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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Forget To Remember 포도와 땅의 흔적, 기후와 삶의 풍경. 기억을 기념하는 방법을 오래 사유한 리베라 델 두에로 본사 건물은 좋은 와인의 잔향 같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 프로젝트는 훌륭한 양조용 포도가 생산될 수 있는 이상적인 토양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스페인 북부 부르고스 주의 유명 브랜드인 리베라 델 두에로의 본사 건물이다. 여기서 이 와인을 재배하는 농장주들과 마케팅 전문가들이 모여 브랜드를 위한 수많은 회의를 하고 포도 재배와 양조 기법 등을 논의한다. 덕분에 여느 와이너리와는 다르게 숙성실이나 발효실 등은 마련되지 않았으며, 시음 공간과 크지 않은 배럴 셀러 정도만 구비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와인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진정한 연구소이자 작은 학교이다. 2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세미나실에서부터 3명만 들어가는 소형 세미나실에 이르기까지 10여 개의 크고 작은 방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열기로 가득 채워진다. 건축가는 이들에게 포도와 땅의 흔적, 기후와 삶의 풍경 그리고 도시와 사색의 조각을 건축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특히 장소에 대한 기억과 도시의 풍경 사이에서 심사숙고한 흔적이 발견된다. 작은 언덕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기존 건물군의 끝자락 모서리에 대상지가 결정되었고, 건축가는 소박한 마을 풍경을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범위를 최소한으로 설정했다. 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허문 건물의 일부 영역만큼 새 건물을 짓되, 대부분 땅 위로 드러내지 않고 주요 공간을 모두 지하로 매립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기존 건물이 남긴 여백만큼 작은 광장으로 활용하고, 허문 건물의 한쪽 벽을 원래대로 남겨두어 그림자가 광장에 드리워지도록 의도했다. 건물은 경사지에 구축되었고 단차가 심한 언덕 끝부분에는 광활한 평야와 마을 전체를 소박하게 관망할 수 있는 6층 높이의 작은 타워동을 세웠다. 그뿐만 아니라 시골집들이 드리운 삼각형의 박공지붕 실루엣을 차용해 종탑의 상단을 사선으로 깎아 마을의 스카이라인을 연장코자 했다. 또 대부분의 주변 집들이 조적 마감으로 입면을 쌓아 올린 점을 그대로 적용해 투박하지만 오래된 마을의 역사와 흙의 이야기를 기억하려 한 시도는 매우 훌륭하다. 옛 기억의 잔상을 기록하고 기념하는 철학적인 시도와 공간에 대한 사유가 많은 여운을 남기는 건축물이다. 보통 훌륭한 건축가의 역량은 40대에 꽃을 피우고, 50대에 접어들어 나름의 명확한 색깔과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아직 40대가 되지 않은 두 명의 건축가로 구성된 EBV 아키텍츠는 사뭇 동양적이기까지 한 선문답으로 공간에 대한 흔적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 등장할 진지한 결과물들에 담겨 있을 질문과 답변이 얼마나 더 감동을 줄지 한층 기대된다.
Head-quarters Ribera del Duero 건축주 Consejo Regulador 건축가 EBV 아키텍츠 (ESTUDIO BAROZZI VEIGA) 완공 2006년 위치 Roa, Burgos, Spain 홈페이지 www.riberaduero.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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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과 스페인 건축의 승리 스페인 건축을 대표하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역시 스페인 와인을 대표하는 보데가스 & 베비다스 와이너리를 맡아 장기를 발휘했다. 보데가스 이시오스는 스페인 북쪽 리오하 지역의 와인 재배지에 자리 잡고 있다. 스페인 와인의 대표적인 생산업체인 보데가스 & 베비다스 그룹은 연간 생산량이 1500만 병을 돌파하자 독특하고 상징적인 와이너리로 그 성과를 기념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라는 건축가와의 만남으로 이어져 지금의 독창적인 건축물로 탄생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조각가인 건축가 칼라트라바는 이미 건축 구조 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이시오스 와이너리에서도 예외 없는 자유로운 구조와 기하학의 화려한 조합을 보여주었다. 196m에 이르는 두 개의 긴 콘크리트 벽 위에 약 26m의 가늘고 긴 서까래를 촘촘하게 연이어 놓아 전체적으로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지붕선을 연출한 것이다. 