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브래드쇼를 만든 여자
<섹스 앤 더 시티>의 원작자 캔디스 부시넬이 신작 소설 <킬링 모니카>를 선보였다. 혹시 그녀도 사라 제시카 파커를 죽이고 싶은 적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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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캔디스 부시넬(Candace Bushnell)이 캐리 브래드쇼를 죽이기로 결심한다면, 몰래 등뒤에서 마놀로 스틸레토 힐을 꽂아 내려치지 않을까? 코네티컷 주에 있는 부시넬의 주방에서 우리 둘은 취해 있었다. 돔 페리뇽 한 병을 들고 그녀를 찾아간 나는 <킬링 모니카 Killing Monica>(2015년 미국 초판)가 ‘캐리 브래드쇼 죽이기’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거라는 데 내기를 걸었다. “오직 33%만이 그렇게 얘기할 걸요!”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인터뷰 이후 오랜만에 마주한 그녀는 변함없이 편안하고 솔직했다. 우린 취미도 비슷하다. 술 마시기, 독설 퍼붓기, 소리 지르기 등등!
캔디스 부시넬은 1996년 섹시하고 패셔너블한 여자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바탕이 된 <뉴욕 옵서버>에 실린 그녀의 칼럼은 그녀와 30대 미혼 여성 친구들의 일과 우정, 섹스에 관한 모험기를 담았다. 부모님의 화를 막기 위해 본인을 대신할 ‘캐리’라는 인물을 고안했고, 당시 남자친구였던 <GQ>의 전 발행인 론 갈로티는 ‘미스터 빅’의 모델이 됐다. 친구이자 프로듀서 대런 스타는 그녀의 칼럼을 HBO TV 시리즈로 기획했고, 각본가이자 감독인 마이클 패트릭 킹과 함께 캐릭터들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수년간 프리랜서 잡지 기고가로 고전 중이던 부시넬은 단숨에 전 세계 여성들에게 포스트페미니즘적 혁신을 불러일으킨 작가로 떠올랐다! 캐리는 수많은 젊은 여성들을 뉴욕으로 향하게 했고 웨스트 빌리지의 아파트와 값비싼 슈즈,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를 닮은 나이든 남자와의 데이트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6년간 이어진 시리즈와 후속 영화들은 사라 제시카 파커가 연기한 캐리를 ‘아이콘’으로 등극시켰다. 부시넬은 여전히 소설가로서 브룩 실즈의 복귀작이 된 NBC <립스틱 정글>과 캐리 브래드쇼의 10대 시절을 그린 스핀오프 시리즈 <캐리 다이어리>의 원작을 포함한 8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녀 역시 신데렐라 스토리의 한복판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때도 있었다. 뉴욕시티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찰스 애스케가드(Charles Askegard)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으나 안타깝게도 2011년에 이혼했고, 그로부터 2년 후 <킬링 모니카>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소설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PJ 월리스는 캐리 브래드쇼와 유사한 아이콘 ‘모니카’를 만들어낸다. 월리스는 모니카 역을 맡은 여배우의 그림자 속에서 살면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방식으로 그녀를 죽일 기회를 노린다. 여러 생각들을 품은 채 부시넬을 만나기 위해 19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농가 저택으로 향했다. 2005년에 매입한 이 집에서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다들 <킬링 모니카>를 두고 이렇게 말할 거예요. “와우, 캔디스 부시넬이 캐리 브래드쇼에 대해 이렇게 어두운 속내를 갖고 있었다니!”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전과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뿐이에요.
믿기 어려운 걸요? 적어도 모티프가 된 생각은 있었겠죠 필립 로스의 소설이 수북이 쌓인 책상에 앉아서 ‘내 삶을 달라지게 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그중 한 가지는 ‘캐리 브래드쇼’라는 유명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거였고, 여기서 ‘모니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한 작가의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캐리는 단지 출발점이었을 뿐이죠. 혹시 내가 캐리 브래드쇼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냐고요? 전혀 아니에요.
뭔가 도발적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가요 소설가로서 작품의 도발성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맞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내가 캐리를 죽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면 슬플 거예요. 도대체 내가 왜? 난 캐리를 정말로 사랑한다고요!
부시넬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취미를 갖고 있다. 마감할 원고가 없을 때는 몇 시간씩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하며 히트 송을 만들어낼 백일몽에 젖어 있다. 최근에는 인턴 제니퍼와 함께 페이스북에 올릴 바비큐 치킨 요리 동영상도 찍었다. 수차례 카메라 세팅을 바꿔가며 촬영했다는 그녀는 “쉽지 않더라고요”라며 고개를 흔든다. “어느 순간 이런 말이 절로 나와요. ‘제니퍼, 네가 정말 싫어!’라고 하면, 제니퍼 역시 ‘나도 당신이 정말 싫어요!’라고 맞받아쳐요” 부시넬은 이런 식의 자유로운 대화를 무척 좋아하는 데다가 여전히 전 남편과의 결혼사진을 집안에 걸어놓고 있다.
