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옥스퍼드 셔츠다. 옥스퍼드 소재로 만들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날실과 씨실이 번갈아가며 짜인 평직의 일종인 옥스퍼드는 19세기 말 한 방직사에서 만든 소재다. 재미난 건 당시 이 회사에서 케임브리지, 예일, 하버드란 이름의 직물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네 개 대학의 이름을 딴 네 개의 셔츠 원단, 그 중 지금까지 생산되는 건 옥스퍼드 하나다. 이 원단의 생존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공교롭게도 미국 동부의 예일과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다. 당시 남학생들은 버튼다운칼라 옥스퍼드 셔츠만 유니폼처럼 주야장천 입었더랬다. 셔츠의 톡톡한 촉감 때문에 주로 캐주얼하게 입었는데, 소매를 둘둘 말아 청바지에도 매치하고, 마드라스 체크 반바지와도 입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히피와 복고풍 트렌드에 밀려 인기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의 패션은 아이비 룩, 또는 프레피 룩으로 불리며 ‘아메리칸 스타일’의 한 축이 되었다. 한식에서 쌀과 김치가 하는 역할을 아메리칸 프레피 패션에서는 옥스퍼드 셔츠가 하고 있는 셈이다. 랄프 로렌이나 브룩스 브라더스 매장에 가면 사시사철 다양한 컬러와 패턴의 옥스퍼드 셔츠를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아무 무늬도, 색깔도 없는 화이트 옥스퍼드 셔츠다. 물론 칼라 끝엔 작은 단추가 달려있다. 최근 몇 년간 옥스퍼드 셔츠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아메리칸 디자이너 그리고 분방하면서도 댄디한 아메리칸 프레피 룩에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기 때문.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다. ‘짤뚱’한 피트의 그레이 수트와 화이트 버튼다운 옥스퍼드 셔츠를 유니폼으로 여기는 미국 토박이 디자이너 말이다. 옥스퍼드 셔츠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이번 시즌 컬렉션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얼굴에 흰 그물을 뒤집어쓰고, 바지인지 치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밑위가 긴 팬츠를 입은 모델은 안에 라운드 칼라 옥스퍼드 셔츠를 입고 있었고, 잠수복 소재로 만든 재킷에 복서형 속옷보다 더 짧은 수영복을 매치한 모습의 모델 역시 안에 화이트 옥스퍼드 셔츠를 입고 있었으니까. 두 세기가 넘도록 이어진 옥스퍼드 셔츠의 역사에 비추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현실이다.
-화이트 옥스퍼드 셔츠 40만원 톰 브라운 by 10 꼬르소 꼬모
1 1960년대 후반의 그레고리 펙 2 옥스퍼드 셔츠를 입은 디자이너 톰 브라운과 미술작가 조셉 라 피아나
* 자세한 내용은 루엘 4월호를 참조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