또한 이 처마의 율동감은 와이너리 뒤에 웅장한 병풍으로 펼쳐진 시에라 데 칸다브리아 산맥의 능선과 호흡을 같이하는 콘텍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또 지붕 각재로 쓰인 스칸디나비아산 삼나무는 알루미늄 코팅으로 감싸 병충해를 막고 습도와 복사열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광활한 포도밭 속에 홀연히 빛나는 양질의 와인 기지임을 주장하는 의미도 있다. 이 건축물은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하나의 매스가 지상 1층 규모로 길게 누워 있는 덕에 다른 와이너리보다 쉽고 명확하다. 그 첫째 공간은 포도밭 전체의 중심에 건물을 배치하고 한가운데를 갈라 길을 만든 뒤, 건물의 가장 높이 솟아오른 캐노피로 이어지는 주출입부를 응시하며 걸어오도록 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이 거대한 출입구 안쪽에 마련된 방문객 센터로 유일하게 2층 규모로 마련되어 있는 프레스티지 룸에서 남쪽 창으로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반대편 안쪽의 1층 와인 저장고를 내려다보며 와인을 시음하게 한 공간이다. 세 번째는 지붕이 낮게 드리워진 건물의 양쪽 부분으로 왼쪽은 발효실, 오른쪽은 와인을 병입하는 배럴룸인데 기계 설비 때문에 모두 지하 2층 규모로 디자인되었다. 보데가스 이시오스 와인을 좋아하는 ‘클럽 이오시스’ 회원은 배럴을 300개까지 구입할 수 있다.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주문식 와인과 라벨 서비스도 제공한다.
건축주 보데가스 & 베비다스 그룹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완공 2000년 위치 Camino de la Hoya, 01300 Laguardia, Alava, Spain 홈페이지 www.bodegasysio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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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E BLOCKBUSTER 노먼 포스터가 아니면 그 누가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거대한 와인 생산기지를 설계했을까. 파우스티노 와이너리 Ⅱ. 2007년, 영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거대한 와이너리 디자인을 발표한다. 이 건축물이 자리 잡게 될 리베라 델 두에로는 마드리드에서 북쪽으로 150km, 바스크 지방의 핵심 도시인 빌바오로부터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스페인 굴지의 와인 생산지로 주요 와인 생산업체와 대형 포도농장주들이 각축을 벌이는 거점이다. 건축주인 파우스티노 그룹은 4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면서 기업화된 가족형 와인메이커다. 이미 훌륭한 시스템을 갖춘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와인 시장 선점을 위해 더욱 크고, 효율적인 생산 기지를 추가 의뢰한 셈이다. 공간은 크게 세 개의 긴 장방형 대형 매스를 각기 120도씩의 예각으로 나누었는데, 세 영역이 모이는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선별하고 관리하고자 한 아이디어가 훌륭하다. 중앙의 방문객 센터는 층고가 높은 약 3층 규모로 각 건물의 끝자락으로 갈수록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낮아지도록 설계했다. 특히 재미난 점은 이 끝이 지면에 맞닿아 있어 수확한 포도를 트럭으로 실은 채 곧바로 경사 지붕을 타고 올라가 운반한 뒤, 중앙부에 있는 처리시설을 통해 옥상에서 지하까지 내려보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확한 포도들의 가지 제거와 파쇄, 압착 과정을 담당하는 4층 높이의 설비들을 투명 유리로 둘러싼 한가운데에 두어 방문객 모두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중앙부에 모인 방문객은 세 부분의 가지로 길게 뻗어나간 거대한 발효실과 엄청난 양의 오크통을 보관한 숙성실, 수만 병의 와인이 정렬된 와인셀러의 웅장함에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 사이에 있는 로비와 복도, 시음실, 와인바, 레스토랑 등은 와이너리 방문자들이 방문객 센터 어디에서나 와인 제조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강렬한 인상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련하게 비치되었다. 노먼 포스터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거대 면적의 지붕 위에 내리 쬐는 강렬한 복사열을 거둬들여 태양광 전지를 통해 자체 에너지로 축적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곧 완공을 앞두고 있다.
