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의 50가지 그림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연기와 인생에 대해서 한없이 진지한 이 남자, 이제훈이 풀어졌다. 카메라 앞에서는 더욱 섹시하고 과감해졌고, 화면 밖에서는 서른셋 이제훈으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마음의 여유가 깃들었다. 유연해진 이제훈의 색다른 그림자를 쫓았다.::시그널,이제훈,배우,남자배우,조진웅,김혜수,조성희,탐정 홍길동,건축학개론,엘르, elle.co.kr:: | 시그널,이제훈,배우,남자배우,조진웅

그린 컬러 퍼 트리밍 디테일의 가운과 누드 컬러의 셔츠는 모두 Gucci.편집장님이 ‘날라리 이제훈’을 발견하고 오라는 미션을 줬어요 그래요? 더 날라리처럼 했어야 하는데…(웃음). ‘남자 이제훈’ ‘섹시한 이제훈’은 오늘 충분히 만끽한 것 같은데요?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컨셉트에 더 집중해 줘서 놀랐어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평소 행동하는 데 있어서 조심스럽고, 스스로 한 번 더 체크하게 되는 면이 있죠. 일상에서는 차분하지만, 작품이나 화보를 통해서 자유로움을 발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때 최대한 즐기려고 해요. 오늘 저의 다른 모습들, 다크하거나 퇴폐적인 부분을 표현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만나보니 말투도 참 반듯해요. 과거 반항아였던 시절이나 뭔가 일탈을 감행해 본 적은 없나요  음…. 일탈은 딱히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였는데,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얌전해졌어요. 철이 조금씩 든 거죠.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 솔직한 장점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걸 느낀 것 같아요. 사실 작품 속에서는 점잖은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별로 없어요. <시그널>의 박경위도 엘리트이지만 ‘꼴통’스러운 면모가 다분했고. 개인적으로 <시그널>을 한 회도 놓치지 않고 봤어요. 역대급 장르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는데, 배우로서 기분이 어때요 전에 했던 작품들도 다 의미 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게 뭔지 정말 피부로 느꼈어요. 이야기의 모티프가 된 실제 사건들을 사람들이 다시 조명하고 기억해 주는 점들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저 역시 우리 드라마가 단순히 스릴러적인 재미만을 주길 원치 않았거든요. 시청자들이 바로 내가 겪은 일처럼 느끼길 바랐고, 또 이렇게 힘들고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도 이를 고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길 바랐어요.  화이트 톱은 Alexander Wang by 10 Corso Como Seoul. 플라워 프린트 트렌치코트는 Dolce & Gabbana.메시지의 묵직함 때문에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허투루 할 수 없었겠어요 맞아요.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로서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피해자나 주변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가깝게 다가가려고 애썼어요. 배우들뿐 아니라 작가님과 제작진의 그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우리의 진심이 많은 대중에게 전해졌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감사해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예전에는 내 경험이나 가능성에 도전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작품 하나하나가 지닌 의미를 잘 생각하며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조진웅, 김혜수 두 배우와의 호흡은 보이는 것처럼 완벽했나요 진웅 형은 영화를 세 작품이나 같이 해서 무척 가까운 사이에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비록 무전기 너머로만 대화를 나눴지만, 서로를 믿고 더 편안히 연기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당연히 다른 작품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고, 소중한 형이에요. 김혜수 선배님은 어릴 때부터 봐온, 말 그대로 한국 여배우의 표상이잖아요. 같이 연기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처음 뵐 때는 많이 긴장 했는데,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아, 이래서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오셨구나, 존경의 마음으로 지켜봤죠.  안 될 줄 알면서도, 은근히 김혜수와의 러브 라인을 기대했는데 많이 절제되었죠(웃음). 나중에 선배님과 다시 작품 할 기회가 된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연상연하의 멜로, 그런 것도 상상은 해 봐요, 감히.  <시그널> 방영이 끝나자마자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과 함께 아프리카를 다녀왔다고요 지난해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필리핀 반타얀 섬을 다녀왔고, 이번에는 탄자니아 난민 캠프를 방문했어요. 내전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물탱크 설치도 돕고 그들이 생활하는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보고 왔어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세수하고 양치하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그들에겐 불가능한 거예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제가 눈과 귀가 되어서 세상 어딘가에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가 조금씩 힘을 보탠다면 그들도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자수 디테일의 데님 셔츠는 Dolce & Gabbana.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가요 삶, 사람 사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연기가 좋아서 시작했고, 나름대로 ‘평생 남을 만한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목표가 있는데, 그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좋은 대본이 있어야 하고, 좋은 감독이 있어야 하고, 그걸 담기 위해 카메라와 조명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서 한 작품이 완성되는 걸 경험하면서, ‘이 세상에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구나’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사명감을 갖고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것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서 좀 더 보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돼요. 기부나 봉사 활동 역시 일시적인 이벤트나 자랑거리가 아니라, 배우 일이 제 숙명인 것처럼 이 또한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지, 나이 들면서 그런 사고관념이 생기더라고요. 5월에는 새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개봉해요. 영화 소개서를 보니 주인공 홍길동이 상당히 특이하고 만화 같은 캐릭터던데  남자 주인공으로서 좋지 않은 면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죠. 