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2014년 1월 11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토요일마다 이태원에서 열리는 유기견 입양 캠페인장에서 저와 숙희가 눈 맞은 날입니다::숙희,반려견,반려동물,유기견,입양,이태원 유기견 캠페인장,강아지,강아지 키우기,허스키,엘르,elle.co.kr:: | 숙희,반려견,반려동물,유기견,입양

2014년 1월 11일은 제가 숙희를 입양한 날입니다. 이맘때쯤 되면 숙희를 보는 제 마음이 묘해집니다. 3년 전, 제가 숙희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이 아이는 여전히 차디찬 유기견 보호소 흙바닥에 웅크리고 있었을까요? 꽝꽝 얼어버린 얼음을 혀끝으로 애써 할짝거리며 마른 목을 축이고 있었을까요? 물론 지금보다 더 좋은 집으로 입양 가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이태원 유기견 캠페인장에서 숙희를 데리고 온 날. 얼떨떨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안겨 있는 숙희입니다. (남편 얼굴은 초상권 보호차…ㅎ)(음…… 이렇게 맨날 널부러져 있는 니가 세상 제일 행복해 보이는 거 알긴 아니?)숙희와 함께 산책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런 애는 얼마 주고 데려왔어요?” 죄송하지만 이 질문엔 그냥 답하지 않습니다. 무례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강아지를 돈 주고 사서 키우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차라리 안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위생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흠 잡을 데 없는 환경 하에 태어난 어린 강아지들을 정식으로 분양 받는 것까지 뭐라 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웰시코기를 키우고 싶어 네이버나 다음 까페를 들락거릴 때도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어린 강아지들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에 있습니다. 강아지 공장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강아지 번식장의 모견들은 분만촉진제를 맞아가며 새끼 빼는(네, 업자들은 이런 표현을 씁니다) 기계로 살아가다 쓸모 없을 때 버려집니다. SBS <동물농장>을 통해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널리 알려졌다고는 하나, 사실 그 이후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강아지 공장의 어두운 면을 ‘펫숍’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가린 채 여전히 강아지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 즐비하고, 실질적으로 이들을 처벌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은 아직 생기지 않았으니까요. 이들을 관리, 감시할 공적 인력도 턱 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불편해도 직시해야 하는 사진입니다. 펫숍에서 사온 작고 예쁜 강아지들의 어미가 바로 이 중에 있을 테니까요. 펫숍의 어린 강아지들은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 경매를 통해 가격이 매겨집니다.)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은 “무슨 종이에요?” “이거… 썰매 끄는 개 맞죠?” 이런 분들께는 당당히 말씀 드립니다. “믹스예요.” 어르신들께는 그냥 “잡종”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순종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으로 큽니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나는 말티즈니까 말티즈 친구와 사랑을 나눌거야’라고 생각을 할 리 없죠. 때문에 인간이 개입하게 되고 같은 종끼리 억지로 교배를 시키기 위한 강아지 번식장이 성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9월, 영국수의사협회에서 “퍼그, 불독, 시추 등 코가 눌려 얼굴이 납작한 반려견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인해 이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다. 개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단두종(短頭種)을 분양 받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뉴스 보셨나요? 앞코가 눌린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호흡곤란, 안구 궤양 등 건강상 고통 받을 수 있음에도 최근 몇 년 사이 단두종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견종들이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거에요. 사람들의 선택적 교배로 인해 이런 외형이 만들어진 거니까요. 뭐든 문제는 사람이 개입하면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믹스견에 대한 인식이 언제쯤 바뀔까요? 믹스견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종입니다. 어린 강아지 시절, 예방접종 시기를 놓쳐 잔병치레를 하기도 하지만 그 어떤 강아지들보다 강한 면역력을 갖게 됩니다. 숙희 역시 어릴 때 열병을 앓았는지 치아가 좀 약한 편이지만 지금은 돌을 씹어도 아무 문제 없을만큼 건강하거든요!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적어봅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요. (매주 토요일, 이태원 맥도날드 맞은편 노란 천막에서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어요~)얘기가 너무 무거워졌나요? 한국 내의 어처구니 없는 동물 복지 실태를 얘기하자면 한없이 더 무거워 질 수 있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숙희의 새로 태어난 날을 기념하고 싶어 쓰기 시작한 글이니까요. 숙희 역시 포천의 애린원에서 지내던 아이입니다. 봉사자 분께서 매주 토요일마다 이태원 맥도날드 건너편에서 열리는 유기견 입양 캠페인장에 처음으로 데리고 나온 날, 제 마음 속에 콕 박힌 거죠. 혹시나 강아지를 키울 생각을 하신다면 매주 토요일, 이태원 노란천막을 찾아가 보시길. 유일무이한 매력을 지닌 운명의 아이가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아나요. 저에겐 숙희가 그랬던 것처럼요! 물론 유기견 아이들은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건 사람도 마찬가지잖아요. 처음 만난 사람과도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알던 사이여도 오랜만에 만나면 어색한데, 길거리 생활을 하던 강아지들이 집에 와서 바로 벌러덩 드러누워 애교 떨기를 바라는 건 너무 무리한 바람 아닐까요? 유기견 아이들이 받는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많은 동물보호 단체와 봉사자들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관심 가져 주세요. 강아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입양되기 전 어둠의 포스로 둘러싸인 숙희의 모습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세상 뚱해 보여……그런데 지금은…까페도 가고, 올리브영 구경도 가고, 꽃 냄새도 실컷 맡고, 이렇게나 예쁜 ‘빅 스마일’을 마구마구 보여준답니다. 당신의 작은 관심으로 유기견들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