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까만 밤. 시가지에서 새어나오는 불붗이 아주 드물게 또 희미하게 깜빡였다. 묵직한 구름 아래 괴괴한 하노이는 그랬다. 하지만 고요한 하노이는 여기까지. 이 도시는 고즈느한 운치와 펄떡펄떡 뛰는 생동감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공간이었다. 하노이 한복판의 역사적 호텔,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에서 본 하노이 감상기. |

MEMOIRS OF HANOI하노이는 이중적인 공간이었다. 비행기를 탈 때는 머리 속에 퉁소 소리가 공명했고, 푸르른 경치를 상상하는 등 평화로운 하노이 유람을 기대했다. 실제로 하노이에서도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호숫가, 정갈하고 소박한 법당 마당 등을 보며 마음을 정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10분 후면 자전거와 인력거, 택시가 앞 다퉈 빵빵거리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거닐면 작은 2층집, 3층집과 시장 등 정겨운 풍경이 가득하지만, 도시의 반대편에선 연일 포크레인과 트럭이 드나들며 대형 아파트 신축이 한창이다. 어떤 이에게 하노이는 아웃도어 풀과 스파를 오가며 호사를 부리는 곳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몸의 두 배는 족히 될 법한 짐을 이고 거리를 씽씽 달리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모든 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sofitel.com)’ 안팎에서 관찰한 풍경이다. 이 호텔은 하노이 중심가에 있는 호텔이기도 하고, 하노이의 근현대사를 지켜본 증인이기도 하다. 3층짜리 ‘오리지널 메트로 윙’과 7층짜리 ‘오페라 윙’, 일명 구관과 신관 두 건물이 연결돼 있는데 구관은 1세기를 넘겼다. 베트남전이 끝난 후에는 임시로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핀란드 대사관으로 쓰이기도 했고, 전 세계 명사들이 왔다 하면 반드시 이곳에 머물렀다. 심지어 찰리 채플린은 허니문으로 이곳에 왔다니까, 뭐. 어쨌든 이 호텔은 하노이의 크고 작은 변화상을 죄다 지켜본 셈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구관의 스위트룸 중 한 곳에 묵었는데, 천장이 아주 높고 서양식 가구와 베트남식 창살 문양이 쓰인 게 영락없이 콜로니얼풍이었다. 욕실용품은 모두 에르메스, 메이드가 아침저녁으로 가져다주는 간식은 카나페와 마카롱. 볕이 자작하게 들 무렵 창문을 열고 밖을 보면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시클로가 바짝바짝 줄지어 서 있다. 시클로를 타고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식민지 시대 때 부모를 따라 하노이에 와 있는 영양이라도 된 듯 머리 속으로 소설 쓰는 일도 어렵지 않다. 그래서일까? 1923년엔 서머싯 몸이 를, 1951년엔 그래햄 그린이 을 이곳에서 완성했다. 이들이 머문 방은 각각의 이름이 붙어 있고 당시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 서머싯 몸의 방은 호텔 정원 옆에 있어 운치가 있다. 그래햄 그린의 방은 채광이 좋아 가장 인기가 높은 방. 안젤리나 졸리 부부도 이 방에서 묵고 갔다. 반면, 11년 전에 문을 연 신관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레드와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사용하고 아르데코 장식 때문에 모던하면서도 화려하다. 신관의 7층에는 초대형 스위트룸과 ‘클럽 메트로폴’이 있는데, 일종의 VIP 라운지다. 호텔 로비를 드나들 때면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직원들이 “봉주르!” 하면서 이름을 불러준다.프렌치 쿼터에 있는 ‘van mieu quoc tu giam’ 절 . 1 하노이 ‘Hang Be’ 시장의 과일들. 과즙이 풍부한 편이고 많이 달진 않다.2 ‘van mieu quoc tu giam’ 절의 내부.HANOI GOURMETS하노이에선 우리 눈에 익숙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나 커피점은 찾기 힘들다. 그럼 하노이에서 먹어야 하는 건? 당연히 베트남 요리, 그리고 프렌치 퀴진이다. 쌀국수, 분 차(데친 쌀국수와 야채, 고기완자를 같이 먹는 음식), 스프링 롤, 누들 샐러드…. 하노이의 맛은 아주 순하고 담백했다. 양념에 비유하자면 꼭 초간장이나 참기름 맛 같다고 할까? 