Faustino Winery 건축주 파우스티노 SL 건축가 노먼 포스터 완공 2010년 위치 Gumiel de Hizan, Ribera del Duero, Spain 홈페이지 www.bodegasfaustin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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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의 또다른 걸작 와인 애호가로 잘 알려진 프랭크 게리의 애착과 자유분방한 조형 의지가 듬뿍 묻어난 또 하나의 걸작. 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 컬러풀한 티타늄의 자유분방한 날갯짓, 벽인지 지붕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분할, 기울어지고 휘어진 창과 기둥의 조합. 이런 파괴적인 건축물을 추구하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마치 대형 정글 조형물처럼 보이는 공간을 또 하나 창출했다. 프랭크 게리만 할 수 있는 이 독특한 건축 어휘들은 그 어느 작품보다 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에서 강렬하게 와 닿는다. 와인 애호가로 정평이 난 게리의 욕심과 애착이 듬뿍 묻어났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지붕과 벽체의 일부, 캐노피들의 향연은 와인 색깔을 상징하는 레드 티타늄으로, 와인 포일을 감싼 와이어는 골드 티타늄으로, 코르크를 둘러싼 포일의 금속은 실버 티타늄으로 마감한 게리는 자신의 영감을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표현했다. 덕분에 이곳 엘치에고에서 북쪽으로 80km 떨어진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게리의 최고 걸작으로 평을 받지만, 그 디테일과 표현력은 오히려 여기보다 못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마저 흘러나올 정도다. 오랫동안 일반인에게는 자신을 공개하지 않았던 비노스 헤레데로스 델 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는 게리의 손을 거쳐 비로소 100년이 넘은 와인 하우스를 비롯한 와인 박물관,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 스파, 수영장, 와인 테라피 시설 등을 두루 갖춘 진정한 ‘와인의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물 흘러가듯 크고 작은 언덕들이 포도나무로 초록빛 바다를 이루고 있는 동네에서 붉은 듯 푸른 듯 와인의 파도를 일으키는 이 와이너리는 시음을 위한 야외 테라스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시골 전원의 풍경을 굽어볼 수 있으며, 게리가 인테리어까지 신경 쓴 럭셔리한 호텔에서 다양한 와인 프로그램을 즐기기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건축주는 처음 게리를 찾아가 설계를 의뢰하면서 그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와인을 어렵게 구해 선물하며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또 게리를 기념해 만든 와인 ‘프랭크 게리 셀렉션 2001’은 5000병만 한정 생산하고 일련번호를 부여해 소장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와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프랭크 게리가 고향땅 캐나다에 포도송이를 형상화하고 ‘와인의 성지’라고 이름 붙인 또 다른 작품 ‘르 클로 조던(Le Clos Jordanne)’의 완공이 벌써 기대된다.
Marques de Riscal 건축주 비노스 헤레데로스 델 마르케스 데 리스칼 S.A. 건축가 프랭크 게리 완공 2006년 위치 Calle Torrea 1, 01340 Elciego, Alava, Spain 홈페이지 www.marquesderisca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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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의 대범함 정적인 긴장감과 극대화된 대칭의 미. 그리고 대범한 스케일. 오 푸르니에 와이너리는 고지대 대평원의 한가운데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엘리아나 보르미다와 마리오 얀손이 공동 설립한 ‘보르미다 앤 얀손 아르키텍토스’는 아르헨티나의 멘도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로컬 아키텍트’지만 이 지역에서는 꽤 실력 있는 설계 집단으로 정평이 나있다. 멘도사 일대의 주산물이 포도와 와인이다 보니 그동안 완성한 와이너리와 와인샵들이 무려 40여 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디자인한 공간 중에 으뜸으로 손꼽히는 건축이 바로 오 푸르니에(O. Fournier) 와이너리다. 오 푸르니에는 젊은 오너이자 설립자인 스페인 사람 호세 마누엘 오르테가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칠레와 스페인,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공동으로 생산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로부터 동쪽으로 안데스 산맥의 국경을 넘어 140km 지점에 자리 잡은 이 와이너리는 해발 1200m의 고지대라는 핸디캡이 무색할 정도로 비옥한 평야와 적절히 녹아내리는 관개 수로 덕분에 훌륭한 와인 산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건축의 형태는 전반적으로 매우 정적인 긴장감과 대칭의 미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대범한 스케일의 오브제들을 결합시킴으로써 대평원에 녹아드는 컨셉트를 구사하고 있다. 