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별별’ 점으로 풀어본 2017 연애운

“점을 믿습니까?” 관상과 신점, 타로, 그리고 스마트폰 앱까지, 5명의 에디터가 종류별 점을 통해 2017년 연애 운을 점쳐봤다.

BYELLE2017.01.22


 

20대의 마지막 연애를 꿈꾸는 M


부산 남자와의 장거리 연애 후 내 주변에 이성이라고는 씨가 말라버렸다. '얼굴에 마가 꼈나?' 싶어 관상을 보기로 했다. 내 연애의 운명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고 생각하니 관상가를 어떻게 쳐다봐야 하나 고민됐다.

 

살짝 미소를 짓고 있을까, 아니면 도도한 척? 아니야 이건 소개팅이 아니잖아. 일단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해.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관상가가 대뜸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내게 날린 한 마디, "쌍꺼풀 수술했지?"

 

아니라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얼굴에 절대 손대지 마! 넌 결혼 못 할 팔자는 아니니까 걱정하지도 말고"라고 쏘아붙이듯 말했다. '결혼 말고 연애가 궁금하다고요’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은 걸까. 관상가가 연이어 말했다.

 

"근데 당장은 스키다시만 꼬여, 서른 살까지." 뭐라고? 서.. 서른? 절망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그때 "주변에 남자는 항상 있지만, 넌 네가 좋아야 만나잖아."라며 밀당하듯 날 위로했다.

 

"눈을 보니 몸이 냉하고, 소화 기관이 안 좋네."라며 대한민국 여자라면 절반은 느끼고 있을 건강 진단과 더불어 사주팔자까지 덧붙여 "화끈한 성격 탓에 주식과 펀드는 멀리하는 게 좋아"라는 재테크 조언까지 잊지 않았다.

 

'얼굴 균형이 완벽하다'라는 칭찬을 들은 것 외에는 뻔한 조언과 결국 20대의 진지한 연애는 물 건너갔다는 악담만 듣고 왔다. 아… 그냥 모르고 사는 게 나았을 것을.

 

 

  

 


 

 '운빨 로맨스'를 믿는 T


사람은 못 믿어도 귀신은 맹신하는 나. 십년지기 '절친'에게도 숨겨왔던 부끄러운 과거사를 다 맞추는 건 물론이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점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착착 들어맞으면서 무한 믿음이 생긴 것이다. 그 후론 일 년에 한 번은 꼭 신점을 본다.

 

2017년도 어김없이, 1년이면 충분할 줄 알았던 솔로 생활을 2년씩이나 유지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라 단골 점집 문을 두드렸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한 용산구 보광동에 위치한 이곳은 할머니 귀신이 앞날을 예지하고 조언해주는데, 이미 점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

 

기대를 안고 물어본 나의 2017년도 연애운. 5월 이후에 귀인을 만나게 된다고 하니 '에헤라 디야~ 풍악을 울려라.' 기쁨도 잠시, 대체 어떤 남자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지 궁금해졌다.

 

올해는 더 열심히 일하라는 깊은 뜻이 포함된 건지 모르겠지만 일하면서 만나게 될 운명이란다. 그 남자는 내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니 절대 놓치지 말고 잡아두라고 했다.

 

내가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지 않고(빙고!), 훈남을 선호하는데 그 훈남의 기준이 까다로워 여태 만나지 못했다고(소오름).

 

결국, 내 눈이 높다는 얘기인 건가? 아무튼, 올해 내가 원하는 이성이 나타나고 전반적으로 '회춘'의 운이 지배적이라고 하니 벌써 설렌다.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A

 

병맛 개그를 좋아하고 한겨울 소나무처럼 씩씩한 나. 이런 내게 친구들은 연애하고 싶으면 남자 앞에서 본 모습을 숨기라고 조언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가 왜 '척'을 해?'라고 생각했지만, 올해부터 살짝 불안해졌다.

 

'설마 팔자에 남편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 건 아니겠지.' 친구들에게 물어 용하다는 점집을 찾았다. 난생처음 보는 점집 풍경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처음'이란 두려움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자마자 점쟁이는 내게 나이와 성씨 딱 두 가지만 물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손 마디마디를 번갈아 가며 짚더니 "더럽게 고르기도 고른다고 하네."라며 입을 뗐다. 응? 누가요? 누가 그렇게 말하는 데요? "네 성에 차는 남자가 어디 있겠니? 돈이 많으면 많아서 싫고, 잘생기면 잘생겨서 차 버린다는구만"

 

아니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말해 주냐고요. 지금 이 방에 우리 둘뿐이잖아요. 점괘도 점괘지만 계속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해 주고 있다는 식의 화법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올해부터 결혼 운은 들어오는데,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며? 옛 남자가 연락해도 시큰둥 한 상태라고 하네? 올해는 어려울 거래." '우르르 쾅쾅' 어디서 천둥이 치나. 점쟁이에게 내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호기심도 잠시, 정곡을 찔린 그 순간부터 점쟁이의 말에 몰입하게 됐다.

