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로 가득 찬 오두막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했지만 에디터에겐 처음이었던 <디자인 마이애미>. 그곳에서 발견한 로망의 집과 10년간 이 디자인 축제를 후원하고 있는 아우디 부스에서 마주한 천재 디자인 듀오. 시대를 넘나드는 마스터피스와 디자이너들이 이곳으로 모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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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에게 길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 <디자인 마이애미 Design Miami>라는 명패가 달린 이 새하얀 오두막에 당도하게 된다면 길이란 애초에 필요 없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을 머금고 이야기를 입은 고감도 마스터피스들로 채워진 이곳에선 그리 큰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넋을 잃고, 길을 헤맬 수밖에 없으니까. 이 시점, 뜬금없는 고백을 하자면 나는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 학생들이 창조한 파빌리온 전시 ‘언빌트(Unbuilt)’를 통과해 내부로 들어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로망의 집을 발견했다. 내가 길을 잃을 뻔 한 건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디자인 마이애미의 상임이사 로드먼 프리맥(Rodman Primack)의 인사말이 끝나고 펜디와 스와로브스키, 페리에 주에 등의 브랜드 전시관을 기웃거리다 36개 갤러리 부스 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였다. 저 멀리 빈티지한 정서를 품은 5평 남짓한 오두막이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집과 별장 사이의 형태일 것, 작고 미니멀한 건축일 것,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울릴 것, 기능적으로 구획이 가능한 공간일 것 등 그간 차곡차곡 정리해 놓은 내 미래의 공간에 대한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이 오두막의 정체는 장 프루베가 1939년에 만든 ‘4x4 Demountable Military Shelter’였는데 그 옆에는 두 명이 이 조립식 셸터를 거뜬하게 짓는 동영상이 거듭 재생되고 있어 눈이 휘둥그래졌다. 가장 영향력 있는 초기 프랑스 모더니스트 중 한 명인 장 프루베가 금속과 나무를 이용해 가구는 물론 조립식 주택까지 여러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의 첫 <디자인 마이애미> 방문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체험하게 될 줄 몰랐다. 이곳을 하도 들락날락거리니 셸터 내부에 비치된 장 프루베의 ‘시테(Cite)’ 의자에서 쉬고 있던 파리의 갤러리 파트리크 세갱(Galerie Patrick Seguin)의 오너가 얘기를 건넸다. “한국 사람이라고요? 한국에도 장 프루베의 조립식 별장이 한 채 있죠. 여기 보세요. 관심 있으면 얼마 후에 있을 경매에 참여해도 좋아요. 가격은 100만 달러 정도예요. 어떻게 생각해요?” “합리적인 가격이네요!” 앤서니 침대(Antony Bed)에 앉아 있을 때만큼은 그렇게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건축가 나오토 후카사와, 재스퍼 모리슨,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각각 나무, 코르크, 알루미늄 등을 이용해 완성한 3가지 프로토 타입의 조립식 별장 시리즈 ‘무지 헛(Muji Hut)’을 기대했던 마음이 가격이야 어찌됐든 다른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집을 정한 까닭인지(!) 그 후엔 자연스레 집과 어울릴 법한 20세기 초중반의 마스터피스급 디자인을 탐험하게 됐다. 세르주 무이, 장 프루베의 전시를 미국에서 처음으로 소개했다는 뉴욕의 ‘1950 갤러리’, 독일 건축가 헤리트 리트벨트(Gerrit Th. Rietveld)의 지그재그 체어(Zig-Zag Chair)가 들어선 로테르담의 ‘갤러리 비비드(Galerie VIVID)’, 장 프루베가 르 코르뷔지에의 사촌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로부터 선물받아 낸시 하우스에 두었던 유니크한 디자인 테이블을 만날 수 있었던 파리의 ‘갤러리 다운타운 프란시스 라파누르(Gallery Downtown Francois Laffanour)’, 동양철학과 자연의 섭리를 담은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의 50년대 ‘롱 체어’를 소개한 필라델피아의 ‘모던 갤러리’, 매거진 <도무스>를 이끌었던 지오 폰티(Gio Ponti)의 디자인을 한데 모은 밀란의 ‘갤러리 로셀라 콜롬바리(Galleria Rossella Colombari)’ 부스 등에 비교적 오래 머무른 이유다. 하지만 <디자인 마이애미>가 이런 과거의 천재 디자이너의 고전적인 작품만을 핵심적으로 소개하는 장이라는 오해는 하기 말기 바란다. 박종선을 비롯 6명의 아트 퍼니처를 소개한 서울의 ‘서미 인터내셔널’, 운동기구를 쏙 빼닮은 ‘보디빌딩’ 시리즈의 가구를 선보인 로마의 디자인 갤러리 세컨돔(Secondome), 동화적 상상력으로 쿠튀르급 가구 디자인을 선보인 뉴욕 갤러리 ‘R & 컴퍼니’, 언뜻 골판지로 보이는 왕관 목걸이같이 위트 넘치는 디자인을 소개한 허드슨(Hudson), 넨도와 마르텐 바스 등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대거 소속된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Carpenters Workshop Gallery) 등 부스마다 ‘디자인 아트’에 주목한 저마다의 색깔을 지녔다.
말하자면 이곳은 한정 생산된 에디션 디자인이 예술품처럼 거래되는 현장이었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진 걸작들이 11년 전 <디자인 마이애미>를 태동하게 만들었고, 파빌리온을 나서면 한 걸음에 다다를 수 있는 스위스발 아트 바젤과 호흡하고 있다. 덕분에 이 시즌엔 마이애미의 지역 경제가 살아날 정도라는데 아트 러버들이 몰려들어 분주하다 못해 번잡한 마이애미의 풍경을 디자인 디스트릭트, 루벨 갤러리를 돌아보며 경험했다. 아직 한국 출시 전인 아우디 Q8을 비롯 A8, A6 등을 승차감을 비교하며 도시를 누비는 것도 <디자인 마이애미>를 즐기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디자인 마이애미>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아우디는 지금까지 톰 딕슨(Tom Dixon), 비야르케 잉겔스(Bjarke Ingels), 리드 크람(Reed Kram),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등 건축가, 디자이너들과 함께 기술과 예술의 조화를 실험해 왔으며 그 가운데 디자인과 이노베이션에 대한 애정을 표해 왔다. 올해 아우디 부스에 소개된 차는 브랜드 최초의 대형 시리즈 전기차 ‘이트론 콰트로’로 듀오 아티스트 ‘휴먼스 신스 1982’가 이 차에서 영감받아 완성한 작품 ‘스포트라이츠(Spotlights)’를 선보였다. 아이디얼한 작업으로 에디터를 놀라게 한 이 듀오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디자인 마이애미>의 여운으로 전한다.