지상으로 돌출되어 독립된 4개의 블록으로 나누어진 이 개별 공간들은 그 역할이 각각 수확 및 발효, 배럴 셀러, 보틀링, 방문객 센터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모두 한 지점의 지하에서 연결되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2만8000개의 오크통을 보관하는 거대한 와인 창고다. 방문객 센터는 가장 작은 규모의 건물이지만 호텔과 레스토랑, 와인바를 이용하는 방문객이 전체 대지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넓이를 가진 인공 호수와 평원을 동시에 조망하도록 배려했다. 특히 인상적인 갓 모양 지붕을 쓰고 있는 발효실은 마치 공중으로 띄워진 듯해 육중한 건물이 매우 가볍게 보일 뿐 아니라, 옥상부터 시작되는 각종 설비와 배관을 유리박스로 연결된 브리지 속에 가두어 외부에서도 볼 수 있는 전시품처럼 노출시킨 재미난 발상을 볼 수 있다. 와인 건축의 백미는 무엇보다 수많은 오크통을 보관하는 와인 창고를 어떻게 구축했느냐를 들여다보는 재미다. 오 푸르니에는 지상 광장 아래 2층 높이의 천장고를 가진 대형 직방체의 배럴룸을 노출 콘크리트로 감싸고, 십자 모양의 슬릿으로 천장 한가운데를 뚫어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그림자가 바닥에 극적으로 드리워지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스페인어를 쓰고 있는 아르헨티나 건축가들의 건축 언어가 마치 스페인 현대건축의 그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O. Fournier 건축주 오르테가 푸르니에 건축가 보르미다 & 얀손 아르키텍토스 완공 2007년 위치 Calle Los Indios s/n - 5567 La Consulta, Mendoza, Argentina 홈페이지 www.ofourni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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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존중할 줄 아는 파격 자하 하디드가 대가인 이유는 파격적인 건축 언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건축주의 요구와 달리 전통 건축물을 보존하고 이 아담한 방문객 센터 한 채만 신축했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건축언어로 해체주의적 현대건축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 그는 물성에 내재된 에너지와 그 흐름을 물리적 공간으로 표현하고 실현한다.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로페스 데 헤레디아 비나 톤도니아’ 디자인의 모티브가 된 것은 각종 용기나 와인병의 절단면에 대한 연구였다. 하디드 스스로 거의 양파의 절단면과 닮았다고 비유한 점에서 그가 재료와 식음의 주체에 대한 원론적인 관점에서 형태를 출발시켰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대규모 건축을 집행하는 그가 지난 133년 동안 이룩된 이 오래되고 덩치 큰 와이너리에 대한 레너베이션 혹은 신축 제안을 고사하고 작은 와이너리 하나로 중요한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제안한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스페인 와인의 수도로 불리는 하로(Haro) 지역의 전통적인 대지와 근대적 건물의 보존을 역설하고, 작고 아담한 방문객 센터를 지어 구식 건물과 공생하고자 한 점은 현대건축의 대가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로페스 데 헤레디아 비나 톤도니아’는 유럽 대부분의 와인 농장들이 그렇듯 가업에 기반을 둔 브랜드를 중요시하고 나름의 제조방식을 재산으로 삼아 세계적인 와인 반열에 오른 뼈대 있는 집안이다. 그래서 하디드는 이 손때 묻은 업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역사의 적층에 욕심내지 않는 것이 더 옳다고 판단했으리라. 건축물은 사실 이 브랜드의 창립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2001년 바르셀로나의 알리멘타리아 국제 푸드 페어 파빌리온을 지금의 장소에 옮겨와 복원하면서 시작되었다. 작은 목재 구조물을 마당 한 귀퉁이에 두고 비, 바람, 뜨거운 태양 아래서 변형되도록 놓을 수 없게 되자, 이 파빌리온을 덮고 보호할 수 있는 외관을 자하 하디드에게 의뢰한 것이다. 하디드는 마당을 드러내 모자란 와인 숙성실을 지하에 마련한 뒤 그대로 덮어버리고, 마당 한쪽에 지금의 시음실을 설계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와인 애호가를 맞이하는 응접실로도 손색없도록 진입부에서 내부가 훤히 보이게 했으며, 야간에도 안정적인 감성이 이어지도록 캐노피 처마 끝과 외부 공간 바닥에 소형 LED를 매입했다. 특히 실내의 격자형 벽면에는 밝고 경쾌한 화이트의 간접 조명을 설치했고, 같은 색으로 맞춰 디자인한 그의 가구들도 엿볼 수 있다. 글 최충욱(공간전달연구소 초이스페이스 소장)
Lopez de Heredia Vina Tondonia 건축주 R. 로페스 데 헤레디아 비나 톤도니아 S.A. 건축가 자하 하디드 완공 2006년 위치 Aptdo No 8, Avda Vizcaya, 3, 26200 Haro, La Rioja, Spain 홈페이지 www.lopezdeheredia.com
* 자세한 내용은 루엘 3월호를 참조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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