양도 아주 푸짐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 당분간 쌀국수는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생각했을 정도. 프렌치 퀴진은 프랑스 통치를 받았던 데서 비롯됐다. 아주 깍쟁이처럼 멋 부린 요리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그 중 일상 식생활에서 가장 깊이 자리한 건 디저트다. 우리나라 ‘패이야드’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페이스트리들을 어디서든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현지인으로부터 “하노이에 오셨으니 마카롱 좀 사가셔야죠.”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실제로 어떤 곳보다도 하노이 마카롱이 맛있었다!) 하노이 맛집들을 소개하자면? 호텔 내 프렌치 레스토랑 ‘르 보리유(Le Beaulieu)’. 일요일 브런치를 추천하는데 니스식 해산물과 야채들, 아기자기한 디저트들이 듬뿍 준비된 뷔페식이다. ‘안젤리나(Angelina)’에서는 프랑스 와인을 실컷 마실 수 있다. 보르도, 부르고뉴, 코트 뒤 론의 와인이 65%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칠레와 호주 등. 호텔 내 베트남 레스토랑인 ‘스파이스 가든(Spices Garden)’도 추천한다. ‘패밀리 스타일’이라는 메뉴를 시키면 베트남 가정식을 먹을 수 있다. 맑은 시금치국에 나물 반찬과 쌀밥이 그것. ‘콴 앙 눙(Quan An Ngun)’은 하노이 구 도심에 있는 베트남 레스토랑이다. 스프링 롤과 쌀국수, 월남쌈 등을 먹을 수 있다. ‘다 킴(Dac Kim)’은 3층짜리 분 차 전문 음식점이다. 긴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앉아 먹다 보면 과식하기 십상. 도톰한 고기완자가 숯불에 구워져 나오는데 부드러우면서도 매캐한 맛이 제법이다. 잘 먹고 잘 쉬고 돌아가는 길. 호텔 직원이 선물이라며 건네준 호텔 히스토리 북을 펼쳐봤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역사적 부침, 1900년대 하노이 풍경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다.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개발! 개발!’ ‘발전! 발전!’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적혀 있는)이 오버랩되면서 묘한 감상이 생긴다. 우리가 남국에 기대하는 건 두 가지다. 발리, 푸켓과 같은 휴양지 혹은 방콕이나 홍콩과 같은 쇼핑 도시. 하노이는 전자일 거라 생각했다. 결론적으로는 후자(쇼핑 메카를 지향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고층 건물이 쭉쭉 올라간 도시를 꿈꾸는 것만은 분명했다)를 향하는 것 같다. 지금 아니면, 오리지널 하노이를 놓칠지도 모르겠다. 3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의 외관.4 호텔의 오페라 윙 꼭대기층 프레스티지 스위트룸의 욕실.5 1천2백여 병의 와인이 보관된 호텔 와인셀러.MUST TRY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의 즐거움.● 스파 이번 여름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곳이다. 테라피스트들의 손맛이 아주 맵진 않지만 평소 한국에서 마사지를 자주 하는 사람들도 만족할 정도의 마사지 실력. 마사지를 받는 동안 들을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데 ‘자연의 소리’부터 재즈와 모타운까지 다양하다. ● 쿠킹 클래스 시클로를 타고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구경하고, 호텔 주방에서 베트남 요리 수업을 듣는 식. 바나나잎을 사용한 샐러드, 맥주에 재워 찌는 생선 요리, 돼지고기 꼬치구이, 베트남식 튀김만두 등을 배운다. 튀김만두와 생선 요리 등은 집에서도 충분히 응용해볼 만한 레서피다. 수업이 끝나면 수료증과 레서피, 라이스 페이퍼 한 뭉치와 말린 쌀국수, 꼬치구이 도구 등을 선물로 준다.● 리무진 서비스 미리 호텔에 예약을 하면 공항에서 호텔까지 리무진(리무진이라기 보다 4인승 고급 세단)으로 오갈 수 있다. 오가는 동안 아이팟을 통해 최신 팝송, 프렌치 보사노바 등으로 구분해놓은 음악 패키지를 들을 수 있고 다이어트 콜라, 오렌지 주스, 스파클링 워터(산펠레그리노!) 등의 음료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색색깔의 마카롱도 준비돼 있다. 4 하노이 도심의 주된 교통수단은 자전거와 시클로, 오토바이.5 베트남 '리' 왕조에 관한 수상 인형극에 등장하는 인형들.*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