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90년대 스타일의 양면에 대한 흥미진진한 보고서

90년대 스타일의 양대 산맥, 뉴욕 미니멀리즘과 런던 그런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프로필 by ELLE 2016.05.18

당신의 마음에 로망처럼 자리 잡은 또는 생경한 이미지로 마음을 잡아끄는 90년대의 스타일 모멘트가 있나? 어쩌면 왜, 90년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의아한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통 아는 바가 없을 수도. 단언컨대 90년대는 동시대를 포함한 현대 패션사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대였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났으며 기존의 모든 규칙이 파괴됐다. 90년대 패션 크리에이티비티가 얼마나 강력한가 하면, 현재 메인 스트림을 장악한 소위 ‘유스 컬처’를 이끄는 영 디자이너들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칠 정도. 90년대를 이해하려면 80년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80년대에 군림한 맥시멀리즘은 여자들의 어깨 패드 사이즈와 스커트 길이를 지배했으며 모든 것이 정도를 넘어 과했다. 로고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요소가 선명하게 드러난 나머지 멀리서 봐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브랜드’의 옷이 없이는 어깨를 펼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 허세와 과한 미학이 충만한 80년대에 질린 이들은 90년대에 등장한 반항적인 태도와 거친 매력, 쿨한 애티튜드에 매료됐다. 마침, 뉴욕의 몇몇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 선봉에 나섰다. 지난 10년 동안 풍미했던 현란한 디자인을 남김 없이 걷어내고 오롯이 단순함과 순수함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신선한 무드와 슬릭한 실루엣의 매우 도회적인 스타일, 다시 말해 ‘미니멀리즘’ 패션이 탄생했다. 한편, 런던의 디자이너들은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얻어 보다 더 반항적인 노선을 택했다. 유니폼과 거대 기업, 기성 세대에 대한 반기로 등장한 낡아빠진 럼버잭 셔츠, 구멍이 뚫린 고급 캐시미어 스웨터, 축 늘어진 플로럴 시폰 드레스가 그런지를 상징하는 키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90년대의 양면을 보여주는 미니멀리즘과 그런지는 평행선처럼 결코 맞닿을 수 없는 극단적인 노선을 걸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이 최고의 럭스 패브릭과 장인 정신이 밴 정교한 패턴에 의지한 반면, 그런지 추종자들은 동네 구제 숍의 먼지 구덩이에서 찾아낸 옷을 영감의 원천으로 새로운 룩을 탄생시키는 데서 또 다른 종류의 희열을 느꼈다.


2016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초고속 패션 시스템에서 디자이너들이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예전의 반항적인 시대를 향한 그리움을 갖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돌고 도는 패션 사이클 속에서 때마침 90년대가 귀환한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자, 이제 90년대 패션의 두 가지 노선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해 고민할 차례다. 뉴욕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캘빈 클라인의 아이코닉한 실크 드레스를 입던 90년대 뉴요커와 2016년 식 뉴요커 사이에 달라진 점은 뭘까? 25년 전보다 한층 더 스포티하고, 쿨해졌으며, 젊다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니멀리즘은 예전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덜 단정하며 형식적인 것에 갇히지 않는다. 그건 우리의 삶이 그 시절보다 훨씬 복잡하고 빠르기 때문인데, 동시대 여자들은 적어도 옷만큼은 여유롭고 심플한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부드러운 실루엣의 새틴 수트에 스니커즈를 신거나(캘빈 클라인), 심플한 슬립 드레스에 백팩과 편안한 플랫폼 슈즈를 매치하거나(버버리), 탄력 있는 니트 튜브 드레스에 볼륨감 있는 파카를 걸치는(랙 앤 본) 방식이 절충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여전히 블랙과 화이트, 누드 컬러를 선호하며 여기에 가끔씩 약간의 컬러와 실버를 더한다. 스타일링을 복잡하게 만드는 프린트는 당연히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녀가 과감해지고 싶을 때 시도하는 건, 보디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실크 캐미솔과 관능적인 슬립 드레스 같은 란제리. 한편, 90년대 뉴요커의 저편엔 그런지 스타일의 런더너가 있다. 그녀는 구겨지고 날것 같은 느낌이 살아 있는 옷을 선호한다. 또 믹스매치의 여왕이며 손에 잡히는 대로 걸친 듯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에서 뼛속까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엿보인다. 그녀가 매우 신중하게 날조한 스타일링에는 정신없이 해진 데님 코트(마르케스 알메이다), 만들다 만 듯한 자수 장식의 점퍼(크리스토퍼 케인), 극단적인 오버 실루엣의 축축 늘어진 꽃무늬 드레스(베트멍)가 포함된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더 멋진 페전트 스커트와 집업 트랙수트(끌로에)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이미 낡아빠진 데님 팬츠에 어떤 방식으로 모로칸 재킷(이자벨 마랑)을 매치할지 고민한다. 동네 빈티지 숍의 행거를 뒤지다가 오래된 트위드 코트를 발견하면 ‘집에 가서 소매를 떼어내면 완벽하겠군’이라고 흐뭇해하는 식이다. 그녀들이 숭배하는 패션 히어로는 단연 에디 슬리먼으로 시퀸 슬립 드레스와 오버사이즈 카디건, 웰링턴 부츠, 티아라로 완성한 생 로랑의 페스티벌 그런지 룩에 열광한다. 이런 모습이 당신과 조금이라도 닮았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상반된 두 가지 무드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상관없다. 분명한 것은 당신의 패션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에 지금이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

Credit

  • writer REBECCA LOWTHORPE editor 주가은 photo imaxtree.com
  • getty images/imagine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