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가구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만든 샌드위치처럼 디자인과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레서피를 만들어낸 크리에이티브 레이블 텍스트 샌드위치'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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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텍스트 샌드위치의 쇼룸 전경. 뮤직 컨테이너에는 빈티지 소니 스피커, 라디오, 미니카, <슬램덩크> 만화책 등 프로듀서 DK의 소장품으로 채워져 있다.

표면에 어떤 가공 처리도 하지 않은 알루미늄 본연의 모습을 살린 CD 트레이.
대부분의 음악 애호가들은 청음을 취미로 가지고 있어 스피커 같은 기술적 스펙을 지닌 장비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하이엔드급 음악 취향에 비해 이를 뒷받침해 주는 가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걸 발견했어요. 예를 들어 CD를 종이 가방에 보관하거나 고급 음악 장비를 내구성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선반에 올려두는 것처럼요. 저는 ‘기술적인 취미생활에 예술적 감수성을 더한 시각적 경험을 함께 제공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문화적 취향이 더 확장되고 탄탄해질 수 있도록 기술성과 심미성을 융합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알루미늄판으로 조립된 CD 트레이와 미러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한 수납 컨테이너의 간결한 구조가 매력적이에요
저는 산업디자인을 기반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항상 솔루션에 초점을 맞춥니다. CD와 LP를 보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납함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미니멀한 형태로 함축하는 것이 제 디자인의 특징이기에 단순한 구조에서도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해결책이 바로 ‘ㄷ’자 모양이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금속판의 비례와 두께를 신중히 고민했습니다. 금속으로 만든 물건도 우아함을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했어요.

좁은 공간에 다량의 CD를 멋스럽게 수납할 수 있는 모듈러 벽 수납장과 뮤직 컨테이너.
리벳은 판재에 구멍을 뚫어 리벳 못을 넣은 후 리벳 건으로 강하게 압축해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조립 위치나 타공 개수, 크기 등을 세심하게 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부에 튀어나온 리벳 못이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더해주면서 음향 장비의 기계적인 부분과 조응한다고 생각했어요. 반사되는 알루미늄 소재가 주는 착시 효과는 심미적이고 예술적으로 다가옵니다. 대개 디자인의 70%는 제가 구상하고, 나머지 30%는 제작 과정에서 발견되는 의외성으로 채워져요. 우선 제품의 사용 목적을 고려하되, 제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예기치 않은 디테일과 미학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금속 재료 본연의 모습을 잘 드러낸 디자인에 주력한 이유는
금속이 가진 본연의 힘을 활용하는 작업을 선호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의 손자국이 남고, 함께 나이가 들며 변화하는 특성이 매력적입니다. 단순한 디자인을 표현하는 데도 효과적인 도구고요. 주로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금속이 일상에서 세련되게 녹아드는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러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한 LP 컨테이너.

쇼룸을 위해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 CD 트레이와 컨테이너에 적용한 ‘ㄷ’자 형태와 여백의 개념을 반영했다.
텍스트 샌드위치는 문화적인 이야기와 사물이 지닌 메시지를 결합한 작업물을 선보입니다. 그래서 단지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닌, 문화와 접점을 이루는 제품 · 콘텐츠 · 서비스 등 무형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그룹을 구상했어요. 여러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음악 큐레이션부터 전시기획, 2D 디자인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포함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새로운 집단의 유형을 정의하기에는 ‘레이블’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다양한 문화적 자산을 현대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업물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음반 유통 및 제작사인 웨이브 샌드위치와 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부부 동반 모임으로 자주 만나 서로 재미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얘기가 오갔죠. 서로 접점은 없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은 갈증은 같았어요. 저는 디자인 신에서 다양한 제작과 시도를 해왔기 때문에 이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자를 만나고 싶었고, 웨이브 샌드위치의 공동 설립자이자 프로듀서 DK는 인디음악에 오랫동안 종사하며 새로운 음반사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협력사 개념으로 이름을 비슷하게 만들었어요.

뮤직 컨테이너는 모듈 방식으로 길이와 높이, 수납 칸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웨이브 샌드위치의 사운드 엔지니어 이숲과 프로듀서 DK에게서 많은 조언을 들었어요. 음악 애호가들은 매우 예민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기 때문에 음악 장비와 잘 어울리는 가구나 액세서리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들 역시 이런 제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리빙 시장은 너무 범용적이어서 쉽게 경험하고 만족할 만한 제품을 찾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능성과 심미성을 지닌 제품을 하나씩 제안하기 시작한 거죠. 수납함 크기나 쌓을 수 있는 아이디어 등 세부적인 디자인은 실제로 사용할 음악 애호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완성했습니다.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부분이 있나요
음악의 여백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악기가 꽉 찬 음악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연주가 좋더라고요. 사용자가 완성할 수 있는 여백, 즉 직접 채워나갈 수 있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쇼룸에 전시된 뮤직 컨테이너에는 CD뿐 아니라 책, 피규어 장비 등 다양한 물건이 수납돼 있습니다
제품들은 LP와 CD를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여러 소장품을 보관할 수도 있어요.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요. 텍스트 샌드위치가 직접 큐레이션한 앨범을 골라 음악 감상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죠. 이를 위해 테이블과 의자도 직접 디자인했어요. 문화적 접점을 제공하기 위해 쇼룸의 활용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흥미로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직접 디자인한 의자에 앉아 있는 김진식.
보다 편안하고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한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것보다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그리고 내가 만든 사물이 시간이 지나 잊히기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텍스트 샌드위치의 이름으로 계획하고 있는 다음 여정은 무엇인가요
음악 애호가들을 위해 모니터를 올릴 수 있는 선반과 주변 소품 등을 포함한 데스크 액세서리를 구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소비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유연하게 적용하려고 해요.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사진가 이소연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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