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칙한 이탈리아 여행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언젠가 커피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는 커피의 나라니까. 커피 생두는 한 톨도 생산하지 않지만 커피 완제품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팻말을 달고 더 비싸게 팔린다. 정말 이탈리아는 커피 천국이다. 질 좋은 갓 볶은 에스프레소용 원두가 킬로그램에 20유로면 거뜬히 산다. 한국 돈 3만원이란 얘기다. :: 이탈리아,여행,칼럼,자유로운,낭만적인,여유,엘르,엘라서울,엣진,elle.co.kr :: | :: 이탈리아,여행,칼럼,자유로운,낭만적인

언젠가 커피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는 커피의 나라니까. 커피 생두는 한 톨도 생산하지 않지만 커피 완제품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팻말을 달고 더 비싸게 팔린다. 정말 이탈리아는 커피 천국이다. 질 좋은 갓 볶은 에스프레소용 원두가 킬로그램에 20유로면 거뜬히 산다. 한국 돈 3만원이란 얘기다. 시칠리아의 수도 팔레르모의 뒷골목을 걷고 있을 때였다. 향긋한 커피 냄새가 거리에 가득찼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가게로 들어섰다. 이탈리아 어디서든 흔한 평범한 커피이지만 가격은 싸고 맛은 기가 막혔다. 아아, 킬로그램은커녕 100그램에 3만원을 주고 별 볼 일 없는 원두를 사고 있는 이땅의 커피 마니아들이 알면 폭동이라고 일으킬 것 같다. 그런데 커피 맛은 그렇다치고, 나는 도대체 한국의 커피 서비스가 못마땅하다. 나는 친구들과 별다방이나 콩다방에 어쩔 수 없이 들러 커피를 마신다. 그럴 때마다 내 조급증은 폭발하곤 한다. 이탈리아의 허름한 동네 바리스타(그들은 그런 우아한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일꾼’으로 불린다)의 눈부신 솜씨가 자꾸 눈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국가 자격증은 고사하고 어디서 정식으로 커피 뽑는 기술을 배워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지만, 커피 하나만큼은 끝내준다. 그 광경은 말하자면 이렇다. 동네 바라고 하더라도 커피 머신은 보통 4그룹, 그러니까 8개의 커피 구멍이 있다. 아침 출근 시간이나 오후의 나른한 커피 타임이 되면 손님들이 물밀 듯이 밀어닥친다. 단 한 명의 바리스타가 동시에 열 댓명의 손님을 너끈히 치러낸다. 그라인더를 눌러 커피를 갈면서 손은 동시에 여덟 개의 잔 받침을 바에 좍 깔아놓는다. 그 참에 새로 들어온 손님과 수인사를 나누고 날씨 얘기를 한다. 다 동네 친구들이고 아는 이들이라 인사가 길 수밖에 없다. “어이, 마르코! 지난 번 여행은 즐거웠나? 카리브해로 갔다고? 섹스 관광은 아니었고? 알았어, 파올로. 네 녀석의 커피 주문은 늘 이렇게 까다롭다니까. 잠깐만 기다려줘. 알렛시오 할아버지에게 주스를 먼저 내드려야 하니까. 근데 말이야, 어제 로마 축구팀 녀석들, 거의 미치게 잘 하더라니까. 그 세 번 째 골 봤지?”어느새 그는 왼발로 세 번 째 골을 흉애내면서 새로운 커피 주문을 받아 커피 가루를 2인용 틀에 넣고 꾹꾹 누르고 있다. 그리고는 4개의 틀을 동시에 머신에 척척, 물려나가는데 이건 군대시절 숙련된 박격포 사수가 거리계를 돌리는 것보다 더 빠르다. 그리고 커피 추출 버튼을 누르고는 새로온 손님의 주문을 받으면서 연속 동작으로 스팀속에다 우유가 든 스텐레스 주전자를 집어넣고 거품을 올린다. 그렇게 하루 1천 잔의 커피를 파는 건 보통이다. 이런 게 결코 특별한 풍경도 아니다. 이탈리아 어디서든 매일 일상처럼 벌어지는 나른한 풍속화일 뿐이다. 이런 광경에 익숙한 나는 겨우 아메리카노 두 잔과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하고서 그 요상한 바이브레이터(아마 훔쳐가는 여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를 탁자 위에 놓고 고사를 지내야 비로소 커피가 나오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 빨리 빨리는 한국인의 전유물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커피 바에서만큼은 ‘빨리 빨리가 한국의 대명사’라고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간혹 꾸물거리는 자칭 바리스타들을 확 끄집어내고 그 자리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어이, 커피 맛이 후지면 서비스라도 빨리 할 수 없어? 언제부터 에스프레소가 완행이 됐다지? 더구나 한국의 ‘다방’에는 이탈리아 바의 여름 필수품 카페 셰케라토도 없다. 