다. ‘열정’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열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건축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있다. 포기하지 않는 것. 단순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뤄진다고 믿는다. 오로지 포기하지 않은 일만이 현실이 된다.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사진 VICTOR PICON ©CARTIER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