못됐고 비겁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도 껄끄럽고. 내면에 어둠이 가득 찬 친구거든요. 싸움도 잘 못해요. 대신 머리회전이 빨라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거나 거짓말하는, 그런 비상한 능력으로 일을 해결해 가요. 이런 캐릭터가 과연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긴 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이만큼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영화의 배경이나 비주얼, 사람들의 복장도 낯선데, 그런 만큼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분명히 듣도 보도 못한 독특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의 차기작이란 점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요  제가 <파수꾼>을 찍을 때, 감독님도 <짐승의 끝>을 작업하고 계셨어요. 그때 인사를 드린 작은 인연이 있을 뿐인데, 제대할 무렵 <탐정 홍길동>을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해 주셔서 너무나 반가웠어요. <남매의 집> <짐승의 끝> <늑대소년>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에 이런 세계관을 가진 감독이 또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감독님의 세계에 온전히 빠져들고 싶었고, 그 안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함께 작업해 보니 이렇게 배려심 깊은 감독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모든 스태프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조성희 조성희” 하는구나 알게 됐죠. 감독님과 또 작업하고 싶어요. <탐정 홍길동> 홍보 차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할 예정이라고요  네, 아무래도 제 원 톱 영화다 보니까 마음이 더 쓰여요. 항상 영화가 개봉할 때면 화보 촬영이나 인터뷰 정도만 했는데, 이번엔 더 적극적으로 나서보려고요.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라디오도 출연하고 이것저것 많이 할 것 같아요. 블랙 라이더 베스트는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블랙 슬리브리스 톱은 Koon. 그레이 팬츠는 Louis Vuitton.뛰고 구르는 예능에서 배우 이제훈을 보게 될지는 몰랐어요 예전보다 좀 더 유연해진 것 같아요. 스스로 재미없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예전에는 인터뷰를 해도 작품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만 했어요. 그러길 제가 원했고요. 이제훈이란 사람에 대해 알려지게 되면, 그게 작품에 영향을 끼칠까 봐,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로 온전하게 존재하지 못할까 봐 우려했던 거죠.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노출이 과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대중이 감안하고 작품은 작품대로 잘 봐주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닫혀 있던 부분들이 풀어졌다고 할까요.  스스로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네, 뭔가를 얘기하는 데 있어서 진지해지니까. 만나기만 하면 ‘까르르’ 하고 배꼽 빠질 것 같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란 사람은 그런 유머나 위트가 많이 부족해요. 일상에서나 작품에서나 센스 있게, 적재적소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억지로 하면 부자연스럽잖아요 연기를 제외하고 일상에서 관심 갖거나 시간을 쏟는 일은 뭐예요 정말 영화밖에 몰라요. 워낙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어떤 계기가 생겨 “난 연기를 할 거야”라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에요.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들이 저한테는 되게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고민되는 시간들이 있긴 했지만,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의 자리에서는 더욱 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는데, 그게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시간이 나면 자연스럽게 전 영화를 보고 있고, 감독과 배우가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는지 분석하고, 다음 작품에서 내가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의무감이나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저는 참 즐거워요. 그 외에는 음악을 듣거나 여행을 가거나,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줬던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정도예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그 일이 계속해서 들끓는 열정을 주긴 어렵지 않은가요 그렇겠죠. 하지만 다행히 저는 아직도 설레요. 연기 아닌 다른 인생의 창구를 만들거나, 부를 축적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물론 일하면서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참 행복해요. 혹시라도 자의든 타의든 내가 연기하지 못하더라도, 영화는 여전히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거예요. 그걸 빼면 저에 대해 얘기할 게 없어요. 그래서 재미없는 사람인 거죠(웃음).  레이어드 디테일의 블랙 수트와 톱, 레더 벨트는 모두 Balenciaga. 블랙 레더 슈즈는 Prada.외롭다는 생각이 들진 않나요 영화가 있기 때문에 외로움이 채워지는 것 같아요. 저도 연애를 하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갈망은 커요. 그렇다고 혼자 있을 때 외로움에 사무치거나 하진 않아요. 나이가 더 들어야 하나? 가족들이랑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요. 온전히 혼자는 아니니까. 집에 가면 가족이 있고 온기도 있으니까. 어떤 여자한테 매력을 느끼는지 궁금해요 확실히 가면 갈수록 외적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중요한 거죠. 저는 긍정적인 사람, 밝은 사람, 잘 웃어주고 배려심 있는 분들한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려고 애쓰는, 그런 사람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첫눈에 반할 가능성은 낮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오랜 시간 본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인연이 잘 이어지지 않는 거죠. 안타깝죠. 한때는 수지와 함께 첫사랑의 아이콘이었는데! <건축학개론>에서처럼 친근한 남자를 연기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기도 해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면서 꾸준히 사랑받는 배우들이 있지만, 저는 지난 것을 답습하지 않고 계속 제 새로운 모습이 관객들에게 보여지길 바랐어요. 그래서 쉽지 않은 선택이 될 때도 많았고요. 멜로든 로맨틱 코미디든, 대중과 좀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고 저에게 기대하는 부분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런데, 오늘도 저 너무 진지했나요? 음…. 진지하면 어때요. 진지한 남자가 진실한 남자일 가능성이 높은 걸요. 그리고 곧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니 변화가 있겠죠 네, 다음에 만나면 “제훈 씨, 왜 이렇게 실없어졌어요?”라고 할지도 몰라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