그냥 무식한 텀블러에 마구 얼음을 채워넣고 무식하게 에스프레소 투샷과 시럽을 왕창 투입하는 아이스커피밖에 구경할 수 없다(사실 더 끔찍한 건 카라멜 바나나 모카 라테나 그린티 더블 판나 푸라푸치노 같은 정체불명의 고설탕 고지방 음료이겠지만). 모름지기 한여름, 이탤리언 커피라면 카페 셰케라토를 빼놓을 수 없는 데 말이다. 셰케라토란 영어로 하면 셰이크드(shaked), 즉 흔들었다는 뜻이다. 커피 한 잔에 목숨거는 우아한 이탤리언들이 무식한 텀블러 투샷 아메리카노 아이스커피 따위를 마실 리 없다. 바리스타는 주문을 받으면 우선 송곳으로 얼음을 잘게 쪼개어 셰이커에 넣는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뽑아 셰이커에 넣고 칵테일처럼 재빨리 흔든다. 얼음이 녹아 커피가 차갑게 되면 예쁜 유리잔에 따르는데, 딱 한 모금 분량의 아름다운 카페 셰케라토가 나온다. 에스프레소처럼 단 한 번에 원샷으로 마신다. 커피의 향은 그대로 살아 있고 적당히 차가운 촉감이 입안에 남는다. 이게 그들이 아이스커피를 즐기는 방법이다. 드라마도 어지간히 찍을 게 없나보다. 파스타를 다 다루는 걸 보면 말이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 죽을 쒔다면 당장 별 말이 다 나왔을 것이다. 이 드라마를 찍은 프로듀서와 작가가 지난봄에 나를 만나러 왔다. 파스타를 드라마로 찍는다굽쇼? 되게 할 일 없는 사람들이구나, 했다. 어쨌든 그 덕에 장안의 파스타 집에 손님들이 꽤 붐비는 모양이다. 드라마 촬영 장소로 나왔던 한 식당의 셰프는 나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함께 이 놀라운 ‘사태’에 대해 토론을 했다. 손석희 교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된 그는 드라마의 인기로 파스타 인기가 한동안 대박을 치는 게 아니냐고 했고, 나는 시니컬했다. “어이, 친구. 파스타는 겜도 안되게 선덕여왕은 역사적인 초대박이었다네. 그래봤자 한달도 안돼 이요원이 선덕여왕인지 미실인지 헷갈리는 사람도 있다구. 아마 비담 역은 장혁이 맡았다고 우기는 이도 있다지?”어쨌든 드라마가 뜨면서 같이 뜬 메뉴가 있기는 하다. 알리오 올리오다. 파스타의 원형질 정도로 이해되기도 하는, 가장 간단하면서 밋밋한 파스타의 이름이다. 한식으로 치자면 간장에 비빈 쌀밥에 진배없다. 그저 좋은 오일(간장)과 스파게티(밥)의 조화일 뿐이다. 이런 게 고급 레스토랑을 표방한 식당에서 팔리는 것도 약간 코미디이기는 하다(하긴 우리나라는 최고의 중식당에서도 자장면을 팔아야 하고, 피자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내게 항의하는 손님도 봤다). 그냥 오일과 마늘이 전부인,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을 데려다놔도 못 만들기가 더 어려운 그 스파게티 맛을 보려고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글쎄, 손님. 그건 개가 만들어도 그냥 먹을만한 파스타라니까요.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지만 참는다. 손님의 선택권을 위하여? 천만의 말씀이다. 알리오 올리오가 좀 팔리면 그거 꽤 짭짤하기 때문이다. 딱 오일 세 숟가락과 면 백그램, 마늘 두어 쪽만 가지고 만드니 재료비도 안 들어가고 게다가 미리 준비할 것도 없다. 그저 주문이 들어오면 오른쪽 손바닥으로 마늘을 탁, 으깨기만 하면 되는 요리라고 부르기도 뭣한 파스타가 아닌가. 아침부터 물 봐가면서 해물을 고르고 씻고 다듬고 정성들여 소스를 뽑고, 주문이 들어오면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드는 해물 스파게티를 팔 것인가, 아니면 알리오 올리오를 팔 것인가 누가 물으면 대답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시절도 얼마 안 가 끝난다는 것도 자명하다. 다만 다음에 가 나오걸랑 제발 새벽에 갓 딴 토마토를 절여 만든 소스에 수제 면을 넣은 후 오븐에 딱 2시간 35분 익힌 그라탕 파스타 같은 건 다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알리오 올리오보다 더 간단하면서 왕창 이문이 남는 그런 파스타를 다뤄 주기를 바라는 게 파스타를 파는 셰프들, 아니 사장들의 솔직한 욕망이라고나 할까. 뭐, 고추장 스파게티는 어떨까. 확실히 방송은 파괴력이 있다. 지인이 말했다. 글쎄, 박셰프. 파스타랑 스파게티가 각자 다른 거 아니었어? 드라마 보고 알았네. 혹시라도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오만 가지 종류 중 하나이다. 그 지인은 식당에 가면 음식보다 어떤 그릇을 쓰나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다. 