찰스가 춤추는 걸 보고 사랑에 빠진 건가요 아니, 무대 위에서 처음 그를 본 건 아니었어요. 로베르토 카발리 드레스를 빌려 입고 아주 비싼 발레 공연에 갔는데, 어디선가 특이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튀어나오더니 “혹시 싱글인가요?”라고 물어봤어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니 “당신에게 소개시켜 줄 완벽한 남자가 있어요. 직업은 댄서인데, 아마 마음에 쏙 들 거예요”라고 하더라고요. 그가 이끈 곳에 바로 찰스가 서 있었어요. 당장이라도 내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의 얼굴! 이런 말은 웃기지만 진짜 신데렐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죠.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예전에 받은 이메일을 발견했어요. 찰스의 공연을 보러오라는 메일이었죠. 왠지 슬프더라고요 그랬나요? 이별이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내 인생의 목표가 결혼해서 누군가와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는 건 아니에요. 이제는 사랑을 찾아나서기보다 내 목소리를 찾는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싶어요.
한동안 시끌벅적한 뉴욕의 삶을 만끽하며 살았죠. 여전히 파티를 즐기나요 아니요, 지금은 얼음을 띄워 와인 두어 잔을 마시는 정도? 대부분의 시간은 나 혼자예요. 얼마 전 친구 생일파티에 다녀오긴 했는데, 샴페인이 왔다 갔다 모두 흥청망청 했지만…. 재미있지 않았어요. 이젠 술에 취하는 게 그리 즐겁지 않아요.
그럼 섹스는 섹스는 더 이상 내게 최우선 순위가 아니에요.
섹스는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것 아닌가요 물론 그렇죠. 다들 섹스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죠. 그런데 이봐요, 이렇게 막 물어도 되는 건가요? 섹스 라이프는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라고요.
처음 만났을 때 우리가 했던 얘기 기억해요? 캐리 브래드쇼 덕분에 미혼 여성들이 여러 남자랑 섹스를 나누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됐다는 맞아요. 바로 제가 원했던 거였죠!
그런데 우린 지금 섹스에 대해 물어보기 껄끄러운 상황이 됐네요 그땐 내가 서른여섯 살이었고, 지금은 예순을 바라보기 때문 아닐까요?
섹스에 대해 말하면 안 되는 공식적인 나이라도 있나요? 당신은 아직 젊고 근사해 보이는데 앤드루, 우리는 예전과 달라요. 섹스를 초월해야 할 나이에요. 그건 ‘자유로움’을 의미한다고요. 당신은 여전히 섹스에 대한 환상이 많은 것 같은데, 당신 나이에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죠.
새벽 2시, 우린 주방에서 불만을 터뜨리다가 시끄럽게 소릴 지르다가 마침내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부시넬은 동네에 있는 한 스시 집으로 향하면서 “여긴 새벽 3시에 문을 닫아요”라고 말했다. “아님 내 주방에서 실수로 냉동시켰다가 해동시킨 달걀을 먹을 수밖에!” 작은 스시 집에서 우린 긴조 사케를 물 마시듯 벌컥벌컥 마셨다. 이혼, 결혼, 해고, 소셜 미디어의 공격 등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어느 틈인가 부시넬이 나를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혹시 호르몬제를 복용하나요?”
오 마이 갓. 그건 무슨 뜻인가요 지금껏 내가 만난 남자 중에 가장 예민한 것 같아서요. 앤드루, 내가 당신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아줘요. 당신은 좋은 남편처럼 보여요. 재능 많고 자신의 취향이 아주 뚜렷한 사람이죠. 다만 감수성 칩이 빠진 브래드 피트 같다고 할까?
브래드 피트가 어떤대요 제니퍼 애니스턴이 인터뷰에서 브래드 피트에 대해 감수성 칩이 빠진 것 같다는 말을 한 적 있잖아요. 실제로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죠. 일종의 특권 같아요. 남자들은 사회에서 자기자신 그대로 살아갈 자유를 훨씬 많이 허락받다 보니, 기본적인 본능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떨어지죠. 만일 당신이 여자였더라면 내게 섹스에 대해 물을 때 아주 조심스러웠을 거라는 뜻이에요.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줄 몰랐어요 누구도 자신의 섹스 라이프가 활자화돼서 공개되길 바라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아까 당신은 마음속으로 나를 ‘슬픈 여자’로 분류해 버렸잖아요. 섹스 없는 삶이 가능하냐고 묻는 건, 여자란 존재를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난 57세예요. 섹스보다 중요한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때가 아닐까요? 대부분의 여자들은 50대가 되면서 많은 걸 느끼고 깨달아요. 완전한 인간으로서 자신과 인생의 가능성을 탐구해 가는 것, 그건 성별이나 섹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예요.
그녀의 집으로 돌아오자 다시 돔 페리뇽이 등장했다. 부시넬은 잠시 주방 뒤편에서 담배를 피웠고, 난 몽롱하게 술이 취한 상태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여자와 새벽에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허락도 구하고, 내 감수성 칩에 대해 확인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내로부터 나와 함께 포르노를 봐도 불편하지 않다는 얘기를 듣자, 그나마 안도감이 들었다.
Credit
- photographers DUROW MARGARET
- WOLKOFF KATHERINE writer ANDREW GOLDMAN editor 김아름 STYLIST BARNES EMILY DIGITAL DESIGNER 전근영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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