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남편은 계절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어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반드시 일정한 양을 흡입해야하는 아이스크림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잊을만하면 먹고 싶다고 아이들처럼 말하는 폼이, 마치 몸속에 채워 넣어야 할 아이스크림의 정확한 양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찬 음료보다 뜨거운 커피가 마시고 싶고, 단맛보다는 매운맛이 더 좋은 나는 아이스크림에 열광하는 두 부녀가 나와는 전혀 다른 별나라 사람처럼 신기하기만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맛이란 각자의 취향인 것이라 함부로 말하기가 곤란하다. 누군가에겐 정말 맛있는 것이 내겐 끔찍한 맛일 수도 있고, 혹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맛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추운 겨울에도 둘은 이가 시리지도 않는지 아이스크림을 홀짝홀짝 맛있게 잘도 먹는다. 나로서는 보는 것만으로 만족이다. 그런 나였는데 이곳에선 내게도 가끔 몸 안에 집어넣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아이스크림이 하나 생겼다. 바로 ‘솔트 앤 스트류’라는 포틀랜드 로컬 아이스크림 가게의 ‘아라베끼나 올리브 아이스크림’이다. 사실 처음 먹었을 때는 좀 괴상했다.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가장 유명한 맛이라기에 호기심에 딸 것을 조금 얻어먹어 보았는데, 달달한 아이스크림 안에서 느껴지는 올리브유 맛이 낯설고 거북하게 느껴졌었다.  포테이토칩에 참기름을 찍어 먹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세상에 아이스크림과 어울리는 수많은 식재료를 다 재치고 올리브기름이라니. 역시 괴상한 포틀랜드의 맛답다고만 생각하고는 지나쳤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이상하게도 그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알 수 없는 조합의 야릇한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몇 번이고 그 가게 근처를 지날 때마다 들러 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곤 어느덧 그 아이스크림가게만을 목적으로 외출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역시 사람은 뭐든 단정 지어 말하면 안 된다. 나도 단것과 찬 것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이 가게를 들락거리다 느낀 것인데,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맛에 대한 편견이 없어도 좀 너무하다싶게 없다. 시즌별로 학생들과 함께(아마도 장차 아이스크림 사업을 하고 싶은 학생들인 거 같다)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선보이는데, 라면 맛 아이스크림이나 새우 초밥 라임 맛 아이스크림 같은 걸 선보인다. 이건 어쩐지 상상만으로도 괴로워지는 맛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판다.  나로선 큰 모험이다 생각하고 먹어 본 라면 맛 아이스크림은 닭 육수를 우려 넣었다는 점원의 코멘트를 듣고 먹은 게 실수였다. 편견 없이 맛으로만 느끼고 싶었는데 계산이 복잡해진 내 뇌가 맛을 방해했다. 스프나 국을 끓일 때 만드는 밍밍하고 뽀얀 닭 육수를 상상하는 순간 아이스크림 맛이 다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런 걸 아이스크림에 넣을 생각을 하다니 정말 실험정신이 거침이 없다. 창의적이며 독특하다 못해 괴이하다! 하긴, 자신의 수염에서 채취한 누룩으로 발효시켜 맥주를 만든 양조장(로그 블루어리)도 있는 곳이니, 그 정도는 애교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음식에 대해서라면 경계와 두려움 따위는 잊은 지 오래된 도시다.  그래서 그 알 수 없는 조합의 도넛도 존재하는 거다. 달달한 메이플 시럽 위에 기름을 빼 나무토막처럼 바짝 구운 베이컨을 올린 도넛. 라즈베리와 후추를 섞은 매운맛 도넛. 내겐 그 알 수 없는 조합이 우유에 말아먹는 밥 마냥 이상하기만 했다. 고추장을 바른 바게트처럼 생소하고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처음 느껴보는 맛의 조화로움에 저절로 동공이 커지며 미소를 짓게 된다. 포틀랜드에서 이것저것 황당한 것들을 사 먹다보니 나도 부엌에서 모험심이 자꾸만 발동해 요리를 하며 이것저것 실험을 하게 된다. 김치에 오렌지를 넣어 만들어 보기도 했다. 오렌지 껍질을 벗기고 살만 발라 넣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빨간 무와 비트로 김치를 담가보기도 했다. 빨간 무는 열무김치 맛이 나 좋았지만 비트로 만든 김치는 텁텁하고 무거운 맛이 나 한 번으로 만족한다. 절대 다시는 만들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다. 요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전혀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만드는 음식들은 날 설레게 한다. 그 기분에 된장국에 버터도 넣어 보았고, 카레에 고추장도 넣어 보았다. 쐐기풀로 스파게티도 만들고, 콜라드란 잎사귀로 된장국도 끓여 보았다. 뭐든 용감해지며 거침이 없어진다. 그래서 맛이 있냐고? 글쎄. 맛보다는 뭐랄까 삶의 용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용기 있는 음식들을 먹어가며 지내는 요즈음이다. 그런 음식들 때문에 정말로 용기가 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포틀랜드에서 나름 씩씩하게 사는 방법을 하나 둘 터득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혹시 그 용감한 음식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이전편 보러가기 >  다음편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