접시를 들어 고개를 꺾고 바닥을 들여다보는 못된 버릇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그 계통에 꽤 조예가 깊은 것 같아서 어디 식당의 샐러드 접시가 에르메스네 어쩌네 떠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란 게, 그가 우리 식당 접시 밑바닥을 보고는 ‘박 셰프 중국제 쓰네?’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본 차이나’가 중국산이란 뜻인 줄 그때 알았다. 그것뿐만 아니다. 며칠 전에는 한 지인이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말했다. 이탈리아에 여행을 갔더니 남자 거시기를 닮은 파스타가 있더라구요, 나는 본 적은 없지만 이탈리아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여기서 드문 의문 하나. 그 파스타는 누가 어떻게 먹느냐는 거다. 이를 테면 이런 상황이 머리에 떠올려지지 않는가. “여보 파스타 한 그릇 더 줘. 아아, 살살좀 다루라구. 이놈의 파스타를 알 덴테로 삶지 않았나, 왜 불알이 자꾸 떨어져?”아니면, “여보, 새로 나온 거시기 파스타좀 사가지고 와. 요새 굵고 탱탱한 것들이 마트에 많이 나왔다던데.”하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런 요상한 파스타는 신기한 짓을 잘 벌이는 이탈리아에 당연히 있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런 걸 먹지는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라.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오직 먹는 식재료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파스타로 흉상도 만들고, 장난감도 만든다. 물론 어수룩한 관광객용 기념품이 고작이지만. 공항 면세품점이나 피렌체 어느 상점에서 파는 색색깔의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온갖 색을 넣은, 또는 유기농과 도정하지 않은 거친 곡물로 만든 그런 파스타들은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일종의 기획상품이다. 당신이 면세점에 명란젓과 김치를 사러 가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마도 이탈리아 여행을 몇 번 다녀온 당신의 부엌 어디선가 그 색색깔의 파스타가(어쩌면 거시기 모양의 파스타까지도) 썩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쎄, 파스타는 빈티지가 없어서 숙성된다고 맛있어지지는 않는다니까요. 이탈리아 여행의 성수기는 언제일까. 모든 계절을 다 싸돌아다녀본 내 경험에 의하면, 역시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아닌가 싶다. 오월이 되면 골목 어디선가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며, 햇살은 카푸치노 거품처럼 적당히 피부를 간지럽힌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지만 그렇다고 옷깃을 여밀 필요는 없이 시원한 정도이며, 한낮에는 카페 셰케라토를 마셔도 될 만큼 기분 좋게 땀이 살짝 배어나온다. 보통 때 같으면 심통 맞을 것 같은 싸구려 식당의 웨이터들도 오월에는 왠지 나긋나긋해 보이고, 요란한 폭발음을 내는 아이들의 오십씨씨짜리 베스파도 오월에는 천천히 달린다. 물론, 집시 아줌마들이 본격적으로 손에 돈맛을 들이고, 당신처럼 얼뜨기처럼 보이는 관광객을 노리는 야바위꾼들의 시즌이 시작되는 것도 오월이지만…. 어쨌든 집시들과 야바위꾼들을 피해 열심히 걷다보면 먹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이탈리아의 전설, 젤라토다. 이탈리아에서 젤라토를 안 먹어보고서야 어찌 이탈리아에 왔다고 할 수 있으리. 젤라토는 살살 녹는다는 진부한 표현으로는 그 맛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가게마다 비법이 있어 자기 젤라토의 맛에 자부심을 갖는다. 부드러운 크림처럼 입안에 부드럽게 감기며, 혀에 닿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먹는 속도보다 더 빨리 녹는 속빈 수수깡 같은 건 아니다.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입에 넣으면 녹는 그런 맛을 가진 게 진짜 젤라토다. 그게 그거 같은 젤라토 맛이지만, 젤라토 맛 감별에 일가견이 있는 이탈리아 시민들은 잘 하는 집에 줄을 선다. 홍대 앞 조폭 떡볶이 못지않게 줄을 서는데, 웬만해선 줄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젤라토를 고를 때조차 자신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기 때문이다. 2유로짜리라면 두 가지 맛, 3유로짜리는 세 가지 맛을 선택할 권리가 있게 마련이다. 