장 프루베가 완성한 빈티지 조립식 주택. 미니멀리스트들이 가장 탐낸 작품이다. 별장 속엔 그가 디자인한 미니멀한 가구, 세르주 무이의 조명 등이 간결하게 놓여 있었다.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부스. 중앙에 자리한 ’Windy Chair 1’은 잉카 쇼니바레 MBE(Yinka Shonibare MBE)의 바람 조각 작품.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 방문의 결실 중 하나는 빅토르 헌트(Victor Hunt Designart Dealer) 부스에 전시된 휴먼스 신스 1982, 커먼 플레이스 스튜디오(Common Place Studio), 사빈 마르셀리스(Sabine Marcelis)의 범상치 않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는 거다.
AUDI + humans since 1982

아우디의 대형 전기차 ‘이트론 콰트로’에서 영감받은 대형 ‘스포트라이츠’ 작업을 선보인 듀오 아티스트 ‘휴먼스 신스 1982’.

아우디 부스에서 나눈 아침식사 중 하얀 소시지의 고장인 바이에른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프레첼과 하얀 소시지 ‘바이스브루스트’, 맥주가 어우러진 테이블에서 다 함께 나눈 독일식 아침식사.
마르텐 바스의 ‘리얼 타임(Real Time)’ 못지않은 ‘어 밀리언 타임스(A Million Times)’ 시리즈로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휴먼스 신스 1982’의 페르 에만(Per Emanuelsson)과 바스티안 비숍(Bastian Bischoff). 아우디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디자인 마이애미>를 찾은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그너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어 밀리언 타임스’ 는 어떤 작품인가 디지털 시계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숫자 자체를 시침, 분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로 만들자, 마치 살아 있는 생물같이 디자인하자는 아이디어를 기술 책임자인 데이비드 콕스(David Cox)와 함께 완성한 작품이다. 매분 정확한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작품의 컨셉트지만 춤추는 시간 속에서 각자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모두가 시간에서 해방되길 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당신들의 작품들은 매장이 아닌 갤러리와 아트 페어, 가구 박람회, 경매 회사를 종횡무진한다 우리는 대중적인 주제를 임팩트 있게 부각시키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업에 자신이 있다. 핵심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공을 많이 들이는데 그 철학적 알맹이가 여러 곳에 적용된다고 본다. 자신들의 작품과 자동차와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 작품과 자동차 산업 사이의 명확한 공통점을 찾긴 힘들지만 <디자인 마이애미>의 공식 스폰서인 아우디와는 최고의 퀄리티, 섬세하고 깨끗한 디자인 언어를 대중과 공유하는 면에서 중요한 맥락이 있다고 본다. 올해 아우디 부스에 선보인 작품 ‘스포트라이츠(Spotlights)’는 아우디 최초의 대형 전기차 ‘이트론 콰트로’가 가진 전기, 공기역학, 태양열 파워의 3가지 캐릭터를 반영해 완성한 후 이 차를 강렬하게 비췄다.
Credit
- EDITOR 채은미 PHOTOGRAPHER JAMES HARRIS PHOTO COURTESY OF AUDI
- design miami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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