 

"너만 예뻐해 주는 사람이랑 결혼하긴 하는데, 최소 3년은 더 있어야 한데." 그러니까 올해도 연애는 글렀다? 심지어 이 모든 상황이 다 내 탓이다? 청춘이 다 가는 줄도 모르고 일만 하던 내게 올해는 꽃피는 봄이 오려나 기대했지만, 2017년도 내 연애는 '겨울 왕국'인가 보다. 

 

 

 

 


 

  

일탈을 꿈꾸는 I


스마트폰으로 못 하는 게 없는 디지털 세상. 굳이 시간 내 예약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사주를 볼 수도 있다. 지인들에게 용하다고(?) 소문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소수문해 내려받았다.

 

유료 결제를 해야 했지만 실제로 점집을 찾아가는 교통비에 복채를 따져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이었기에 고민하지 않았다. '유료니까 더 잘 맞겠지?'라는 마음도! 떨리는 마음으로 이름과 생년월일을 넣는 것만으로 바로 나의 사주팔자와 연애 운 결과가 나왔다.

 

'팔자 안에 남성의 존재가 너무 많아 이성과의 만남이 쉬운 편이다?' 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춘다며 이 앱을 소개해준 친구의 멱살을 잡아야 하나. 일단 좀 더 읽어보기로 했다.

 

'터프한 남자와의 연애를 꿈꾼다는 것'도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다. 난 분명 내 '똥고집' 받아줄 유순하고 조신한 남자가 좋으니까. '남자에 민감하고 경계심이 강하다'는 건 어느 정도 인정,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말도 와 닿는 표현이었다.

 

특히 나의 성향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그래프가 인상 깊었는데, 유난히 '재테크' 부분만 높게 나왔다. 무엇보다 돈을 좇는 물질 만능 주의자란 걸 들킨 건가 싶어 뜨끔했다는 건 비밀.

 

 


 


  

 

점을 '점'만큼도 안 믿는 P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 자기계발서도 읽지 않는 '마이웨이' 타입이다. 당연히 '점' 같은 건 믿지 않는 내가 타로점을 본 건 그저 신년 점보기 열풍에 동참하기 위함이었다. 그나마 '접신'이니, '팔자'니 하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안 할 테니까.

 

마포구 합정동의 한 오피스텔, 평범한 회사원 같은 타로 마스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가에 놓인 오디오에서는 생뚱맞게 저스틴 비버의 'Love Yourself'가 흘러나왔다. 낮게 깔린 조명과 테이블 위에 놓인 신비의 구슬 따위를 기대했건만, 여긴 최신팝을 좋아하는 친구의 자취방인가? 당황스러웠다.

 

아무런 기대 없이 연애 운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진지한 표정의 타로 마스터가 특정한 인물을 떠올리라고 하곤 카드를 섞었다. 다 섞은 카드 뭉치를 건네더니 3장만 뽑으란다. 나 아직 아무도 못 떠올렸는데?

 

무턱대고 카드를 뽑는 동시에 갑자기 평소 애정하는 뮤지션 T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망했다. 나의 연애 점은 T를 대상으로 풀이되기 시작했다. 돈을 내고 연예인과 점을 보다니… 나 지금 뭐하니.

 

"T와 는 무난하게 지내고 있네요." 음… 무난하게 팬으로 좋아하고 있지. "그런데 무조건 헤어지겠네요." 틀린 말은 아니네. 더 정확하게 헤어지기 전에 만날 일도 없지. '올해 보내주면 미련이 많이 남겠네요. 내년엔 쉽게 정리할 수 있어요."

 

내년쯤에 T를 향한 나의 팬심이 사그라지려나. 아니 철이 좀 드나.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으로 T와 나의 관계를 타로 점괘에 대입하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겨서 손톱 밑이 간지러울 정도였다.

 

"만약 T씨와 결혼한다면 죽도록 헌신하면서 살아야 해요." 아니, 너무 멀리 가시는 것 같은데요(T는 영원히 이 사실을 모르길).

 

"걱정 마요. T랑 결혼 안 해도 남자 운은 평생 가득하니까." 드디어 1시간 동안 '내 머릿속의 드라마'가 무난한 결말을 맺었다. 점을 보는 내내 두루뭉술한 점괘에 내 상황을 끼워 맞춰 생각하게 됐고, '틀린 건 아니네'란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연예인을 대입해도 고개가 끄덕여졌으니 말이다. 역시 점은 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