한국인 같으면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미리 진열장을 쫙 훑어서 선택을 해두게 마련이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기에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누리려고 든다. “음, 초콜라토 주시구요….”이렇게 운을 떼면 종업원은 ‘뽀이?(다음 것은?)’하고 재촉을 하는데, 듣는 이는 그게 시작이다. ‘멜론에다가 레몬맛을 섞고, 3유로짜리 두 개는 각각 피스타치오랑 커피맛, 살구맛에 헤이즐넛과…’. 젠장, 이민국에서 망명 신청을 하는 것처럼 줄을 줄어들 기미가 없고 젤라토 대신 당신의 인내심이 녹아버릴 지경이다. 그나마 볼거리가 있는데, 주문받은 젤라토를 담는 직원들의 손놀림이다. 바의 바리스타처럼 손이 보이지 않도록 움직인다. 에 나오면 대박감이다. 진열잔 안에서 스크래퍼로 멋지고도 재빠른 동작으로 수십 가지 맛의 젤라토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박박 긁어 담는다. 바삭한 콘 위로 젤라토를 쓰러질 듯 올려 담는 기술은 가히 압권이다. 이탈리아도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젤라토는 여전히 푸짐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래도 남는 게 젤라토 장사다. 내게는 지금도 끊임없이 이탈리아 요리 유학을 결심한 사람들의 문의 전화나 메일이 쏟아진다(내 연락처를 어디서 알아냈지?). 심지어 쏟아지는 주문을 처리하는 저녁 7시반에 전화를 걸어 ‘저…죄송한데요, 저는 누구누구 친구 전지현이라고 합니다. 뭘 좀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요’하고 운을 떼는 이들도 여럿이다. 이탈리아보다 더 좋은 곳을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친구들이다(지옥에나 가버렷!). 어쨌든 이 친구들에게 나는 요리 유학을 대체로 말리는 편이다. 어느 세월에 배워서 언제 써먹고, 돈 벌겠수. 나는 혀를 차면서 기막힌 방법이 있다고 유혹을 하는데, 대개 젤라토 기술을 배워오라고 권한다. 그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에 아직 먹을 만한 젤라토가 거의 없다. 둘째, 젤라토 가게는 아주 작게 차릴 수 있어서 인건비나 인테리어비를 적게 들이고도 열 수 있다. 셋째, 재고가 남지 않는다. 젤라토는 유통기한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팔지 못해 버리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는다. 넷째, 장사 중에 최고는 물장사랑 공기장사인데 둘의 공통점은 원가가 적게 먹는다는 뜻이다. 같은 먹는장사라도 건더기가 많이 드는 삼겹살보다는 커피가 낫고, 공기로 부풀리는 빵이 낫다는 얘기다. 그런데 젤라토는 두 개를 모두 포함한다. 젤라토는 결국 액체로 만들며 그 풍성해 보이는 양도 결국은 다 젤라토 속의 액체와 공기 때문이다. 젤라토가 입에서 사르르 녹는 건 바로 젤라토 속의 공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더냐. 이렇게 장사 비법까지 공개해 주면 적어도 내게는 일년치 젤라토를 공짜로 주는 사람이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건 진심인데, 왜냐하면 내가 농담 대신 진실을 말한 건 이 연재가 시작되고 거의 처음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Frofile 박찬일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하고 잡지 기자가 되었다. 33세 느닷없는 깨우침은 아니었고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3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시칠리아에서 고수 주방장을 만나 요리사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뚜또베네’에 이어 ‘트라토리아 논나’를 성공적으로 론칭. 스타셰프로 이름을 날렸다. 요리와 와인에 대한 쫄깃한 문체의 칼럼니스트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으며, 현재 이탈리아 향토 요리 ‘누이누이’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그가 쓴 이탈리아 도시와 지방, 주방과 거리를 누비며 보고 느낀 유쾌 발랄 달콤 살벌 이탈리아 여행기를 만나본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4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