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이 쓰는 실제 같은 허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신문 기자 출신의 장강명은 뉴스의 사회면 기사처럼 시류에 맞는 소재들로 소설을 쓴다. 실제 같은 허구의 스토리는 너무나 현실적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이야기꾼,장강명,소설가,작가,표백

장강명소설가<표백><열광금지, 에바로드><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한국문학이 위기라고들 한다. 작품이 후져서가 아니라, 아무도 읽지 않아서다. 위기 속에 나타난 신인 장강명은 만 2년 사이에 7권의 장편소설을 차근차근 혹은 우르르 내놨다. 엄청난 스피드로 출간된 작품 수뿐 아니라 읽기 시작하면 덮기까지도 찰나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뉴스 사회면 같은 주제들로, 너무 현실적이라 비현실적인 소설을 살수차처럼 쏟아내고 있는 장강명에게 그의 소설 속 운동에너지를 물었다. 새벽에 일어나 회사원처럼 매일 업무하듯 작품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붙어 있어야 뭐가 좀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뭐 글도 안 써지니까 잠깐 맥주나 한잔할까 그러면 망하더라. 스스로 정한 기한을 지킨다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누가 마감을 정해서 써와라 하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덜 하다. 신문 기자로 10년을 일했다. 신문 기자였다는 것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나 좋은 하드 트레이닝이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당대의 한국문학을 사보는 독자들은 수준도 높고 성의도 있는 사람들이다. 웬만하면 책을 안 읽는 시대, 산다 해도 에세이 정도 구입하는 시대인데. 신문이나 잡지를 지하철에서 대충 보는 독자를 많이 만났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무술을 익힌 사람처럼 단련돼 있다. 작가를 무성의하게 대하는 독자가 많을수록 몰입시키고픈 의지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 예술가적인 훈련만 했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독자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을 것 같다. 요즘은 작가 파워가 작품 파워보다 더 강하다 요즘 대중문화 소비자들이 ‘믿고 보는’ 같은 수식을 붙이는 것에 대해 나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마케팅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선전 문구만 보는 게 아니고 창작자의 필모그래피를 쫓아가면서 자신과 채널링을 할 정도로 취향을 뚜렷하게 안다는 것이니까 안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창작자 입장에선 다음 작품이 나오기만 하면 나를 지지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응원이 굉장한 힘이 된다. 이게 ‘양날의 검’이다. 팬들이 시어머니처럼 굴면서 창작자를 한 맥락으로만 보게 되면 자칫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만들게 될 수도 있다. 열혈 팬덤과의 정략 결혼으로 게토가 돼버리는 거다. 그러다 보면 작가도 자기복제만 하게 된다. 롱런하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이미 그걸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팬덤을 기분 좋게 배신한다고 할까? 어떤 시점부터는 브랜드를 넓혀가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아주 강하게 하고 있다. 실제 같은 허구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힘에 팬들이 응답했다 소설의 테크닉이 여러 가지일 텐데 내 색깔이라는 건 일종의 사회적인 힘이다. 취재를 많이 해서 현실적으로 쓰는 작가 혹은 시류에 맞는 소재를 잘 고르는 작가.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다 그런 식으로 썼다. 내가 제일 잘 아는 방식이 그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을 내놨던 건데, 그게 주무기인 또래 소설가가 없었기에 더 주목받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주무기를 배신하는 다음 방향성은 무엇인가 워낙 장르 소설을 좋아해서 SF를 준비하고 있다. 반응은 안 좋지만 계속 쓰고 있다(웃음). 또 사람 마음을 울리고 짠하게 하는 것도 못하진 않을 것 같다. 대중이 보라고 하는 면을 떠나서,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이 있고, 되고 싶은 작가라는 게 있다. 쓰면서 읽히는 속도를 염두에 두나 독자들에게 원하는 속도가 있다. <댓글부대> 같은 것은 무조건 빠르게 읽었으면 좋겠고, 그런데 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멈칫 했으면 좋겠다. 무조건 빨리 넘어가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빨리 읽히는 편이었으면 좋겠다. 3년간 6편이 출간됐다. 읽히는 속도 못지않게 쓰는 속도도 무섭다. 계속 이 속도로 쓰지는 못할 거 같다(웃음). 출판 트렌드가 바뀌어서 요즘 장편은 예전 중편 정도 분량이라 가능했다. 지금도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이 물이 더 들어올지 빠질지 몰라서 일단 열심히 계약은 해놨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